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온기 돌고 있지만 내수 부진…정부 “부문별 회복 속도 차이”
이희경 2024. 3. 15. 12:21
최근 우리 경제가 제조업 수출 등을 중심으로 경기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내수 부문에는 온기가 돌고 있지 않다고 정부가 진단했다. 전반적으로 경기가 회복되고 있지만 고물가와 장기화하는 고금리에 민간소비와 건설투자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회복 흐름, 수출이 견인
기획재정부는 15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 둔화 흐름이 다소 주춤한 가운데 제조업 생산·수출 중심 경기 회복흐름과 고용호조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민간소비 둔화·건설투자 부진 등 경제 부문별로 회복 속도에 차이가 있는 모습”이라면서 “대외적으로 정보기술(IT) 업황 개선 및 세계경제 연착륙에 대한 기대가 이어지고 있으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지역 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와 공급망 불안 소지 등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지난달 “민간 소비 둔화, 건설투자 부진 가시화 등 경제 부문별로 회복 속도에 차이가 있다”고 평가한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경기 회복 흐름은 수출이 견인하고 있다. 지난달 수출은 524억1000만달러로 전년 동월과 비교해 4.8% 늘었다. 반도체가 67% 상승하는 등 15대 주요수출품 중 6개 품목이 증가했다. 조업일수를 고려할 경우 일평균 수출은 25억6000만달러로 12.5% 증가했다. 일평균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4분기 9.6%, 1월 5.7% 등 증가폭이 커지고 있다. 제조업 생산 역시 12월 대비 1.4% 줄었지만 전년 동월 대비로는 13.7% 늘면서 회복세를 보였다. 1월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2.0%로 전월 대비 0.1%포인트 상승했다.
고용시장은 지난달 취업자 증가폭이 32만9000명 기록하며 두 달 연속 증가폭 30만명대를 유지했다. 제조업(3만8000명), 건설업(3만6000명)은 취업자가 늘었지만 숙박·음식업은 2000명 줄었다.
◆제조업 온기, 내수로 전달 안 돼
문제는 제조업 중심으로 돌고 있는 온기가 내수까지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고금리에 최근 농산물을 중심으로 물가마저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고 있다. 일단 과일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른 여파로 2월 물가 상승폭(3.1%)이 지난해 12월(3.2%) 이후 두 달 만에 3%대로 올랐다. 추세적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가 2.5%로 1월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했지만 농산물에 더해 석유류 가격까지 불안해 향후 물가 흐름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국제유가는 미국 원유 재고·생산 증가에도 중동 지정학적 불안과 석유수출기구(오펙)와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오펙 플러스’의 감산 연장 기대 등으로 상승했다.
이에 따라 1월 소매판매가 전년 동월 대비 3.4%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1.9%) 대비 감소폭이 확대된 것이다. 전월비로는 지난해 12월(0.6%), 1월(0.8%)로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1년 전 소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 셈이다. 기재부는 “2월 소매판매의 경우, 백화점 카드승인액 및 할인점 매출액 증가 등은 긍정적 요인”이라면서 “국산 승용차 내수판매량 감소 등은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서비스 부문 소비 지표인 서비스업 생산은 1월 전월 대비 0.1% 증가하며 ‘제자리걸음’했다. 2월의 경우 고속도로 통행량 및 소상공인 체감경기지수 등은 긍정적이지만 이동전화 번호이동자수 감소 등은 부정적 요인으로 기재부는 전했다.
투자도 위축되는 모습이다. 1월 설비투자 지수는 운송장비(-12.4%), 기계류(-3.4%) 투자가 모두 줄어 전월 대비 5.6% 감소했다. 또 향후 건설경기를 예고하는 건설수주 증가폭은 지난 1월 53.6% 감소세로 전환돼 향후 건설투자가 부진할 것이란 예측이다. 기재부 김귀범 경제분석과장은 “건설투자는 전반적으로 수주가 1년 전에 안 좋았던 게 영향을 미치니까 흐름 자체는 좋지 않은 흐름으로 갈 듯하다”고 말했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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