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박사 지우기 논란’유한양행, 28년만에 회장직 부활

김효인 기자 2024. 3. 15.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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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주총서 회장·부회장 직위 신설 안건 통과
유한양행 주주총회가 열린 15일 서울 동작구 유한양행 본사 앞에서 유한양행 일부 직원들이 주도한 회장·부회장직 신설 규탄 트럭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기업 사유화 논란으로 내홍을 앓고 있는 유한양행이 정기 주주총회에서 쟁점이었던 회장·부회장 직위 신설 안건을 통과시켰다.

유한양행은 15일 오전 101회 주총을 열고 제 2호 안건으로 회장·부회장 직위 신설 등을 포함한 정관 변경 안을 의결했다. 앞서 일부 유한양행 직원들은 이정희 현 이사회 의장이 회장직에 앉기 위해 직제를 신설한다고 주장하며 본사 앞 트럭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날 주총장에는 다수의 소액 주주들이 몰려 의견을 제시했다. 유일한 박사의 하나 뿐인 직계 혈족인 유일링 유한학원 이사도 현장에 참석했다.

한 주주는 “이번 직제 개편과 관련한 보도를 접하다 보니 마치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연임 규정을 우회하기 위해) 총리가 됐다가 다시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모습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회장·부회장직을 신설하는 이유를 설명해달라”고 했다.

이에 대해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는 “혁신 신약 ‘렉라자’를 개발하고 글로벌 회사로 가는 발판을 마련하는 현 시점에서 R&D 자원이 필요한데, 유명한 분을 모시려면 그에 맞는 대우를 해야한다”며 “현재 사장이 2명, 부사장이 6명이니 (직제 유연화를 위해) 정관 개정을 하는게 좋겠다는 법률 조언이 있었다”고 했다. 이어 “이번 정관 개정에 어떤 사심도 있지 않다는 것을 내 명예를 걸고 이야기 한다”고 했다.

본인을 유한양행 출신 인사 모임의 회장으로 소개한 한 주주는 “4000명 OB를 대표해 이야기 하겠다. 유한양행이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해 회장·부회장 직위가 필요하다는 생각에는 공감한다 문제는 누가 되느냐”라며 “유일한 정신을 가진 능력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주주들이 동의할 수 있는 객관적인 절차를 거쳐 선임되도록 해달라”고 했다.

유일링 이사는 “내가 전하고자 하는 말은 단 한가지, 할아버지의 경영 철학이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며 “모든 것에 대한 평가는 진정성(integrity)과 좋은 거버넌스인지 여부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조 대표는 “지금 염려하시는 부분을 꼭 명심하고 유한양행을 위하는 진심이 어긋나지 않도록 지켜가겠다”고 화답했다.

주총 안건 의결에 따라 유한양행은 1996년 이후 28년 만에 회장 직제가 부활했다. 역대 회장은 창업주인 고(故) 유일한 박사와 측근 연만희 고문 2명 뿐이었다.

이날 주총에서는 회장·부회장 직위 신설 안건 외에도 이정희 유한양행 이사회 의장의 기타비상무이사 재선임, 조욱제·김열홍 대표 재선임 안건도 통과 됐다. 이로써 이 의장은 유한양행 이사회에 12년간 머무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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