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에 걸맞은 주가 보여달라"…지지와 실망 동시에 보낸 주주들

박미리 기자 2024. 3. 15.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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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8시30분. 삼성물산 정기 주주총회를 앞둔 서울 강동구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시티오브런던 등 5개 행동주의 펀드들과 이익배당, 자사주 취득 안건에 대한 표대결이 예정된 영향이다. 이들은 주총이 열리기 한 달 전부터 "자사주 매입, 배당 증액을 통해 총 1조2364억원 규모 추가 주주환원을 해야한다"면서 삼성물산을 압박했다. 비록 펀드 연합의 합산 지분이 2% 미만이고 삼성물산 특수관계인 지분은 33%가 넘었지만, 소액주주(40%) 표심을 감안할 때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삼성물산 정기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 /사진=박미리 기자
주주, 펀드와 표대결서 삼성물산 지지
이날 삼성물산 주총은 오전 9시 정각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의 개회 선언으로 시작됐다. 초반부터 소액주주 질의가 쏟아지면서, 삼성물산과 행동주의 펀드들 간 표대결은 주총 시작 1시간15분만에 이뤄졌다. 먼저 이들은 이익배당 안건을 놓고 맞붙었다. 삼성물산은 배당을 주당 보통주 2550원·우선주 2600원 책정했다. 행동주의 펀드들은 보통주 4500원·우선주 4550원을 제안했다. 양립할 수 없는 안건이다보니, 주총에 참여한 주주들은 두 의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이 15일 오전 삼성물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미리 기자
오 사장은 "자사는 중장기 기업가치 극대화를 위해 3년 단위로 주주환원 정책을 수립, 이행하고 있다"며 "작년이 3개년(2023~2025회계연도) 정책 첫 해로, 관계사 배당수익 중 세금을 제외한 70%를 배당 재원으로 쓰기로 했다"고 했다. 배당은 관계사 배당수익을 바탕으로 안정적 기조를 유지하고, 나머지 재원은 미래 투자에 투입해야 기업의 지속가능 성장이 가능하다는 취지다.

하지만 펀드 대리인으로 참석한 도현수 변호사(법무법인 린)는 "삼성물산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대표적인 사례"라며 "전례없이 많은 주주들이 우리를 지지했다. 삼성물산에 변화가 필요하단 얘기"라고 말했다. 자사주 취득 안건을 제안한 데 대해서는 "자사주를 55% 할인된 가격으로 취득하는 것은 주주들에 상당한 가치를 줄 수 있다"며 "자본을 가장 높은 수익률로 투자자에 배분할 수 있고, 한국 정부의 기업가치 제고 추진 기조에도 부합하는 등 단기적인 주주가치 제고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했다.

두 안건을 놓고 펼쳐진 표대결에서 웃은 곳은 삼성물산이다. 지난 한 달간 신경전이 무색할 정도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이익 배당은 삼성물산 안건에 77%(1억600만주) 표가 몰렸다. 특히 5000억원 자사주를 취득하라는 펀드 연합측 안건에 대한 찬성표는 18%(2400만주)에 불과했다. 주총 시작부터 삼성물산 경영진과 각을 세웠던 주주 A씨도 "재원이 있으면 향후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게 신사업에 투자해야 한다"며 "이런 식으로 자사주를 취득하는 것은 주주들에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회사 편을 들었다. 결국 이날 주총에서 삼성물산은 주주들의 전폭적 지지에 힘입어 펀드연합의 공세에서 벗어났다.
도현수 변호사(법무법인 린)가 15일 오전 삼성물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미리 기자
배당·주가 불만 토로
하지만 일부 주주들은 주총 현장에서 삼성물산 주가에 대한 실망감도 토로했다. 주주 B씨는 "삼성물산 주식을 49년째 보유하고 있는데 제일모직과 합병 등을 거친 동안 주가 하락으로 1억8000만원을 손해봤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이니까 손해가 언젠가 회복되겠지 했는데 죽을 나이가 됐다"며 "죽기 전 손실 본 것을 보충할 수 있게 IR(기업설명)을 열심히 해달라"고 했다.

소액주주 질의로 주총 진행이 지체되자 주주 C씨는 "최고기업 삼성물산이 합병이전 주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의문으로 주가 문제가 해결되면 주총장은 축제가 될 것"이라며 "문제는 주가이며 답도 주가"라고 말했다. 이날 삼성물산 주총은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쏟아지면서 1시간52분 동안 진행됐다.

배당 기준과 자사주 정책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주주 D씨는 "삼성물산 수익은 자체 사업과 관계사 매출로 나뉘는데, 이중 자체 사업 영업이익이 작년부터 올해까지 계속 늘었다"며 "관계사 수익만 가지고 배당을 하는 것은 부족하다"고 말했다. 주주 E씨는 "왜 이렇게 자사주를 많이 가지고 있느냐"며 "이 돈을 은행에 넣으면 이자 5%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오 사장은 "자사 자본배분 정책의 최우선은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주주가치 제고로, 사업에 대한 투자없이 이룰 수 없다"며 "주주들의 의견을 참고해 향후 3개년 주주환원 정책을 정할 때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자사는 2022년부터 업그레이드 된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며 "실적 성장을 지속하면서 시장 신뢰를 받고 있고, 작년 하반기부터 주가도 회복하고 있다"고 했다.

박미리 기자 mil0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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