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파묘’의 ‘장사 등에 관한 법률’

파이낸셜뉴스 2024. 3. 15.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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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묘'(감독 장재현)는 조상의 묫자리가 살아있는 후손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전제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매장에서 화장으로 장례방식이 변화된 것은 국민들의 의식 변화가 주된 이유겠지만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 영향을 미친 면도 있습니다.

영화는 조상의 묫자리가 후손의 운명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전제로 하지만 이는 생각과 믿음의 문제입니다.

생각과 행동 등에 따라 그 사람의 운명이 좌우될 수는 있어도 조상의 묫자리가 살아있는 사람의 운명을 좌우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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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묘’(감독 장재현)는 조상의 묫자리가 살아있는 후손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전제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다소 익숙한 미신을 소재로 하여 조금 편하게 다가오지만 제대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은 작품입니다.

우리는 현재 경험하는 세상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어느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사후의 세계를 파악하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합니다. 두려움이나 현재의 고달픔에 대한 극복의 바램 등으로 미지의 사후 세계를 현재의 삶과 연관시켜 상상만 하고 있을 뿐입니다.

사람이 사망하면 그 사람에게는 그걸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임에도, 인식할 수는 없지만 사후 세계가 있다는 전제하에 명당을 잡아 명복을 빌면서 장례식에서 부장품을 같이 묻습니다. 장례방식은 지역과 문화 등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장례방식은 티벳 등에서 행하여진 조장(鳥葬, 시체 처리를 조류에 맡기는 장례법), 우리나라 일부 지역에서도 행하여진 풍장(風葬, 시신을 지상에 노출시켜서 풍화시키는 장례법), 신라 문무왕의 수중릉과 같은 수장(水葬, 시체를 강이나 바다에 장사지내는 장례법), 불교 쪽에서 주로 행하여진 화장(火葬, 시체를 불에 태워서 처리하는 장례법), 우리나라에서 예전부터 주로 행해졌던 매장(埋葬, 시체를 땅에 묻는 장례법) 등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인 장례방식은 매장이었지만 현재는 화장을 거친 다음 납골당에 안치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매장에서 화장으로 장례방식이 변화된 것은 국민들의 의식 변화가 주된 이유겠지만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 영향을 미친 면도 있습니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은 장사의 방법과 장사시설의 설치 · 조성 및 관리 등에 관한 사항을 정하여 보건 위생상의 위해를 방지하고, 국토의 효율적 이용과 공공복리 증진에 이바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되었습니다.

이 법에 따르면, 사망 또는 사산한 때로부터 24시간이 지난 후가 아니면 매장 또는 화장을 할 수 없습니다. 공설묘지나 사설묘지 등의 일정 구역 외에서는 매장도 할 수 없고, 화장시설 외의 시설 또는 장소에서 화장할 수 없습니다.

매장을 한 사람은 매장 후 30일 이내에 매장지를 관할하는 시장 등에게 신고해야 합니다. 화장, 개장하려는 사람도 관할하는 시장 등에게 신고해야 합니다. 묘지는 문화재 보호구역이나 상수원 보호구역 등에 설치할 수 없습니다.

묘지의 분묘 형태는 봉분, 평분 또는 평장으로 하여야 하고, 봉분의 높이는 지면으로부터 1미터, 평분의 높이는 50센티미터 이하여야 합니다. 묘지는 20호 이상의 인가밀집지역, 학교 등의 장소로부터 300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 설치해야 하는 등의 제한이 있습니다.

분묘의 설치기간은 30년입니다. 위 30년이 지난 분묘는 허가를 받아 1회에 한하여 30년을 연장할 수 있습니다. 분묘의 설치기간이 끝난 경우, 분묘의 연고자는 끝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분묘에 설치된 시설물을 철거하고 매장된 유골을 화장하거나 봉안해야 합니다.

분묘에 대해서 아무런 권한이 없는 사람이 이를 함부로 발굴하거나 종교적 양속에 반해 함부로 발굴하면 분묘발굴죄가 성립합니다. 영화 속에서 분묘의 관리자인 장손의 동의를 받아 조상의 분묘를 발굴하였으므로 분묘발굴죄는 성립하지 않을 것입니다.

영화는 조상의 묫자리가 후손의 운명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전제로 하지만 이는 생각과 믿음의 문제입니다. 생각과 행동 등에 따라 그 사람의 운명이 좌우될 수는 있어도 조상의 묫자리가 살아있는 사람의 운명을 좌우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 사진=‘파묘’ 포스터,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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