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 삼성전자에 60억달러 이상 보조금 지급 계획”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에서 생산시설을 설치·보강하는 반도체 업체들에게 ‘칩과 과학법’에 따라 거액의 보조금을 주기로 한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에는 60억달러(약 7조9700억원) 이상을 지급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블룸버그는 미국 상무부가 삼성전자에 60억달러 이상을 주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보조금 협상에 대해 아는 소식통들을 인용해 14일 보도했다. 업체들과 보조금 지급 조건과 규모를 협상해온 상무부는 이달 안에 삼성전자 등 주요 업체들에 대한 보조금 지급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도 한국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방침은 정해졌고, 이달 말에 발표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삼성전자 보조금은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 근처인 테일러에 170억달러를 들여 만들 생산시설뿐 아니라 알려지지 않은 주요 투자도 포괄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로 미뤄 삼성전자는 공개되지 않은 다른 대규모 대미 투자 계획도 상무부와 협의 중인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삼성전자 보조금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는 않아 유동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조금을 앞세워 반도체 생산시설을 대거 유치한다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적극적 계획은 세계 반도체 산업의 생산 거점에 변동을 일으킨다는 점과 함께 각 업체들이 얼마를 받는지를 두고도 관심을 끌고 있다. ‘칩과 과학법’에 따른 총 보조금은 390억달러, 대출금과 대출 보증금은 750억달러다. 미국 업체 인텔은 보조금과 대출금을 합쳐 100억달러 이상 지원 받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대만 티에스엠시(TSMC)는 50억달러가량 받을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지난달 말 한 싱크탱크 대담에서 총 보조금 390억달러 중 첨단 반도체 분야에 280억달러를 지급하는데 업체들이 요청한 지원금 합계가 700억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미국 상무부는 앞서 구세대 반도체 업체들에 대한 3건의 보조금 지급 계획을 내놨다. 지난해에 12월 F-35 전투기용 칩을 만드는 영국 비에이이(BAE) 시스템즈의 뉴햄프셔주 공장에 3500만달러를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1월에는 미국 업체 마이크로칩테크놀로지에 1억6200만달러, 2월에는 미국 업체 글로벌파운드리스에 15억달러를 주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반도체 투자 보조금은 10년간 중국에서 생산 능력을 5% 이상 확대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한다. 또 미국 정부는 세부 지침을 통해 예상 현금 흐름과 반도체 수율(무결함 제품 비율) 등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내용을 제출하도록 해 업체들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이익이 발생하면 미국 정부와 공유한다는 내용의 초과 이익 환수 방침도 지침에 담았다. 미국 상무부는 이런 내용들이 지나치는 지적과 관련해 구체적 보조금 지급 조건은 개별 기업들과 협상으로 확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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