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28년만에 회장 체제 부활…더 큰 산이 남았다
직원들 300명이 뜻 모아 반대 트럭 시위 중
이정희 의장 “회장할 생각 추호도 없다” 선 그어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국내 1위 제약사 유한양행이 28년 만에 회장체제가 부활했다.
‘소유·경영’을 분리한 유한양행의 경영철학은 국내외에서도 손꼽히는 모범 사례다. 이런 유한양행에서 다시 회장직이 부활한다는 것 만으로도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관건은 향후에도 유한양행의 경영철학이 온전히 지켜질지 여부다. 특히, 회장직을 정관에 명시하는 것 만으로도 내부의 극심한 반발이 이어졌다. 향후 실제로 회장 선임 절차에 들어가게 되면 더 큰 진통이 예상된다. 유한양행 경영철학의 새로운 도전 과제가 될 전망이다.
유한은 15일 서울 유한 본사에서 ‘제101기 주주총회’를 열어 회장직 신설을 골자로 한 새로운 정관안이 통과됐다. 이사회 결의로 회장, 부회장을 선임할 수 있다는 게 골자다.
즉, ‘이사회 결의로 이사 중 사장, 부사장, 전무이사, 상무이사, 약간인을 선임할 수 있다’는 기존 정관을 ‘이사회 결의로 회장, 부회장, 사장, 부사장, 전무, 상무, 약간인을 선임할 수 있다’로 회장과 부회장을 추가하는 내용이다.
이 같은 정관 변경안에 업계 이목이 집중되면서 이날 주총장 역시 평소보다 많은 주주들이 운집했다. 이날 주총은 오전 10시에 시작, 배당금 확정 등 제무재표 승인 안건을 처리한 후 뒤이어 정관변경 안건 처리에 들어갔다. 이날 주총을 통해 유한양행은 28년 만에 회장과 부회장 경영체제를 공식 부활시켰다.
1926년 창립한 유한양행에서 지금까지 회장직에 올랐던 이는 단 2명 뿐이다. 창업주인 고(故) 유일한 박사와 그 측근인 연만희 고문 등이다. 연 회장이 지난 1996년 회장에서 물러난 뒤 회사는 회장, 부회장 없이 대표이사체제를 유지해 왔다. 이후 모든 의사결정에 있어 전문경영인체제로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이사회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는 유 박사의 기업이념 때문. 그는 회사를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고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생전에도 장학사업을 펼쳐온 유 박사는 세상을 떠나며 전 재산을 유한재단과 유한학원에 기증했다. 지난해 말 기준 유한재단이 15.77%, 유한학원이 7.75%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회장직 신설이 알려지면서 내부 직원들이 거세게 반발한 건 기존 회장직은 사실상 창업주 뿐이었다는 데에 있다. 유일한 박사와 측근 등 창업주만 특수한 사례로 회장직을 수행했을 뿐 사실상 유한양행은 그 이후로 소유·경영분리 철학에 따라 회장직 없이 운영돼 왔다.
약 300명의 유한 직원들은 최근 “회장직 신설이 특정인을 위한 것”이라며 회사 앞에서 트럭 등을 이용한 시위를 벌였다. 이 시위는 회장직 신설에 반발한 내부 직원들의 모금으로 운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하는 직원들은 특히 현재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이정희 의장을 주목했다. 이 의장은 유한양행의 대표를 지낸 뒤 퇴임하지 않고 이사회 의장으로 남아 있다. 회장직을 신설하는 게 이 의장의 회장직 선임을 염두한 행보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 이 의장은 “회장 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고 공개 표명한 상태다.
유일한 박사의 손녀인 유일링 유한학원 이사가 회장직 신설에 반대한 것도 이 같은 반발이 거세지는 계기가 됐다. 유 이사는 이와 관련, “회장직이 신설되면 견제와 균형이라는 창립정신이 흔들릴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유 이사는 이날 주총까지 참석하며 회장직 신설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유한양행 측은 지속적으로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회장직 신설은 회사의 양적‧질적 성장에 따라 향후 회사 규모에 맞는 직제 유연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게 사측의 설명이다.
특히 외부인재를 영입할 때 현 직급대비 차상위 직급을 요구할 수 있고, 글로벌 연구개발(R&D) 중심 제약사로 도약하고 있는 시점에 향후 우수한 외부인재 영입을 위해서라도 회장이나 부회장직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한 관계자는 “이날 주총에서 회장·부회장직이 신설되더라도 당장 이를 선임하는 건 아닌 만큼, 특정인을 염두한 정관 변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주총은 유한양행의 회장직이 얼마나 민감한 이슈인지를 확인한 계기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제약사들이 오너 중심체제로 경영이 되면서 많은 잡음이 있었지만, 유한만은 갈등 없이 모범적인 경영을 이어왔다”며 “향후 회장을 실제 임명하게 될 때에도 이런 진통 없이 넘어갈 수 있는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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