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완벽한 귀

최원형 기자 2024. 3. 15. 14:1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에드먼드 포셋은 '보수주의'에서 보수주의가 자유주의와 타협하고 적응한 끝에 자유주의가 주도했던 '자본주의적 근대'를 소유하게 됐다고 주장합니다.

포셋이 말한 '타협과 적응을 잘 해낸' 보수주의의 역사적 사례 가운데 하나로 19세기 영국 보수당을 꼽을 수 있을 텐데, 지은이는 특히 '더비' 에드워드 스탠리(1799~1869)와 벤저민 디즈레일리(1804~1881)로부터 '솔즈베리' 로버트 개스코인-세실(1830~1903)로 이어지며 영국 보수당이 근대 정당으로 자리를 잡는 흐름에 주목합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책거리
19세기 영국 보수당 정치인 벤저민 디즈레일리. 위키미디어 코먼스

에드먼드 포셋은 ‘보수주의’에서 보수주의가 자유주의와 타협하고 적응한 끝에 자유주의가 주도했던 ‘자본주의적 근대’를 소유하게 됐다고 주장합니다. 포셋이 말한 ‘타협과 적응을 잘 해낸’ 보수주의의 역사적 사례 가운데 하나로 19세기 영국 보수당을 꼽을 수 있을 텐데, 지은이는 특히 ‘더비’ 에드워드 스탠리(1799~1869)와 벤저민 디즈레일리(1804~1881)로부터 ‘솔즈베리’ 로버트 개스코인-세실(1830~1903)로 이어지며 영국 보수당이 근대 정당으로 자리를 잡는 흐름에 주목합니다.

보수당은 보수주의 정당이면서도 되레 선거권 확대 등 자유민주주의 제도의 강화를 심화시켜, 국교회·농업·시골에 애착하던 영국 보수주의를 근대 자본주의의 도시와 산업 환경에 맞도록 적응시켰습니다. 더비, 디즈레일리, 솔즈베리는 보수당을 이끄는 동안 선거법 개혁을 주도해 선거권을 확대했고, 노동자 재해 보상 제도를 도입하는 등 사회적 고통 경감에 나섰습니다. 고정관념 속 보수주의와는 사뭇 다른 모습 때문에 디즈레일리 등에는 ‘진보적’ 보수주의란 수식어가 붙기도 합니다.

역사적 흐름에 따라 변화 자체는 불가피하다는 것을 받아들였던 보수주의자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변화는 누군가에게 혜택을 주겠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손상을 줄 것입니다. 이때 변화를 밀고가는 사람들이 놓치기 쉬운, 손상 입은 존재들을 발견해내고 이들로부터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이야말로 보수주의의 가장 특출난 역량 아니겠습니까. 디즈레일리는 중산층의 이야기를 듣는 “완벽한 귀”를 가졌었다고도 평가받는데, 이 ‘완벽한 귀’야말로 보수주의의 유일한 존재 이유일 것입니다.

최원형 책지성팀장 circle@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