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자 한글 가사의 달콤함[안진용 기자의 엔터 톡]

안진용 기자 2024. 3. 15.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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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밤양갱은 '먹는' 것이 아니라 '듣는' 겁니다."

조회수 770만 회에 달하는 '밤양갱' 라이브 영상에 달린 "가사가 한글로만 된 거 너무 감동적이다"라는 댓글에 1400명이 넘는 네티즌이 '좋아요'를 눌렀죠.

부랴부랴 '밤양갱'의 가사를 뜯어봤는데요.

'밤양갱'의 가사를 해석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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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밤양갱은 ‘먹는’ 것이 아니라 ‘듣는’ 겁니다.”

한 가요 관계자가 가수 비비의 ‘밤양갱’을 흥얼거리며 이런 농담을 건넸습니다. 발표된 지 한 달이 지난 이 노래는 여전히 각종 음원차트 정상을 지키고 있는데요. 왈츠풍의 귀엽고 발랄한 멜로디와 운율이 봄기운과 잘 맞아떨어지며 2024년을 대표하는 ‘봄 캐럴’로 자리매김했죠.

‘밤양갱’의 인기 요인을 분석하다가, 한 댓글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조회수 770만 회에 달하는 ‘밤양갱’ 라이브 영상에 달린 “가사가 한글로만 된 거 너무 감동적이다”라는 댓글에 1400명이 넘는 네티즌이 ‘좋아요’를 눌렀죠.

부랴부랴 ‘밤양갱’의 가사를 뜯어봤는데요. 총 280자로 구성된 가사에는 정말 영어가 단 한 글자도 없었습니다. 빈번히 사용돼 한글처럼 쓰이는 외래어를 비롯해 그 흔한 영어 추임새 하나 없는 노랫말에 새삼 감탄하며, ‘가사의 실종 시대’에 사는 대중이 폐부를 찌르는 가사에 대한 목마름이 심하다고 새삼 느꼈죠.

K-팝의 전성기를 맞아 음악적 다양성은 키웠지만, 가사는 빈약해졌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데요. 적절한 레시피 없이 영어와 한글이 질서없이 섞인 가사를 듣고 있노라면 이야기의 흐름이 단절되기 일쑤입니다. 아예 ‘100% 영어 가사 앨범’ 임을 전면에 내세우기도 하는데요. “영어보다 한글 가사가 우수하다”는 ‘국뽕’ 섞인 주장을 내놓고 싶지는 않지만, “전쟁 같은 사랑”(임재범 ‘너를 위해’), “사랑보다 먼 우정보다는 가까운”(피노키오 ‘사랑과 우정 사이’), “사랑은 비극이어라 그대는 내가 아니다”(이소라 ‘바람이 분다’)와 같이 귓가와 입가에 맴도는 가사를 만나기 어려워지는 상황은 못내 아쉽습니다.

‘밤양갱’의 가사를 해석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이별 통보 앞에서 “내가 먹고 싶었던 건 밤양갱”이라 외치는 속내가 무엇이냐는 거죠. 이는 ‘밤양갱’을 ‘사랑’으로 치환해 들어보면 아주 쉽게 이해되는데요. “너는 바라는 게 너무나 많아”라고 타박하는 연인에게 “내가 먹고(받고) 싶었던 건 달디단 밤양갱(사랑)”이라며, 단지 사랑 하나만 받길 원했다고 토로하는 거죠.

덕분에 밤양갱의 매출이 늘자 크라운해태제과 윤영달 회장은 최근 “문화의 힘이 정말 대단하다”며 기뻐했는데요. 예쁜 한글 가사를 가진 이 노래 덕분에 밤양갱이 초코파이와 불닭볶음면을 잇는 K-푸드로 거듭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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