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대선 시작… 무장군인 감시속 투명함에 투표

박세희 기자 2024. 3. 15.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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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차르(황제)'로 불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사실상 대관식이 될 러시아 대통령 선거가 15일 시작했다.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날부터 사흘간 대선 투표를 진행한다.

러시아가 새 영토로 편입했다고 주장하는 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 등 우크라이나 지역 4곳에서도 투표가 실시되는데, 이 지역 주민들이 강제 투표를 종용당했다는 인권단체의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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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틴 대관식’ 사흘간 투표
편입지 투표거부 주민에 ‘총구’
전쟁 우려 표한 기업인 의문사
‘공포’ 14일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에서 진행된 대선 사전투표에서 시민들이 무장한 군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접지 않은 투표용지를 길거리에 주차된 차량 위에 놓인 투명 투표함에 넣고 있다. 도네츠크 등 점령 지역 주민들에게 러시아 정부 당국이 의료 혜택 중단 등을 내세워 투표를 강요했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TASS 연합뉴스

‘현대판 차르(황제)’로 불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사실상 대관식이 될 러시아 대통령 선거가 15일 시작했다. 투표를 거부한 우크라이나 지역 주민들이 체포되고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우려를 표했던 한 기업인이 갑자기 숨지는 등 뒤숭숭한 분위기다.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날부터 사흘간 대선 투표를 진행한다. 총 4명의 후보 중 푸틴 대통령을 제외한 3명은 지지도가 미미해 푸틴 대통령의 당선은 기정사실로 여겨진다. 이번 당선자의 임기는 2030년까지로, 예상대로 이번 선거가 푸틴 대통령의 승리로 끝나면 그는 1999년 12월 31일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의 퇴진으로 대행을 맡은 이후 총 30년간 러시아를 통치하게 되는 셈이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연설을 통해 “어려운 시기와 복잡한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 단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30만 명이 사전투표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선거 역시 유권자의 자유로운 투표가 차단되는 불공정 선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러시아가 새 영토로 편입했다고 주장하는 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 등 우크라이나 지역 4곳에서도 투표가 실시되는데, 이 지역 주민들이 강제 투표를 종용당했다는 인권단체의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투표를 강요하며 주민들에게 총구를 겨눴다는 주장도 나왔다. 우크라이나 비정부기구 동부인권그룹(EHRG)은 헤르손과 자포리자에서 투표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최소 27명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외교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러시아의 자국 내 점령지 선거 진행에 대해 “국제법 규범과 원칙을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러시아 정부의 공포통치도 계속되고 있다. 모스크바 검찰청은 오는 17일로 예정된 반(反)푸틴 집회를 겨냥, 이날 성명을 내고 “투표소 인근에서 대규모 행사를 조직하거나 참여하는 자는 시행 중인 법률에 따라 5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석유가스회사 루코일의 비탈리 로베르투스 부사장이 갑자기 사망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루코일 회장과 CEO, 이사회 의장에 이은 루코일 경영진 네 번째 사망이다. 현지 언론들은 로베르투스 부사장이 사무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보도하고 있지만 그가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 두통을 호소하며 약을 달라고 요청했다는 주장 등이 나오며 타살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루코일 경영진은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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