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人문화] "한 대의 피아노와 밤공기…영감 원천 된 어린시절 그 경험"
뉴욕 브루클린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서울 출신 작가 윤협(42)의 예술적 궤적을 돌아보는 초기작부터 신작, 회화, 조각, 영상, 드로잉 등 총 230여 점의 작품을 한자리에 펼친 전시가 롯데뮤지엄에서 한참 관람객을 모으고 있다. 지난 13년간 뉴욕에 살면서 "도시가 희로애락의 공간처럼 느껴진다"고 말하는 작가는 이번 전시명을 '녹턴시티'로 정했다.
도시 시리즈에는 도시 안팎에서의 경험과 주관적인 감정을 담아냈다. 그는 "그 도시에서의 경험이 가장 선명하게 빛을 발할 때가 야간"이라며 "낮 동안의 소음이 잦아들고 빌딩들의 조명이 어둡게 내려앉아 그곳의 개성이 짙어진다"고 말했다.
어린시절 어머니가 운영하던 피아노학원에서 수업이 끝난 후 적막한 가운데 한 대의 피아노가 연주되고, 창문으로 들어오는 밤공기를 맞으며 그 음악을 들었던 기억이 작가에게는 아주 다른 차원의 경험이었다고 한다.
작가는 구상한 이미지를 밑그림 없이 '점'과 '선'으로 채워나가는 독특한 방식으로 작업한다. 그는 2004년 라이브 페인팅을 하며 공간과 순간의 감각 이미지를 즉흥적으로 점과 선으로 표현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는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면서 다양한 방식을 시도해봤다"며 "스케이트보드 문화를 접하면서 시작한 그라피티가 스프레이나 페인트 마커 등 심플한 툴을 사용하다보니 점과 선을 많이 그려냈다"고 했다. 이어 "더 섬세한 표현을 찾아 계속 발전을 시켜오다 이렇게 여러 가지 색깔과 다양한 두께의 점과 선을 활용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작품 주제에 따라 색상을 결정하는 조색 과정에 대해 "바이올린 현의 미세한 음에 집중 하듯 조율하는 기분으로 아주 미세한 차이도 주의를 기울여 색상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며 "작업이 진행될수록 즉흥적인 표현에 따른 변수가 생기면 직관적으로 색상을 선택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는 맨해튼의 야경을 그린 16m의 대형 파노라마 작품 'Night in New York'(2023)을 신작으로 출품했다. 자전거로 브루클린에서 베어마운틴까지 왕복 200㎞를 달리며 허드슨 강에서 바라본 야경이 마치 대기권 밖에서 지구를 보는 듯 했다고 작가는 회상했다. 허드슨강 수면 위에 반사되는 도시 불빛을 보며 모네의 '수련' 연작을 떠올리며 작품을 완성했다.
그는 "뉴욕에 산다는 건 사실 굉장히 치열하고 하루하루가 더 빠르게 지나가는 느낌"이라며 " 생존의 장이기도 한 그곳에서 잠시 한발 물러나 보니 마치 속세에서 떨어져 명상을 하는 기분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 "모네의 '수련' 연작과 그린 시간대는 다르지만 명상적인 기분을 함께 연상하면서 제가 느낀 여정과 명상적 자아를 키워내는 단계를 생각하면서 작품을 완성했다"고 했다.
스케이트보드와 음악도 작가의 작업세계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스케이트보드의 경우 9세부터 타기 시작했으며, 중학생 때 해외 스케이트보드 매거진의 로고나 페이지를 콜라주하고 드로잉했다. 그는 스케이트보드 문화와 DIY(Do It Yourself) 문화를 기반으로 자신만의 개성을 자유롭게 표출한다. 작가는 "창작의 과정과 스케이트보딩은 정신적으로 유사하다"며 "무언가 상상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서는 칠전팔기와 같은 인내력이 그 공통점"이라고 강조했다.
음악은 그의 작업 방식과 같이 즉흥적이면서도 자유로운 스타일을 선호한다. 작가는 바이올린을 8년정도 배우면서 악보에 따라 연주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곡을 듣고 자유롭게 연주하는 것을 더 즐겼다고 한다. 음악뿐 아니라 스케이트보드 타듯이 자유로운 곡선을 그리기도 하고, 구조를 유지하며 점과 선을 짧게 그려나갈 때는 시의 운율을 떠올리기도 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롯데문화재단이 2018년 1월 롯데월드타워 7층에 문을 연 롯데뮤지엄은 국내 최고 컨템포러리 미술관으로, 전 세계 현대미술의 새로운 움직임을 소개하고 있다. '녹턴시티'는 롯데뮤지엄의 올해 첫 기획전시다. 박은희기자 eh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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