‘중동 최대규모’ 두바이 도서관은 무엇이 다를까 [파일럿 Johan의 아라비안나이트]

2024. 3. 15.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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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럿 Johan의 아라비안나이트-15]

-두바이 무함마드 빈 라쉬드 라이브러리 가보니

작업의 능률을 올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필자의 경우에는 도서관이나 카페에 가서 노트북을 펴 놓고 작업을 하는 것을 선호한다. 약간의 백색소음이 들리는 공간이 조금 더 집중이 잘 되는 것 같다. 그렇다고 아주 오래 앉아있지는 않는다. 보통 한 두시간 정도면 자리에서 일어나는 편이다.

두바이에 위치한 ‘무함마드 빈 라쉬드 도서관 (Mohammed Bin Rashid Library)’ 전경
그런 내게 있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위치한 ‘무함마드 빈 라쉬드 라이브러리 (Mohammed Bin Rashid Library)’는 오래전부터 궁금증의 대상이었다. 지난 2020년부터 이 도서관이 위치한 동네에 이사를 와서 살고 있는데, 벌써 건물은 다 올라갔는데 도통 개관할 생각을 하지 않아서 의아했던 기억이 난다.

‘왜 저 도서관은 벌써 다 지어졌는데 도대체 왜 개관을 안 하는 것인가?’

그러다가 갑자기 2022년 6월에 일반대중에게 공개됐더니, 2년이 지난 지금은 두바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하나의 문화명소이자 명물이 됐다.

무함마드 빈 라시드 도서관 앞 입구
무함마드 빈 라시드 도서관은 지난 2016년 2월 1일 두바이 통치자 셰이크 무함마드 빈 라쉬드 알막툼(Mohammed bin Rashid Al Maktoum) 부통령의 지시로 착공됐다. 중동-북아프리카를 포함하는 ‘메나(Mena)’ 지역 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도서관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도서관 안을 둘러보고 있는 두바이의 통치자 셰이크 무함마드 빈 라쉬드 알막툼(Mohammed bin Rashid Al Maktoum)의 모습
나무 플랫폼에 놓인 거대한 펼쳐진 책과 유사한 디자인은 건축 경이로움의 안식처로서의 또 하나의 두바이 랜드마크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이 도서관은 두바이 알 자다프(Al Jaddaf) 지역에 위치하고 있고, 약 1,000명의 손님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5만4,000제곱미터의 땅에 걸쳐 있다.
입구는 나무로 구성돼 있고 안에 유리문이 열리면 도서관으로 진입할수 있다
개관시간은 아침 9시부터 밤 9시 (월, 화, 수, 목, 토) 그리고 오후 2시부터 밤 9시 (금) 이렇게 된다. 일요일은 휴무다. 도서관이라서 입장료는 없으나 한정된 인원을 수용하기 때문에 도서관 공식 사이트에 들어가서 미리 티켓을 예매해야 한다. 한번 들어가면 몇시간까지 있어야 한다는 제약은 없으니 자유롭게 머물다 나오면 된다.
널찍한 공간 벽면을 가득 메운 책의 모습. 직접 가서 보면 참으로 멋지다
처음 이 곳에 들어가보면 ‘진짜 크고 깨끗하다’란 느낌이 들 것이다. 10억 디람(약 3600억원)을 들여 건설된 무함마드 빈 라시드 도서관에는 일반 도서관, 에미레이트 도서관을 포함한 모두 9개의 전문 도서관과 청소년, 어린이, 특별 컬렉션, 지도 및 지도책, 미디어 및 예술, 비즈니스 및 정기 간행물 등이 있다.
한 관람객이 도서관 안을 주의깊게 둘러보고 있다
안에 들어가면 우선 커다란 위층으로 통하는 에스컬레이터가 보이는데, 속이 다 투명하게 보여서 신선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양쪽 끝 벽을 가득 메운 책들이 도서관 방문객을 맞이해준다. 로비 한 가운데는 카메라로 현재 지나가고 있는 내 모습을 찍는 장치도 설치되어 있다.

