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국수[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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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 중에서 가장 많이 접할 수 있는 국수는 잔치국수이다.
게다가 돌과 환갑을 비롯한 생일잔치에 국수를 음식으로 내는 일도 드물다.
따라서 잔치국수라면 당연히 결혼식 때 먹는 국수를 뜻한다.
잔치의 본래 목적은 축복을 위한 것임을 감안하면 잔치국수 한 그릇에도 감사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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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 중에서 가장 많이 접할 수 있는 국수는 잔치국수이다. 단어의 구성만 보면 잔칫날에 먹는 국수이지만 칼국수를 비롯한 다른 국수와 구별되는 명확한 특징이 있다. 이 국수는 맑은장국에 국수를 만 뒤 갖은 고명을 얹은 것인데 멸치 국물을 주로 쓰고 면은 흔히 소면이라고 부르는 가는 밀가루 면을 쓴다.
그런데 오늘날 이 국수의 값을 생각하면 잔치에 온 손님에게 국수를 대접하는 것은 아무래도 부족해 보인다. 게다가 돌과 환갑을 비롯한 생일잔치에 국수를 음식으로 내는 일도 드물다. 이 의문을 풀려면 잔치에 대해 보다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이 단어는 한자어일 것 같지만 한자와 전혀 관련 없는 고유어이다. 요즘 사람들에게 잔치를 대체할 영어 단어를 제시하라면 바로 ‘파티’를 떠올릴 것이다. 사전의 뜻풀이를 보고 경사스러운 날 모두를 가리킬 것 같지만 방언에서의 쓰임을 보면 오로지 결혼식 때 하는 잔치만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잔치국수라면 당연히 결혼식 때 먹는 국수를 뜻한다.
밀이 흔해지고 기계로 손쉽게 국수를 뽑아낼 수 있는 오늘날에 국수는 싼값에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그러나 귀한 밀을 힘들게 방아로 찧어 반죽한 후 국수를 뽑아야 했던 과거에는 무척이나 고급 음식이었다. 국수를 미리 삶아 찬물에 식힌 후 사려 놓고 손님이 올 때마다 따로 끓여 놓은 장국에 말아 내면 손님 접대에 제격이니 결혼식의 단골 음식이 된 것이다.
요즘 결혼식에서는 뷔페 음식이나 스테이크 종류를 대접해야 하객들로부터 축의금이 아깝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니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개인의 느낌과 생각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게시판을 보면 종종 적정 축의금에 대한 논쟁, 축의금과 답례 음식의 손익 계산에 대한 글이 올라온다. 잔치의 본래 목적은 축복을 위한 것임을 감안하면 잔치국수 한 그릇에도 감사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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