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월급쟁이로 살 때는 미처 몰랐던 것들
대학서 경제학 가르치던 교수, 파이어족으로 2년 살아보고 느낀 것들
대학에서 경제학과 경영학을 가르치던 교수가 만 52세의 나이에 사표를 던지고 파이어족(경제적 자립 후 조기 은퇴)이 된다. 정년까지 13년을 더 보장받을 수 있었지만, 직업을 과감하게 버린 것이다. 2014년 비트코인, 미국 주식 등에 투자하면서 50억원을 달성하면서다. 안정적인 교수라는 직업을 그만둔 파이어족의 삶은 어떨까.
파이어족이 된 전(前) 대학교수가 지난 2년간의 파이어족 생활이 자신에게 가르쳐준 것, 자본주의에 대한 깨달음 등을 정리한 신간 ‘월급쟁이로 살 때는 미처 몰랐던 것들’을 냈다.
저자는 2018년경부터 직장 수입을 완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의 자금이 만들어지면 직장을 그만둔다는 결심을 했다. 목표로 한 수익은 13억원이었다. 일차적으로 큰 수익을 안겨준 것은 가상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이었다. 그는 2014년 비트코인 책을 읽고 1000만원으로 비트코인 20개 구매했다. 비트코인은 4년마다 다가오는 반감기와 각종 호재 등으로 개당 4300만원을 넘어섰다. 그 외 미국주식 등에 투자한 수익금도 있다. 2021년 목표했던 수익금을 당초 계획보다 빠르게 달성한 그는 월급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이 섰고, ‘직장을 그만두겠다’는 고민을 실행에 옮긴다.
그가 은퇴를 결심한 것은 단지 돈 때문만은 아니었다. 저자는 “사람들은 흔히 교수라는 직업을 좋다고 말하지만, 나 스스로 교수라는 직업을 좋아하지 않았고 이것이 인생의 목표는 아니었다”고 술회한다. 직장을 옮기는 것과 직장 생활을 완전히 그만두는 건 다른 차원이다.
교수라는 안정적인 직업을 그만둔 뒤에는 후유증도 따른다. 직장을 그만두니 바로 직장건강보험에서 지역건강보험으로 넘어간다는 점이다. 이상한 점은 지역건강보험으로 넘어가면서 보험료가 훨씬 늘어난다는 점이다. 직장이 없어지면 소득도 함께 없어진다. 그런데 건강보험료는 늘어난다. 소득은 없는데, 건보료는 급증한다. 또 다른 일도 있다. 은행은 돈이 많아도 무직자에게는 관대하지 않다. 저자가 직장을 그만둔 그 달, 은행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직장이 없어 마이너스 통장이 더 이상 연장되지 않으니, 빚 6000만원을 통장 만기일 이전에 모두 채워 넣으라는 것이다. 저자는 “은행은 재산 상황을 파악하고 대출 상환 능력이 있나 없나를 판단하는 게 아니다”라면서 “재산이 하나도 없어도 교수면 대출을 해주고, 재산이 많아도 교수가 아니면 대출을 안 해준다”고 말한다.
이 책에는 사표를 던진 교수의 2년간의 파이어족 생활의 장점과 단점 등이 담겨 있다. 파이어족이 되고 나서 좋은 점은 ‘싫어하는 일 하지 않기’과 ‘원하는 대로 시간 보내기’다. 반면 파이어족이 되고 나서 나쁜 점도 있다. 모든 문제에는 본인의 선택과, 책임이 따른다는 점이다. 파이어족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만 하기 위해 선택하는 삶이다. 저자는 직장이라는 굴레를 벗어나면서 오는 부작용, 느낀점 등을 말한다. 무엇보다 파이어족이 되어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여전히 ‘돈’이라는 굴레라는 점도 강조한다.
특히 저자는 경제학 교과서에서는 결코 보지 못했던 사실을 파이어족이 되고 나서 깨닫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그중 하나가 ‘자본주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것이다. 그는 “내가 파이어족이 되고 나서 알게 된 사실은, 자산가들에게는 일하는 게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는 점”이라고 말한다.
파이어족의 좋은 점을 이야기하는 책들은 많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파이어족이 되는 게 인생의 주요 여정을 마무리 짓는 종착역은 아니라는 점”이라면서 “계속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의 질문이 던져진다”고 전한다. 은퇴 이후에도 자기가 좋아하는 일,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일은 인간의 숙명이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파이어족의 생활과 생각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최성락 지음ㅣ월요일의꿈ㅣ288쪽ㅣ1만8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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