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검찰, 라임 사태 ‘몸통’ 이인광 재수사 칼 빼들었다 

송응철 기자 2024. 3. 15.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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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엠네트웍스 본사 등 대대적 압수수색
이 회장 도피 자금으로 활용됐는지 여부도 주목

(시사저널=송응철 기자)

검찰이 '라임자산운용 1조6000억원대 환매 중단 사태'의 몸통으로 지목되는 이인광 에스모 회장에 대한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그는 해외도피 중에 측근을 내세워 자신이 실소유한 상장사를 대리 경영했으며, 이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하도록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번 수사는 시사저널이 '[단독] 라임 사태 주범 이인광, 해외도피 중 원격경영으로 백억대 횡령 의혹' 제하의 기사를 통해 관련 의혹을 제기한 지 8개월여 만에 이뤄졌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최근 이엠네트웍스 본사 등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엠네트웍스는 이 회장이 실소유한 상장사 중 하나다. 그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과 김정수 전 리드 회장,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 등과 함께 '라임 회장단'으로 불린 기업사냥꾼이다. 이 회장은 라임자산운용 자금 2500억원을 동원해 동양네트웍스(현 비케이탑스)와 에스모(현 에이팸), 에스모머티리얼즈(현 이엠네트웍스), 디에이테크놀로지 등 상장사를 연이어 인수했다.

이 회장은 2019년 라임 사태에 대한 검찰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 신분이 됐다. 그는 자신이 실소유한 상장사 자금을 횡령하고 주가조작 등을 통해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 등을 받았다. 그러나 이 회장은 수사 시작 직후 차명 보유 중이던 동양네트웍스 지분을 담보로 한 저축은행에서 수백억원대 대출을 받은 후 종적을 감췄다. 그는 현재까지도 검찰의 수배를 피해 해외도피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최근 이인광 에스모 회장이 실소유한 이엠네트웍스 본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시사저널 임준선,박정훈,최준필

이엠네트웍스 홍 회장 등이 주요 피의자

이번 수사의 주요 피의자는 이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홍아무개 이엠네트웍스 회장과 그의 아들 홍아무개씨, 조카 홍아무개씨 등이다. 강남 사채업자인 홍 회장은 이 회장이 평소 '아버지'라고 부를 정도로 친분이 두터운 인물로 알려졌다. 홍 회장과 그의 일가는 이 회장이 해외도피 중인 상황에서 이엠네트웍스를 대리 경영하면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는다.

홍 회장이 이엠네트웍스 경영권을 확보한 건 2022년 초다. 그는 당시 이엠네트웍스 지분이 전무했음에도 경영진을 자신의 가족들로 채웠다. 홍 회장의 조카는 대표이사에 선임됐고, 아들은 총괄본부장(부회장)에 올랐다. 국회의원 출신인 사촌에게는 사외이사 자리가 주어졌다. 이후 이엠네트웍스 자산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외부로 유출됐다.

우선 홍 회장은 이엠네트웍스 재고자산 매각 자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이엠네트웍스는 기업회생절차가 진행 중이던 2022년 5월 경희토류 재고자산 134톤을 69억원에 판매하겠다는 재고자산양수도 계약서 등을 회생법원에 제출해 허가를 받아냈다. 그러나 실제 매매는 159억원에 이뤄졌다.

여기서 발생한 차액 90억원은 이엠네트웍스의 100% 자회사이던 에스모소재기술연구원(현 디에이네트웍스) 법인계좌 등으로 흘러갔다. 이후 에스모소재기술연구원은 자본금을 3억원에서 1000만원으로 축소하는 30대 1 무상감자를 단행한 후 홍 회장이 1억원 유상증자에 참여하도록 했다. 그 결과, 홍 회장은 에스모소재기술연구원 최대주주(91%)에 오르며 이 회사에 입금된 90억원을 사실상 손에 쥐게 됐다.

홍 회장은 상환전환우선주식(RCPS)을 활용해 자금을 유출한 혐의도 받는다. 홍 회장은 지난해 3월 이엠네트웍스가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 145만7316주를 차명으로 매수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후 이엠네트웍스는 상환전환우선주 1주당 3500원을 상환하기로 의결하고 총 51억원을 지급했다. 가공 거래를 통해 자금을 유출한 혐의도 있다. 이엠네트웍스는 2022년 1월부터 7월 사이 기존에 영위하던 사업과 전혀 무관한 컴퓨터 주변기기 및 소모품 유통사업에 진출하겠다며 상품 대금 명목으로 약 39억원을 지출했다. 이 과정에서 이엠네트웍스는 거래업체들로부터 물품공급 계약서와 거래명세표 등을 받았지만 실질적인 상품 공급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조성한 비자금 일부가 이 회장 측에 전달된 정황도 있다. 홍 회장 측은 지난해 초 이 회장의 부인 이아무개씨에게 1억원권 수표 20장을 포함해 총 30억원을 전달했으며, 이 중 상당액은 명동 사채시장 등에서 현금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자금이 이 회장의 도피 자금으로 활용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라임 사태 전면 재수사의 일환

이번 수사는 라임 사태 전면 재수사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검찰은 2020년 초 라임 사태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라임 사태의 주범 대다수가 재판에 넘겨져 유죄 판결을 받았다. 검찰은 지난해 6월 라임 수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무렵 금융감독원이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 등 '3대 펀드 사기'에 대한 추가검사 과정에서 수상한 자금 흐름을 발견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금감원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넘겨받은 검찰은 지난해 8월부터 '3대 펀드 사기'에 대한 재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지난해 디스커버리펀드 수사를 마무리한 후 라임 펀드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이 회장 외에 유력 인사 특혜성 환매와 투자금 횡령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라임자산운용이 환매 중단 직전인 2019년 8월과 9월 특정 기업과 야당 국회의원 등에게 특혜성 환매를 해준 정황을 포착했다. 또 이 과정에서 부족한 환매 자금 125억원을 다른 고객들이 투자한 펀드에서 충당한 사실도 확인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수사가 정치권 로비 의혹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라임펀드 투자금 중 일부가 수표나 코인 등의 형태로 야당 인사들에게 전달되었다는 단서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금감원이 검찰에 라임과 관련해 추가로 통보한 내용도 있고, 기존 수사에서 빠진 내용도 신중히 검토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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