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선지급제’ 시행 의미 크다[문화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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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원하던 피아노 학원을 일단 보내줬는데, 내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지난해 양육비를 제대로 받지 못해 양육비이행관리원을 찾은 한부모 A 씨의 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많은 나라도 한부모가족의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해 양육비 선지급제를 운영한다.
양육비 선지급제가 잘 갖춰진 독일·덴마크·프랑스에서는 한부모가족의 아동빈곤율이 OECD 평균(31.9%)보다 훨씬 낮은 20.3%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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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원하던 피아노 학원을 일단 보내줬는데, 내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지난해 양육비를 제대로 받지 못해 양육비이행관리원을 찾은 한부모 A 씨의 말이다. 한시적양육비 긴급 지원을 받아 잠깐이나마 초등학생 아이의 마음을 달래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내년’이란 말에 다시 마음이 무거워졌다. 월 20만 원에, 최장 12개월까지만 지원되는 긴급 지원이 끊기면 아이가 좋아하는 피아노 학원에 못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부모가구는 2022년 기준 약 149만 가구로, 전체의 약 6.7%에 이른다. 2021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는 한부모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약 245만 원으로 조사됐는데, 전체 가구 가처분소득 약 417만 원의 58.8% 수준에 불과했다. ‘58.8%’라는 수치는 혼자서 생계를 감당하는 한부모가구의 현실을 상징한다.
어린 자녀를 키우는 한부모가 느끼는 삶의 무게는 더욱 무겁다. A 씨처럼 18세 이하 자녀를 양육하는 한부모가구는 35만5000가구인데, 절반가량인 19만 가구가 기준중위소득 63% 이하인 저소득가구다. 나가서 일을 더 하자니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마땅치 않고, 집에서 아이를 챙기자니 풀타임보다는 파트타임, 시간제 일자리부터 찾게 된다. 무엇보다, 한부모가구의 80.7%가 비양육부모로부터 양육비도 받지 못하는 상황(2021년 한부모가족 실태조사)이다 보니, 아이에게 학원 한 군데를 더 보내주긴커녕 책 한 권 새로 사주기가 버거울 때도 있다.
한부모가구의 생활 여건을 개선하고, 무엇보다 한부모가구 자녀도 가정 형편에 상관없이 다양한 기회를 갖고 커나갈 수 있도록 정부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정당한 이유 없이 양육비 지급을 미루는 양육비 채무자에 대한 운전면허 정지, 출국금지, 명단 공개 같은 제재 조치를 도입했고, 양육비이행관리원은 양육비 채무를 받아내는 데 필요한 소송 등 다양한 절차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양육비이행법이 개정되면서 제재 조치에 걸리는 시간이 기존보다 6개월에서 1년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또 한편으로는, 자녀와의 관계 개선을 통한 자발적인 양육비 지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가족센터를 통한 면접교섭 서비스도 확대해 왔다.
그 결과 이제는 양육비 선지급제 도입의 문턱에 서 있다. 이 제도는 양육비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한부모가구에 국가가 우선 양육비를 지급하고, 이를 양육비 채무자에게 받아내는 제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많은 나라도 한부모가족의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해 양육비 선지급제를 운영한다. 양육비 선지급제가 잘 갖춰진 독일·덴마크·프랑스에서는 한부모가족의 아동빈곤율이 OECD 평균(31.9%)보다 훨씬 낮은 20.3% 수준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한부모가족 아동빈곤율은 47.7%로, 문제 해결의 시급성을 보여준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일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양육비 선지급제 도입을 통해, 어려움을 겪는 청년 양육자를 더 두텁게 지원하겠다’고 강조한 만큼 조만간 양육비 정책에 한 단계 큰 진전이 있을 것이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을 비롯한 관계 기관 모두가 강력한 징수 권한을 바탕으로 국가 예산이 낭비되지 않도록 양육비 선지급제 도입을 세심히 준비해 나갈 계획이다. 피아노 학원에 계속 다니고 싶다고 하는 아이 앞에서 내년을 걱정하는 한부모의 마음 한쪽에 희망이 생기고 아이의 피아노 연주도 계속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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