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 DB, 2004~05시즌 연상시킨다
원주 DB가 정규리그 1위를 확정지으며 원주 산성의 부활을 알렸다. 김주성 감독이 이끄는 DB는 14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있었던 홈경기에서 수원 KT를 연장 접전 끝에 107-103으로 꺾었다. 이날 승리로 38승 10패를 기록, 남은 6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정규리그 1위에 올라섰다. 2위 창원 LG와의 격차는 무려 7.5경기 차다.
48경기 만에 정규리그 1위를 확정지은 것은 2007~08시즌 전신 동부와 더불어 역대 2번째 타이기록이다. 공교롭게도 1, 2위 기록 모두 DB가 가지고 있다. 동부 시절이던 지난 2011~12시즌에는 47경기 만에 정규리그 정상에 오른 바 있다. 이번 1위 등극으로 통산 7번째 정규시즌제패의 기록을 쓰게 되며 농구 도시 원주의 위상을 더욱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막 시즌이 개막되었을 때만 해도 DB가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 이들은 거의 없었다. DB의 전력도 나쁜 것은 아니었지만 역대급 슈퍼팀으로 불리던 부산 KCC를 필두로 수원 KT, 창원 LG, 서울 SK 등 쟁쟁한 팀들이 먼저 눈에 띄었다. 하나같이 탄탄한 주전에 두터운 선수층까지 갖춰 누가 우승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왔다.
반면 지난 시즌 7위에 그치며 플레이오프에 나서지 못했던 것을 비롯 김주성 정식 감독 체제로 첫 시즌을 치르는 DB는 상대적으로 저평가 될 수 밖에 없었다. 플레이오프 진출, 다크호스 정도가 DB에 대한 시선이었다. 변수라면 김종규(33‧206.3cm), 강상재(30‧200cm), 외국인빅맨으로 이어지는 ‘트리플 포스트’가 가능할까?라는 것 정도였다.
올 시즌 보여주고 있는 경기력, 분위기 등을 봤을 때 DB는 현시점 가장 강력한 챔피언결정전 우승 후보다. 높이, 조직력, 외곽슛 등 모든 면에서 최고의 밸런스를 자랑한다. 다양한 스타일의 농구가 가능해 딱히 상성도 타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오랜 시간 준우승 징크스에 시달리며 원주 팬들을 가슴 아프게 했던 아쉬움을 털어낼 수 있는 기회다.
현재 DB는 팀 역사상 가장 강했던 때로 평가되는 2004~05시즌을 연상시키고 있다. 당시 DB( TG)의 전력은 그야말로 무시무시했다. 김주성과 자밀 왓킨스의 트윈타워는 상대팀 입장에서 공포의 대상이었다. 둘다 높이, 기동력, 센스를 두루 갖췄던지라 어떤 빅맨진을 상대로도 리바운드 싸움에서 밀릴 일이 없었으며 상대가 포스트 인근으로 들어왔다 싶으면 무시무시한 블록슛을 날려댔다.
여기에 더해 외곽에서는 3점슛과 수비가 모두 되는 양경민, 신종석이라는 걸출한 3&D 자원이 버티고 있었으며 이들을 지휘하는 것은 리그 정상급 야전사령관 신기성이었다. 하이라이트는 당시 사령탑이었던 전창진 감독의 승부수였다. 정규시즌 후반 외국인가드 처드니 그레이(46‧186cm)를 포워드 아비 스토리(47‧192.4cm)로 바꿔버린 것이다.
주변에서는 깜짝 놀랐다. 그레이는 빼어난 테크닉을 뽐내며 충분히 제몫을 해주고 있었고 그가 포함된 멤버로 성적도 좋았기 때문이다. 보통 잘 나가는 팀은 변화를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전감독의 의지는 확고했다. 그레이가 가드인 관계로 팀내 핵심인 김주성이 상대 외국인 포워드를 막을 때가 많았는데 그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레이가 나가게 됨으로서 신기성의 부담은 한층 커지게 됐다. 전감독은 신기성을 달래가면서 자신의 플랜을 설명했다고 한다. 어쨌거나 이러한 변화는 결과적으로 대성공이었다. 1번 신기성의 부담은 좀 더 가중되었으나 스토리가 상대 외인 포워드를 막아줌에 따라 김주성이 날개를 달고 전천후로 활동영역을 넓히게 되었고 양경민도 2번으로 주로 뛰면서 신장과 파워를 앞세워 앞선에서부터 상대 가드진을 압박했다. 그리고 결과는 우승이었다.
올 시즌 김종규, 강상재에 디드릭 로슨(27‧201cm)으로 이어지는 트리플타워는 김주성, 왓킨스, 스토리의 높이를 연상케 한다. 김주성과 왓킨스가 포스트에서 상대를 압박했고 스토리가 내외곽을 오가며 높이의 범위를 넓혔다. 현재 DB 역시 마찬가지다. 김종규, 로슨이 골밑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가운데 슛이 좋은 강상재가 공간을 넓게 쓰면서 상대 빅맨 및 포워드진을 부담스럽게 한다.
높이나 수비 자체는 당시 TG가 더 낫다는 이들도 많지만 대신 DB의 트리플타워는 다재다능하다. 로슨은 사실상 전천후 포워드에 가까우며 김종규, 강상재 모두 외곽슛이 가능한지라 최근 트랜드에 맞는 농구를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옵션 외국인선수 제프 위디(34‧213cm)도 점차 팀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이며 특유의 높이에 위력을 보태고 있다.
양경민, 신종석 등으로 대표되던 3&D 역할은 박인웅(24‧190cm)을 필두로한 양궁 부대가 해준다. 선수의 이름값만 보면 당시에 미치지 못하겠지만 여러 선수가 돌아가면서 풍부한 활동량을 보여주고 있는지라 에너지레벨 만큼은 못지않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야전사령관 이선 알바노(28‧185cm)의 존재가 무척 든든하기만 하다. 리딩가드와 해결사가 모두 가능하다는 점에서 TG시절 신기성과 많은 면에서 닮아있다. 올시즌 강력한 MVP 후보로 꼽힌다. 팀 역사상 최고의 전성기였던 2004~05시즌을 연상시키는 현재의 DB가 정규리그 1위의 기세를 몰아 챔피언결정전까지 접수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그림_김종수 칼럼니스트
#이미지참조_문복주 기자,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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