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후스트레스장애' 고통 치유 실마리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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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뇌는 공포를 느끼도록 설계돼 있다.
뇌의 신경계는 공포를 감지할 수 있다.
연구팀은 메커니즘을 이해하기 위해 뇌의 생화학적 변화를 살펴 '공포의 일반화'를 일으키는 신경회로를 지도화했다.
쥐의 뇌간에 위치한 '배측봉선핵'이라는 부위에서 신경세포의 화학적 신호 전환이 일어나면서 공포 반응이 유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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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뇌는 공포를 느끼도록 설계돼 있다. 위험을 피하기 위한 생존 메커니즘이다. 그런데 위협적이지 않은 상황에서도 두려움을 느낄 때가 있다.
니콜라스 C. 스피처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신경생물학과 교수 연구팀은 스트레스가 어떻게 두려움으로 변화하는지 분자 수준에서 확인하고 연구결과를 15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뇌의 신경계는 공포를 감지할 수 있다. 동물이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들었거나 유독물질의 냄새를 맡았을 때 정신을 바짝 차리고 위험한 상황을 피할 수 있도록 만드는 생존 메커니즘이다. 하지만 뚜렷한 위협 요인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두려운 감정이 빈번하게 촉발된다면 생존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일상의 행복이 빼앗기는 원인이 된다.
위협적인 상황이 아닌데도 뇌가 두려움을 느끼도록 만드는 스트레스 유발 메커니즘은 아직 거의 알려진 내용이 없다. 연구팀은 메커니즘을 이해하기 위해 뇌의 생화학적 변화를 살펴 ‘공포의 일반화’를 일으키는 신경회로를 지도화했다. 공포의 일반화는 공포와 관련 없는 자극이나 상황에서 공포반응이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쥐 실험을 통해 스트레스가 어떻게 공포의 일반화를 유도하는지 발견했다. 쥐의 뇌간에 위치한 ‘배측봉선핵’이라는 부위에서 신경세포의 화학적 신호 전환이 일어나면서 공포 반응이 유도됐다. 배측봉선핵에서 급성 스트레스는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를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GABA’로 전환해 공포의 일반화를 유도한다는 점을 발견한 것이다.
연구팀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고통받은 사람의 사후 뇌를 조사해 PTSD 환자들의 뇌에서도 글루타메이트와 GABA의 스위치가 일어난다는 점을 발견했다.
쥐를 대상으로 급성 스트레스가 발생하기 전 배측봉선핵에 아데노부속바이러스(AAV)를 주입해 GABA의 합성을 담당하는 유전자를 억제하자 공포의 일반화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는 점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필요 이상의 공포가 발생하는 메커니즘에 대한 중요한 통찰력을 제시했다. 분자 수준에서 불필요한 공포가 발생하는 과정을 이해하면 개선을 위한 의학적 개입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연구팀은 “공포의 일반화는 PTSD처럼 장기적으로 정신건강 상태를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이번 연구는 위협적이지 않은 상황에서도 강렬한 두려움을 느끼는 고통을 완화하는 방법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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