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과일 보조금’이 금사과 부추겼다”

전세원 기자 2024. 3. 15.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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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와 배 등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는 주요 과일들의 작황 부진이 지난해 5∼6월부터 예측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물가 둔화세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던 정부가 추석·설을 맞아 역대 최대 규모의 할인지원을 실시하면서 과일 수요를 억제하지 못했고, 할인지원이 사실상 '과일 보조금'으로 작용하는 바람에 주요 농산물의 가격 상승 압력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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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황부진 예측에도 정책 실패
“개화상태 불량… 생산량 감소”
농업관측센터 작년부터 전망
정부는 물가 잡힌다며 할인지원
결국 수요 늘며 가격 상승행진
“할인해도 비싸네” 사과 도매가격이 1년 만에 두 배 넘게 뛰어 10㎏당 9만 원대를 기록한 가운데 지난 14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사과를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사과와 배 등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는 주요 과일들의 작황 부진이 지난해 5∼6월부터 예측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물가 둔화세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던 정부가 추석·설을 맞아 역대 최대 규모의 할인지원을 실시하면서 과일 수요를 억제하지 못했고, 할인지원이 사실상 ‘과일 보조금’으로 작용하는 바람에 주요 농산물의 가격 상승 압력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5일 농업계와 관계부처에 따르면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지난해 5월 4일 발간한 ‘관측보’(2023년 5월호)를 통해 사과와 배 등의 개화 상태를 우려했다. 농업관측센터는 당시 관측보에서 “사과개화량은 봄철 기온 상승으로 개화 시기가 전년과 평년보다 5∼7일 빨랐으나 개화기 기온이 하락하며 개화 상태가 불량하다”고 밝혔다. 이어 관측센터는 다음 달인 6월호에서는 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관측센터는 “올해 사과 생육상황은 봄철 저온피해 발생으로 전년 대비 부진하며, 저온으로 중심화 피해가 심해 2023년산 사과 착과수가 전년 대비 16% 감소했다”고 진단했다. 배 생산량에 대해서도 “봄철 저온피해로 착과수가 줄어 배 단위면적당 봉지 수가 전년보다 19%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런 경고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국제 원자재 가격 안정 등을 근거로 향후 물가 둔화 흐름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지난해 추석 명절을 앞두고도 “20대 성수품 평균 가격이 전년보다 6% 정도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식의 낙관적 시각을 견지했다. 물가안정의 초점을 국제유가에 맞추면서 농·축·수산물 할인지원을 위해 지난해 추석(670억 원)과 올해 설 성수기(690억 원)에 역대 최대 규모의 자금을 쏟아부은 이유다. 또 정부는 올 초부터 4월까지 600억 원을 투입해 사과·배 등을 할인해 주고, 수입 과일의 관세를 낮출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올해 2월 물가를 3%대로 다시 끌어올린 것은 정부의 예상과 달리 국제유가가 아닌 과일류였다. 과실 수요도 줄지 않았고, 결국 사과 가격은 지난 1월(56.8%)·2월(71.0%) 급격히 치솟았다. 정부가 지난해 추석 이후부터 투입한 할인지원금이 사실상 ‘과일 보조금’이 되면서 물가를 더 끌어올렸다는 분석도 제기되면서 오는 7월 말까지 이어질 ‘금사과’ 사태는 정부 물가전망 및 정책 실패에 따른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요 성수품 등 특정 농산물에 할인을 지원하면 다른 농산물에 대한 수요가 가격이 낮아진 품목으로 몰려들기 때문에 경제학적으로 가격은 튀어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세원 기자 jsw@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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