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한국 정치 풍자극일까?[알쓸공소]
'사치의 상징' 벗겨내고 실제 역사 집중
정치인의 권력 야욕·언론의 가짜 뉴스
동시대 반영한 이야기로 공감대 형성
‘알쓸공소’는 ‘알아두면 쓸모 있는 공연 소식’의 줄임말입니다. 공연과 관련해 여러분이 그동안 알지 못했거나 잘못 알고 있는, 혹은 재밌는 소식과 정보를 전달합니다. <편집자 주>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마리 앙투아네트가 뮤지컬로도 나오네요?”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궁금증을 풀기 위해 최근 서울 구로구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 ‘마리 앙투아네트’를 관람하고 왔습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였습니다.
재판까지 간 마리 앙투아네트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사기 사건’
공연에는 최근 정치권에서 마리 앙투아네트가 언급하게 된 사건과 유사한 이야이가 등장합니다. 마리 앙투아네트를 둘러싼 보석 다이아몬드 사기 사건입니다. 극 중 왕실 보석상인 뵈머가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고가의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팔기 위해 로앙 추기경, 라모트 백작부인과 손을 잡고 음모를 꾸민다는 이야기입니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목걸이를 구매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프랑스 국민은 이를 믿지 않습니다.
공교롭게도 한국의 정치상을 반영한 것 같은 장면인데요. 사실은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한 내용입니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왕실의 재정난 때문에 목걸이를 구매해달라는 뵈머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사건은 재판으로까지 이어졌고 마리 앙투아네트는 무죄로 판명받았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으로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덧씌워진 ‘사치’의 상징이라는 이미지가 더 강해졌고, 이는 프랑스 왕정의 기반을 무너뜨리게 되는 발판이 됐습니다.
프랑스 혁명 묘사 아쉽지만…실제 역사 반영해 흥미
그래서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는 많은 이들이 예상한 것처럼 지금의 한국 정치를 풍자하는 작품이 아닙니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 나아가 전 세계의 정세를 반영한 장면은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권력을 장악하고자 하는 정치인의 야욕, 그리고 가짜뉴스로 여론을 호도하는 언론의 모습이 그렇습니다. 과거의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가 지금도 무대에 오를 수 있는 이유는 이러한 동시대성을 담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다만 작품이 마리 앙투아네트를 지나치게 신격화한다는 인상도 전혀 없진 않습니다. 프랑스 혁명을 이끈 시민을 권력과 언론의 가짜 뉴스에 선동 당한 무지(無知)한 존재로 묘사한 부분은 동의하기 힘듭니다. 그럼에도 ‘마리 앙투아네트’는 잘못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에 대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던집니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이번이 10주년 기념공연으로 ‘그랜드 피날레’를 내세웁니다. 다음 시즌은 대대적인 변화를 가미할 것이라고 하네요. 공연은 오는 5월 26일까지 이어집니다.
장병호 (solan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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