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막고 이민 받는 美·유럽[뉴스와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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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1492년은 한 번쯤은 들어봤을 해다.
같은 해 스페인에선 세계사의 운명을 뒤바꾼 또 다른 굵직한 사건이 있었다.
미국에서도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이민자 문제가 첨예한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국내에선 이민 확대가 저출생·고령화를 위한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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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1492년은 한 번쯤은 들어봤을 해다. 스페인을 공동 통치했던 페르난도 왕과 이사벨 여왕의 지시로 콜럼버스가 신대륙(아메리카)을 발견한 해이기 때문이다. 같은 해 스페인에선 세계사의 운명을 뒤바꾼 또 다른 굵직한 사건이 있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두 국왕은 30만 명의 유대인을 강제로 쫓아내는 ‘알람브라 칙령’을 발표했다. 유대인 추방은 세계사 흐름을 바꿨다. 스페인을 떠난 유대인 상당수가 이주한 곳은 네덜란드와 영국이었다. 당시 유대인은 금융·무역업 및 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가 많아 유대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던 네덜란드와 영국은 스페인을 누르고 유럽의 강자로 발돋움했다.
이민이 세계사 흐름을 바꾼 사례는 유대인뿐만이 아니다. 1685년 프랑스 국왕 루이 14세는 위그노(신교도)의 종교 자유를 박탈한 퐁텐블로 칙령을 발표했다. 그러자 20만 명의 위그노는 프랑스를 떠나 영국과 독일, 네덜란드로 옮겼다. 이주한 위그노들은 상공업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며 산업혁명의 씨앗을 틔웠다. 미국 주도의 세계 평화를 뜻하는 ‘팍스 아메리카나’도 종교적 박해를 피해 유럽을 떠난 청교도 등 이민자들의 유산에서 비롯됐다. 유럽과 미국을 세계사의 주역으로 만든 이민은 최근 들어선 부정적인 낙인이 찍혀가는 모양새다. 유럽 각국에선 아프리카 등지에서 전례 없는 난민이 유입되면서 각종 정치·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미국에서도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이민자 문제가 첨예한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연설에서 “이민자가 미국의 피를 오염시키고 있다”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사용했다. 다만, 놓쳐선 안 될 것이 있다. 통상 서방 정치권과 언론이 이민자 문제를 부정적으로 다룰 때 사용하는 표현인 ‘불법 이민자(illegal immigration)’다. 국경을 불법으로 넘는 난민이 타깃이라는 뜻이다. 반면, 지금도 미국과 유럽연합(EU)은 고급 인력의 이민에는 발 벗고 나서고 있다. 미국 이민국은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전공자 중 석사 학위 이상의 신청자 수속 기간을 대폭 단축했다. EU와 영국도 전문직 종사자나 석·박사급 학위를 소지한 청년들에게는 이민 문호를 열고 있다. 불법 체류는 막되, 필요한 이민자는 골라 받겠다는 것이다.
국내에선 이민 확대가 저출생·고령화를 위한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해 4분기 국내 합계출산율이 0.65명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일리 있는 얘기다. 문제는 ‘어떤’ 이민자를 ‘어떻게’ ‘얼마나’ 받아들일지에 대해 일절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각국이 고급 두뇌 유치에 발 벗고 나서는 상황에서 과연 우리가 원하는 우수한 외국 인력이 올지도 따져봐야 한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법무부 장관 시절 추진한 ‘출입국·이민관리청’(이민청) 설립안이 지난달 발의됐다. 이민청 설립이 능사는 아니지만, 백년대계인 이민정책에 대한 밑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오는 5월 열리는 제21대 마지막 임시국회에서 여야가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이민청 문제에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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