필자의 경우에는 스케줄이 없는 날 아침 일찍 가서 자리좋은데 자리를 맡고 공부를 하다가 지루해지면 옆에 꽂혀 있는 잡지도 읽고 도서관내를 돌아다니는 등 거의 이 도서관을 전세낸 것처럼 생활하고 있다. 우리나라 같으면 아침부터 오픈런을 해서 자리를 맡고 전쟁이 벌어지겠지만, 두바이에서는 그런 부담 없이 누구나 여유롭게 지낼 수 있다.

도서관 안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모습
도서관은 7층 높이다. 또한 2층짜리 카페와 아름다운 정원, 500명 이상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원형극장이 있다. 백만 개가 넘는 인쇄물 및 디지털 서적, 6백만 개가 넘는 연구 기사, 7만3,000개 이상의 악보, 7만5,000개의 영화, 거의 1만3,000개의 기사, 5,000개 이상의 역사 인쇄 및 디지털 저널, 약 3만5,000개의 인쇄 및 디지털 신문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도서관 열람실에는 편안한 의자와 테이블이 마련돼 있어 누구든지 와서 편하게 독서에 빠질수 있다
도서관 측은 최근 자동화되는 책 보관 기술, 전자 도서 검색 시스템, 셀프 서비스 키오스크, 도서 디지털화 시설, 방문자를 지원하는 지능형 로봇 등 현대 기술과 인공 지능을 사용할 것이란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요즘 대세인 환경보전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노력도 이 도서관에서 눈여겨볼 점이다. 이런 것들이 요즘 지어지는 건물들의 테마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얼마나 더 환경친화적인가 얼마나 더 많은 에너지를 아낄수 있는가 그리고 얼마나 지속가능한 개발인가. 이 도서관의 경우엔 지붕에 장착된 태양광 패널이 건물 에너지 수요량의 20%를 제공한다고 한다.

도서관 측은 “독특한 디자인으로 물 사용량을 50% 줄이면서 내부를 열로부터 보호하고 시원한 온도를 유지한다.”며 “천장의 창문은 자연 채광을 받아 사용하는 전기의 양을 상당히 줄여주고 재생수는 인근 공장에서 사용되어 물 사용량도 줄인다”고 밝혔다.

샤르자에 위치한 ‘지혜의 집(The House of Wisdom)’ 도서관
사실 이러한 훌륭한 도서관이 두바이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이곳 로컬들 사이에서는 두바이보다는 옆동네 ‘샤르자(Sharjah)’가 조금 더 출판문화의 허브라는 평을 듣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샤르자는 세계 도서 비엔날레도 매년 개최하고 있으며, ‘지혜의 집(The House of Wisdom)’이란 훌륭한 도서관도 있고, 출판 및 서적 자유경제무역지대도 있을만큼 관련 경제 활동도 활발하기 때문이다.

반면 지금까지의 두바이의 이미지는 화려함과 럭셔리함 그리고 축제가 항상 있고 불이 꺼지지 않는 부자의 도시 유흥의 도시 아니던가. 어쨌든 이러한 두바이 무함마드 빈 라쉬드 도서관의 개관으로 인해 샤르자의 지혜의 집 (House of Wisdom) 도서관과 함께 UAE를 대표하는 양대 도서관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화려한 두바이 다운타운의 모습. 과연 두바이는 돈 많은 부자도시를 넘어서 소프트 파워가 있는 문화도시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인가
과연 두바이는 돈만 많은 부자도시를 넘어서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이탈리아 로마, 미국 로스엔젤레스처럼 문화와 소프트 파워가 있는 문화도시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인가. 두바이 통치자는 중동 최대 규모로 지은 이 도서관에서 그 해답을 찾으려 하는 것 같다.

이 도서관이 단순히 규모만 큰 도서관이 될지 아니면 평범한 도서관을 넘어 전시관과 강연장, 컨퍼런스룸을 함께 갖추고 그곳에서 창조적 혁신이 일어나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성공적으로 안착할지는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원요환 UAE항공사 파일럿 (前매일경제 기자)]

john.won320@gmail.com

아랍 항공 전문가와 함께 중동으로 떠나시죠! 매일경제 기자출신으로 현재 중동 외항사 파일럿으로 일하고 있는 필자가 복잡하고 생소한 중동지역을 생생하고 쉽게 읽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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