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끌' 유한양행, 결국 28년 만에 회장직 부활

천옥현 2024. 3. 15.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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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이 논란 끝에 정기주주총회에서 회장직 신설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28년 만에 다시 회장직제가 부활하게 됐다.

이 때문에 회장직 신설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1996년 이후 28년 만에 회장직이 신설된다는 소식에 많은 주주들이 주총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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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서 95% 찬성... 유일링 이사 "할아버지 유일한 박사의 정신이 무엇보다 중요"
15일 열린 유한양행 주주총회에 참석한 유일링 유한학원 이사. 사진=천옥현 기자

유한양행이 논란 끝에 정기주주총회에서 회장직 신설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28년 만에 다시 회장직제가 부활하게 됐다.

유한양행은 15일 서울 동작구 본사에서 열린 '제101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결의로 회장, 부회장을 선임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정관 변경의 건'을 통과시켰다.

앞서 유한양행이 주주총회 소집공고를 통해 해당 안건을 공개하자 이정희 유한재단 이사회 의장을 회장으로 선임하기 위한 조치라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이 때문에 회장직 신설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이날 주총이 열린 사옥 밖에는 회장직 신설 등을 반대하는 임직원들의 트럭 시위 차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1996년 이후 28년 만에 회장직이 신설된다는 소식에 많은 주주들이 주총장을 찾았다. 시작 시간인 10시에 가까워지자 총회장은 가득 찼고, 일부 주주들은 일어선 채로 주총에 참석해야만 했다.

주주총회장도 직제 신설을 찬성하는 주주들과 반대하는 주주들의 의견 충돌로 뜨거웠다. 주총에 참석한 주주 A씨는 "회사가 지금 잘 성장하고 있는데, 왜 회장직을 신설해야 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며 구체적인 이유를 물었다.

이에 대해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는 "회사 규모가 커짐에 따라 정관 변경 필요성을 느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능력있는 사람을 영입하기 위한 조건들이 현실과는 맞지 않았고, 법무법인 컨설팅을 통해 회사 정관을 수정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유한양행 정기 주주총회. 사진=천옥현 기자

다른 주주는 B씨는 "외부에서 인물 영입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 사람이 유한의 정신을 이해할 지 모르겠다"며 "이를 내부에서 추진하면 옥상옥 구조로 가겠다는 건데 이보다는 50대 사장이 나오는 체제로 가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주주들도 있었다. 유한양행에 40년 이상을 근무했고, OB 모임을 대표해 나왔다는 C씨는 "임직원이나 주주들이 다른 기업들에서 일어나는 장기 집권, 횡포 등을 보고 트라우마를 가진 것 같다"며 "개인적으로 현 시점에서 글로벌 유한양행이 되기 위해서는 직제 신설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누가 되느냐가 의심을 살 수도 있는 부분"이라며 "회장후보추천위원회 등 객관적인 절차를 통해 주주와 임직원이 모두 납득할 수 있는 회장을 뽑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한양행은 회사 목표인 글로벌 50대 제약회사로 나아가기 위한 정관 변경이라면서, 당장 회장을 선임하는 일은 별개라는 내용을 강조했다. 조 대표는 "지금 자리를 만들어 놓은 것도 아니고, 당장 회장·부회장을 모시자는 게 아니다"라며 "회장직을 신설한다고 해도 지금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날 가장 뜨거운 관심을 모은 사람은 조욱제 대표도, 이정희 의장도 아니었다. 유일한 창업주의 유일한 손녀 유일링 유한학원 이사였다. 유 이사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회장직 신설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유일링 이사는 이날 주총에 앞서 취재진에게 "할아버지 유일한 박사의 정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주총에서는 "유일한 박사의 이상과 정신이야말로 회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이라며 "이에 맞춰 정직한 방법인지, 지배구조에 도움이 되는 일인지 평가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그간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관변경의 건은 95%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정관 변경 의안이 결론나자 대표이사 선임 등 다른 의안들은 물 흐르듯이 통과됐다. 이후 긴급이사회를 통해 조욱제 대표는 재선임됐다. 이정희 의장도 기타비선임이사로 재선임됐다.

천옥현 기자 (okhi@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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