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고기맛 나고 사료 효율 높아”… 비단뱀, 미래 식량 될까
인구 증가와 기후 변화로 인해 식량 위기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성장이 빠르고 사료가 많이 필요하지 않은 뱀 고기가 미래에는 지속 가능한 단백질 공급원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5일(현지 시각) 호주 9뉴스 등에 따르면, 시드니 매콰리대 대니얼 나투시 박사팀은 태국과 베트남 농장에서 사육되는 비단뱀의 1년간 성장 속도 등을 분석해 이런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태국 우타라딧주와 베트남 호찌민시에 있는 비단뱀 농장 두 곳에서 비단뱀 4601마리의 성장률과 사료 전환율(FCR. 먹이 섭취량 대비 체중 증가량) 등을 분석했다. 연구 대상은 말레이비단뱀과 버마비단뱀 두 종이었다.
연구팀은 비단뱀에게 야생 설치류, 돼지고기 부산물, 어분 등 현지에서 조달할 수 있는 먹이를 사료로 줬다. 1년간 정기적으로 몸무게를 측정하고, 먹이를 주지 않는 기간 중 무게 변화도 조사했다.
그 결과, 말레이비단뱀과 버마비단뱀은 돼지, 소, 가금류 등 기존 가축보다 먹이를 자주 먹지 않으면서 생후 12개월 동안 빠르게 성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컷 성장률이 수컷보다 높았고, 하루 체중 증가량은 버마비단뱀이 0.24~42.6g, 말레이비단뱀이 0.24~19.7g에 달했다.
20~127일 동안 먹이를 주지 않는 실험에선 하루 체중 감소량이 평균 0.004%에 불과했다. 체중을 잃지 않으면서 장기간 금식이 가능한 것이다. 나투시 박사는 “비단뱀은 비늘에 맺힌 이슬을 먹고 살 수 있어서 물도 거의 필요하지 않다”며 “이론적으로는 뱀에게 1년 동안 사료 공급을 중단해도 된다”고 했다.
연구팀은 호찌민 농장의 버마비단뱀 58마리를 대상으로 사료전환율을 측정했다. 그 결과 먹이 4.1g이 체중 1g 증가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사료전환율은 다른 가축보다 더 높고, 먹이 종류에 따라서도 큰 차이가 없었다고 했다.
비단뱀은 변온동물이어서 에너지 효율이 높고, 전체의 82%가 고기 등 사용가능한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도 장점이다. 연구팀은 이런 결과가 비단뱀 사육이 기존 축산시스템을 보완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걸 시사한다고 했다.
실제 뱀고기는 동남아시아와 중국 등 일부 국가에서 인기가 높고 사육도 활발하다. 홍콩에선 뱀수프가 인기를 끈 적도 있다. 나투시 박사는 연구 기간 동안 뱀으로 만든 바비큐 꼬치, 육포, 카레 등의 음식을 먹었다고 한다. 그는 뱀 고기에 대해 “맛은 닭고기와 비슷하나 좀 더 감칠맛이 난다”며 “뱀은 팔다리가 없어 도축하고 필렛을 만드는 과정이 쉽다”고 했다.
다만 연구팀은 뱀 고기가 당장 서구 식단에 오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새로운 가축을 생산할 수 있는 효과적이고 인도적인 방법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전날 과학 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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