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 팔 곳이 없다”… 경기 부진에 공장 멈춰선 中 정유업계
코로나 시기 제외하면 2016년 이후 최저
부동산 침체 등 경기 부진에 산업 활력↓
정유업계 “민간에도 수출길 열어줘야”
중국 민간 정유업계의 가동률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중국 경제가 부동산 시장에 발목을 잡혀 좀처럼 살아나지 않으면서 이들이 생산하는 디젤(경유) 수요도 낮아진 영향이다. 비교적 규모가 큰 정유기업들도 실적 부진에 시달릴 정도로 상황이 악화하자 현재 국영기업에만 허용돼 있는 석유제품 수출길을 민간에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4일 (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석유화학 시장조사업체 마이스틸 오일켐 통계를 인용해 산둥성 소규모 민간 정유소들의 가동률이 지난 8일 기준 53.5%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이는 2022년 5월 6일(52.6%) 이후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블룸버그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발발 초기(2020년 2월·37.6%)와 상하이 봉쇄 시기(2022년 4월·49.4%)를 제외하면 2016년 이후 이렇게 가동률이 저조한 적이 없었다”고 했다. 2016년은 한해 내내 가동률이 40~50%대를 벗어나지 못했던 때다.
산둥성에 밀집해 있는 민간 정유사들은 ‘티포트(teapot·찻주전자)’라고 불린다. 소규모 정유시설이 찻주전자와 생김새가 비슷해서다. 중국은 페트로차이나, 시노펙 등 국유 정유회사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데, 이들 민간 정유사는 국유 정유사가 관심을 두지 않는 틈새시장을 주로 공략한다. 승인받은 일부 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 해외 시장 수출이 불가능해 중국 내 시장에만 연료를 공급한다. 중국 원유 정제량 중 4분의 1이 이들에게서 나온다.
중국 티포트의 가동률 저하는 경제 전반의 활력이 저하된 영향이다. 이들은 디젤을 주로 생산한다. 디젤은 트럭, 굴착기 등 중장비부터 공장 발전기까지 산업 현장 곳곳에서 사용돼 ‘경제의 연료’라고도 불린다. 즉 디젤 사용량의 감소는 근본적인 산업 활동 약화, 부동산 시장 수요 붕괴, 소비자 지출 감소 등 경기 침체 신호인 셈이다. 블룸버그는 “불확실한 경제 전망이 중국 산업 활동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는 연료인 디젤을 생산하는 정유업체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정유업체에 대한 압박은 원자재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이는 주택 시장의 수요 붕괴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월 중국 신규 주택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1.4% 하락했는데, 이는 전월(-0.7%)은 물론 시장 전망치(-0.3%)까지 크게 하회한 것이며, 지난해 1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인기 2선 도시인 항저우가 지난 14일부터 중고 주택 구매 제한을 모두 폐지하는 등 정부가 직접 나서 구매심리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외 올해 1~2월 산업생산은 1년 전보다 2.4% 증가하며 지난해 9월 이후 처음 반등했지만, 시장 전망치(2.6%)에는 미치지 못했다.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0.7% 상승하며 6개월 만에 플러스를 기록했지만 춘제(설)로 인한 반짝 상승일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국 정유업계 실적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현재 상장돼 있는 민간 정유·석유화학 7개사 중 5개사의 지난해 1~3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적게는 48%, 많게는 98%까지 급감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 정유소를 운영하는 룽성석화는 “코로나19 이후 회복세가 예상보다 저조하고, 국내외 시장 수요도 부진해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중국 정유업계는 대규모 생산능력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만큼, 민간에도 수출길을 열어주는 등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폐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정기국회 격)에서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리샹핑 산둥둥밍석화그룹 의장은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정제능력 9억8000만톤(t) 중 2억t이 유휴 상태로 낭비되고 있다”며 “국유·민간기업을 동등하게 대우하고 정제 석유 제품의 수출 통제를 자유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기업이 적극적으로 국제 경쟁에 참여하고 자산 재고를 활성화하도록 장려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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