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들은 '지속가능성' 택했다…'울프팩' 공세 벗어난 삼성물산
주주들은 '지속가능한 주주가치 제고'를 강조한 삼성물산의 손을 들어줬다. 회사의 사업 경쟁력을 고려한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에 70%가 넘어선 전폭적 지지를 보냈다. 반면, 벌어들인 돈 이상을 환원하라는 행동주의 펀드 연합의 제안은 모두 부결됐다. 펀드 연합의 '울프팩(Wolf Pack, 늑대 무리)' 공세는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
삼성물산은 15일 서울 강동구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에서 정기 주총을 열고 지난해 배당 관련, 이사회가 올린 안을 의결권 있는 주식 77%의 찬성으로 채택했다. 이에따라 보통주 1주당 2550원, 우선주 1주당 2600원의 현금배당 안이 확정됐다.
반면, 이사회 안과 함께 상정된 시티오브런던 등 5개 행동주의 펀드들의 제안 찬성률은 23%에 그쳐 부결됐다. 보통주 주당 4500원, 우선주 주당 4550원의 배당을 하라는 게 이들의 요구였다. 5000억원 규모 자사주를 사들이라는 행동주의 펀드 연합의 제안도 18%의 찬성에 그쳐 부결됐다. 이에 따라 주주환원을 놓고 벌어진 삼성물산과 펀드 연합의 샅바싸움은 삼성물산의 완승으로 마무리됐다.
행동주의 펀드들의 공세는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됐다. 지난해 12월 영국계 행동주의 펀드 팰리서 캐피털이 삼성물산의 주가와 내재가치 간에 250억달러의 차이가 존재한다며 자사주 매입을 요구하자 올해 2월 시티오브런던과 안다자산운용, 화이트박스어드바이저스 등 5개 펀드가 연합해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등 주주제안에 나섰다. 무리를 지어 사냥감을 공격하는 늑대처럼 기업을 공격하는 '울프팩'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펀드 연합의 요구안은 삼성물산의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에 입각한 올해 환원안 규모를 아득히 넘어섰다. △1조원 이상에 해당하는 보통주 780만7563주, 우선주 15만9835주 소각△보통주 주당 2550원, 우선주 주당 2600원 배당이 삼성물산의 올해 주주 환원안이었다. 여기에 더해 5000억원 규모 자사주를 사들이고, 배당 규모를 76% 가량 추가로 끌어올리라는게 펀드 연합의 요구안이었다.
5개 펀드는 삼성물산의 자사주 소각은 주주환원이 아니며 순자산가치 할인율이 60% 이상인 상황에서 자기주식 매입 수익률은 150% 이기에 이를 대체하는 현금 활용은 정당성을 얻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현재 60% 가량 저평가된 자사주 매입을 통해 본래 100% 가치를 시장에서 인정받으면 자사주 매입을 하는 삼성물산과 주주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논리였다.
재계에선 회사 미래 경쟁력을 감안하지 않은 과도한 주주제안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삼성물산도 이들의 제안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삼성물산은 "주주제안상의 총 주주환원 규모는 2023년 뿐만 아니라 2024년 삼성물산의 잉여현금흐름 100%를 초과하는 금액"이라며 "이러한 규모의 현금 유출이 이뤄진다면 회사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 및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체 투자재원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삼성물산은 이사회가 제안안 배당의 경우 보통주 주당 2550원, 우선주 주당 2600원 등으로 배당총액은 전년대비 10.9% 늘어난 것으로 잉여현금흐름의 49%라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은 "국내에서 자기주식 소각은 유통 주식에 대한 실질적 가치 상승이 발생하는 강력한 주주환원책"이라며 "국내 지주사의 순자산가치 할인율은 많은 국내 지주사들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현상으로 단기간 해결이 어렵기 때문에 할인율 해소를 전제로 한 자기주식 매입 수익률은 장기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서 설득력이 없다"고 밝혔다.
펀드 연합의 제안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주총을 앞두고 7%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안건에 힘을 실으며 분위기는 삼성물산쪽으로 기울었다. 지난 14일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삼성물산 정기 주총 안건 중 이익배당 및 이익잉여금처분 계산서 승인의 건에 대해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에 더 부합하는 이사회안에 찬성했다. 반면 펀드연합의 자기주식 취득의 건은 취득 규모가 과다한 점 등을 고려하여 반대를 결정했다. 합산 지분율이 2%에 미치지 못한 펀드연합의 패색이 짙어졌다.
결국 이날 주총에서 주주들은 삼성물산의 안건에 전폭적 지지를 보냈다. 송규종 삼성물산 부사장은 "회사 자본배분 정책의 최우선은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주주가치 제고와 신규사업 투자 비롯한 일관성 있고 균형있는 정책"이라며 "제안주주 의견은 적절한 자본 배분으로 보기 어려우며 (주주 제안대로)신규 자사주 매입에 현금을 투입하기보다 친환경 에너지와 바이오 사업 등 포트폴리오 개선에 투자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미리 기자 mil05@mt.co.kr 안정준 기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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