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자 문세영 기수, 한국 경마 사상 두 번째 1900승 금자탑 쌓다
‘황태자’, ‘리딩자키(Leading Jockey : 1위 기수)’, ‘영예기수’ 등 수많은 수식어의 주인공, 문세영 기수(43)가 개인 통산 1900승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지난 10일, 한국마사회(회장 정기환)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열린 10경주에서 문세영 기수와 호흡을 맞춘 경주마 ‘벌교차돌’이 출발부터 경주 내내 선두를 유지하며 결승선을 여유롭게 통과했다. 그 순간 장내에는 “황태자 문세영 기수의 1900승을 축하합니다!” 라는 중계 아나운서의 격양된 멘트와 함께 대상경주를 방불케 하는 관중들의 뜨거운 환호가 울려 퍼졌다.
지금까지 한국경마에서 1900승을 달성한 사람은 1987년 데뷔해 현재까지 ‘경마 대통령’으로 활약 중인 박태종(58) 기수가 유일했다. 하지만 2001년 데뷔한 문세영 기수는 남다른 활약으로 박 기수의 다승 금자탑에 다가서고 있다.
대상경주 우승 44회, 여덟 번의 연도 최우수 기수 선정 등에 빛나는 문세영 기수는 최근에도 예사롭지 않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문세영 기수는 326회 출전해 20.2%의 승률로 66승을 기록, 서울경마 다승 1위의 위엄을 지켰다. 하지만 올해의 기록은 이보다 뛰어나다. 24년 1분기가 끝나지 않은 지금, 문세영 기수는 82전 27승을 기록, 무려 32.9%의 승률을 기록 중이다. 2위와의 차이는 약 2배, 그야말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치다. 문 기수는 1,900승을 앞두고도 긴장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지난 3월 3일에만 3승을 추가하며 1,900승까지 단 1승만을 남겨두었던 문 기수는 바로 다음 주인 3월 10일, 1승을 추가하며 ‘아홉수’ 슬럼프 없이 곧장 1900승을 이룩한 것이다.
기록 달성 직후 문 기수는 “여기저기서 아홉수 얘기하니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다승 기록은 숫자에 불과하다 마음먹었기에 지금도 무덤덤하다”라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부담스럽지 않았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가장 기뻤던 첫 승과는 달리 1,900승의 무게감은 엄청났다. 하지만 힘들 때마다 존경하는 선배님을 떠올린다. 유일하게 2000승 이상을 기록하고 계시면서도 늘 최선을 다해 경주에 나서는 선배님을 생각하며 슬럼프와 번아웃을 이겨내려고 노력한다”라며 박태종 기수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경마팬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질문인 ‘조교사 전향’에 대해서는 “경마 관계자뿐만 아니라 유튜버들도 문세영이 2000승 이후에 조교사로 활동할 것이라고 얘기를 하는데 정작 나는 마흔 중반 이후,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조교사로 전향할 마음이 없다. 지금은 기수로서 최선을 다할 뿐이고 조교사로서 준비가 된다면 내가 먼저 말을 꺼내겠다”라고 밝혔다. 끝으로 “가족, 경마팬 모두 슬픔을 이겨내고 따뜻하고 건강하게 봄을 맞이하길 희망한다. 응원해주신 만큼 늘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보답하겠다”라며 인사를 건넨 문세영 기수는 다시 덤덤하게 다음 경주를 위해 라커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강석봉 기자 ks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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