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향 신화를 믿는 당신...그러다간 도넛에서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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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인류의 활동이 지구환경을 좌지우지하는 새로운 지질시대인 '인류세'로 들어섰다는 주장이 나온 지 오래입니다.
이달 초 인류세를 새로운 지질시대로 공인하는 안이 국제 지질학계에서 부결됐다.
레이워스는 도넛의 두 경계를 지구시스템 과학자 요한 록스트룀의 행성적 경계 연구와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서 가져왔다.
도넛 안쪽에 떨어지면 인간은 빈곤과 차별의 밑바닥을 기고, 도넛 바깥쪽에 떨어지면 우리가 사는 행성이 비가역적인 미지의 상태에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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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인류의 활동이 지구환경을 좌지우지하는 새로운 지질시대인 ‘인류세’로 들어섰다는 주장이 나온 지 오래입니다. 이제라도 자연과 공존할 방법을 찾으려면 기후, 환경, 동물에 대해 알아야겠죠. 남종영 환경논픽션 작가가 4주마다 연재하는 ‘인류세의 독서법’이 길잡이가 돼 드립니다.
이달 초 인류세를 새로운 지질시대로 공인하는 안이 국제 지질학계에서 부결됐다. 인공 방사성 물질인 플루토늄을 지표로, 1950년대를 인류세의 시점으로 하는 안이었다. 이 안은 지층을 연구하는 층서학자들의 두 차례 투표를 거쳐 올해 8월 부산에서 열리는 세계지질과학총회에서 비준·선포될 예정이었다. 자격 없는 이가 투표에 참여하는 등 절차적 문제가 폭로됐지만, 이번 결과를 뒤집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문제는 인류세 부결이 많은 정부, 기업과 사람들에게 ‘아직은 괜찮아’라는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석탄·가스 발전소 좀 더 지어도 돼’ ‘숲과 나무를 좀 더 잘라내도 돼’ 같은 이야기들 말이다. ‘아직은 괜찮아’에는 우리에게 뿌리 깊은 ‘우상향 곡선’의 신화가 자리 잡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이 늘어나면 인간의 자유와 권리가 증진되고 결국 이상향에 이르리라는 관점 같은 것 말이다. 우리는 일상에서도 우상향을 추구한다. 시험 점수, 연봉, 페이스북 친구 수, 스마트폰에 깐 주식거래 앱의 빨간색 그래프, 훤칠한 키, 우람한 몸무게… 아, 몸무게는 좌하향이다.
영국 구호단체 옥스팸 출신으로 주류 경제학에 도전장을 내민 책 ‘도넛 경제학’의 저자 케이트 레이워스는 ‘위로 가는 게 좋은 것’이라는 메타포가 사회 깊숙이 스며들어 현대인의 생각하고 말하는 방식을 결정한다고 말한다. 경제 성장이 영원히 지속될 거라고 암암리에 전제하는 주류 경제학도 마찬가지다. 레이워스는 말한다. “아직 괜찮다고? 그러다간 도넛에서 떨어져!”
도넛이란 무엇인가. 우상향 그래프 대신 세상을 새롭게 보는 방식이다. 당신이 도넛 위에 산다고 상상해 보라. 도넛의 바깥쪽 고리는 행성적 경계다. 기후변화, 대기오염, 생물다양성 등 지구 환경이 버틸 수 있는 9개 영역의 한계치다. 도넛의 안쪽 고리는 사회적 기초의 한계선이다. 물과 식량, 에너지 접근성, 소득과 일자리, 주거 안정, 성평등 등 우리에게 사회적으로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이다.
식량과 에너지 개발을 하더라도 행성적 경계를 넘어선 안 된다. 반대로 지구 환경을 지킨다고 해서 최소한의 복지를 방기해선 안 된다. 즉, 인류는 양쪽의 한계 내인 푹신푹신한 도넛 빵 위에 자리 잡아야 한다.
레이워스는 도넛의 두 경계를 지구시스템 과학자 요한 록스트룀의 행성적 경계 연구와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서 가져왔다. 도넛 안쪽에 떨어지면 인간은 빈곤과 차별의 밑바닥을 기고, 도넛 바깥쪽에 떨어지면 우리가 사는 행성이 비가역적인 미지의 상태에 들어선다. 기후변화, 질소와 인의 토양 축적, 생물다양성 손실, 토지 개간 등 이미 네 개 영역에서 행성적 경계를 초과했다. 우리는 지금 조각배를 타고 거친 강을 내려가고 있다. 다행히 도넛 모양의 지도는 ‘전방에 폭포 있음’이라고 알려준다.
나는 레이워스가 말한 경제학의 목표에 반했다. 도넛 경제의 목표는 ‘피어나는 생명의 망 속에서 번영하는 인간’이다. 도넛이 이렇게 존경스러워 보일 때가 없다. 학교에서 도넛을 가르쳐야 한다.
남종영 환경논픽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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