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대 정부" 확전 양상…19개 의대 교수들 '사직 여부' 오늘 결정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과대학 교수가 연구동으로 들어가고 있다./사진=[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지 4주째에 접어든 가운데 병원에 남은 교수들마저 '자발적 사직'에 동조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응급실·중환자실 등 필수 의료 기능은 유지할 것으로 보이나 이탈 기간이 길어질 경우 간신히 유지됐던 의료체계의 '파국'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5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19개 의과대학 교수들이 참가하는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밤 2차 총회를 열고 대학별로 사직서 제출 여부 등 향후 대응 방안을 공유한다.

각 의대 교수들은 지난 12일 열린 1차 총회에서 전공의에 대한 사법적 조치와 의과대학 학생들의 유급·휴학 위기를 막기 위해 사직서 제출을 포함해 행동에 나서기로 결의했다. 비대위원장에는 방재승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서울의대 비대위) 위원장이 선출됐다.

서울의대 비대위 관계자는 "각 대학이 사직서 제출을 포함해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며 "총회에서 제출 시기 등 여러 의견을 폭넓게 다룰 예정"이라고 밝혔다. 비대위에는 서울대, 연세대, 울산대, 가톨릭대, 원광대, 부산대, 경상대, 인제대, 한림대, 아주대, 제주대, 단국대, 충남대, 강원대, 계명대, 충북대, 한양대, 대구가톨릭대 등이 포함돼 있다.

김창수 전국 33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의대 증원 취소 집행정지 사건 심문기일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이와 별개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전날 의대 증원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보건복지부 장관과 교육부를 상대로 의대 증원 취소소송·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한 데 이어 같은 날 밤 온라인 회의를 열어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2시간 넘게 진행된 회의에서는 의대생들의 잇따른 휴학으로 집단 유급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각 의대의 상황과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 의향 등 현안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의에서 전의교협 차원의 집단행동은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각 의과대학의 '개별적 사직' 움직임은 점차 확산하는 추세다. 앞서 서울의대 비대위는 정부가 사태 해결에 진정성을 보이지 않을 시 오는 18일부터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했다. 서울아산·울산대·강릉아산병원 교수로 구성된 울산의대 비대위도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뜻을 모았다.

전날 서울성모병원을 비롯해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8개 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가톨릭의대 비대위도 온라인 회의를 열어 자발적 사직을 결의했다. 이 회의에는 전체 교수진의 절반가량인 700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세의대 비대위 역시 사직서 제출 등 집단행동 방향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서울·강북삼성·삼성창원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성균관의대 교수협의회는 조만간 비대위 구성 후 본격적인 행동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 원광대와 경상국립대 교수들도 집단 사직을 결의하는 등 의대 교수들의 사직 결의는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교수들은 사직서 제출에 나서도 환자 안전을 위해 중증·응급 진료 기능은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집단 이탈 기간이 길어질수록 환자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우려가 커 의료 현장의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본격 업무를 중단한 20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대한의사협회에서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긴급 임시 대의원총회가 개최됐다./사진=임한별(머니S)

의대 교수의 집단 사직 여부를 좌우할 전공의들의 복귀는 아직 요원하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집단행동에 나선 지난달 20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대증원의 전면 백지화를 포함한 7대 요구안을 발표하고, 정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을 시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은 강제노동이라며 국제노동기구(ILO)에 개입을 요청하기도 했다.

정부는 전공의·교수가 주장하는 의대 증원 연기나 규모 축소 등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교수들도 의료법을 적용받는 의료인 신분이라 각종 명령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맞대응에 나서는 등 양측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15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전공의와 의대생들을 병원과 학교로 돌아오도록 설득해야 할 교수님들이 환자를 떠나 집단행동을 하는 것을 국민이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며 "진심으로 전공의와 학생들을 걱정한다면 환자 곁으로, 배움의 장소로 돌아오도록 설득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