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사과 이렇게 비싼데, 수입은 왜 못하나요?

윤희훈 기자 2024. 3. 15.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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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 줄고, 저장량도 30%가량 감소
올 가을까진 ‘금사과’ 계속될 수밖에
수입과일, 위험분석절차 평균 8년 소요
농식품장관 “수출국이 빨리 응하면 신속 처리 가능… 단, 과학의 영역”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월 29일 설 성수품인 사과 작황 현황과 저장 물량을 파악하기 위해 충북 보은 사과농가와 APC 사과 선별장을 방문해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하나에 5000원도 한다는 사과 값은 왜 이렇게 안 떨어지는 걸까. 수입하면 싸질 것 같은데 왜 안 하는 걸까.

사과 가격이 좀처럼 떨어지질 않고 있다. 1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전날 가락시장 사과 도매 경매낙찰(경락) 가격은 11만6171원(10㎏ 기준, 특)을 기록했다. 1년 전(6만3738원)의 2배 수준이다. 한등급 낮은 상품(上品)의 도매 경락가격은 6만7477원으로, 역시 전년 가격(3만8453원)보다 75.5% 오른 가격에 낙찰됐다.

사과는 지난해 이상기후로 작황이 나빠지면서 귀한 몸이 됐다. ‘금(金) 사과’를 넘어 ‘애플레이션’(사과로 인한 물가 상승)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공급이 부족하면 새로운 공급처를 찾아야 한다. 수입 말곤 해법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사과 수입 논의는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농산물 수입에 필요한 검역 절차가 마련되지 않았는데, 이러한 절차를 마련하기 위해선 과학적 검증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그러나 시장의 시각은 다르다. 과거 정부가 국내 수급에 문제가 생긴 수산물이나 축산물의 공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신속하게 검역 절차를 마련했던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사과값이 왜 이렇게 비싼 것인지, 수입은 왜 안 되는 것인지 하나씩 확인해봤다.

설 명절을 앞둔 2월 4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제수용 사과와 배가 진열돼 있다. /뉴스1

Q. 사과 가격 얼마나 뛰었나.

A. 14일 가락시장 사과 도매 경매낙찰(경락) 가격은 6만7747원(10㎏ 기준, 상)으로 전년 대비 75% 올랐다.

도매상이 소상인에게 넘기는 ‘중도매인 판매가격’(도매가)은 같은 날 기준 9만1040원(10㎏, 상)을 기록했다. 전년 가격(4만1028원)의 2배가 넘는다.

Q. 왜 이렇게 오르나.

A. 생산량이 줄어서다. 지난해 재배면적 감소와 이상 기후로 인한 냉해·병충해 피해로 사과 생산량은 전년(56만6000t)보다 30% 감소한 39만4000t에 그쳤다.

Q. 사과는 가을에 수확해 저장해뒀다가 꺼내 파는 과일인데 그럼 재고는 없는 것인가.

A. ‘정부 비축분’이라고 부르는 ‘정부 계약재배물량’은 현재 모두 동이 난 상태다. 사과는 쌀처럼 정부 비축 관리 대상 품목이 아니다. 수급 안정 차원에서 농가와 계약해 재배하고, 필요할 때 시장에 공급한다. 지난해 정부가 농가와 계약한 사과 물량은 4만9000t이다. 이 물량은 작년 추석과 올해 설에 시중에 공급하면서 모두 소진됐다.

현재 마트와 시장에서 판매하는 사과는 민간에서 저장하고 있다가 시장에 나온 것이다. ‘청사과’라고 부르는 아오리 품종 등 햇사과를 수확하기 시작하는 7월 전까진 저장품이 시중에 공급된다. 농업 관측센터에 따르면 2023년산 사과 저장량은 전년 대비 31% 감소한 20만3000t으로 추정된다. 민간 저장량은 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나 유통업체들이 보관하고 있다. 농가가 개별적으로 저장하기도 한다.

Q. 유통 구조 때문에 사과 값이 비싼건 아닌가.

A. 과일 시세는 서울 송파구의 가락시장과 같은 공영도매시장에서 열리는 경매로 결정된다. 생산가를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최고가를 제시한 중도매인이 낙찰 받는다.

여기에 소매점으로 건너가면서 유통 마진이 붙는다. 경매 수수료도 따로 붙는다. 전문가들은 불투명한 가격 결정 구조 때문에 공급량 감소 이상으로 가격이 폭등했다고 꼬집는다.

Q. 산지에서 소비자에게 가기까지 유통 단계에서 가격이 어떻게 변화하나.

A. 슈퍼마켓이나 마트에서 1만원에 판매하는 농산물의 유통 비용은 2020년 기준 평균 4750원이었다. 최종 판매가격 기준으로 선별·포장·물류 이송 등 출하 단계에서 8.5%, 도매 단계에서 10.8%,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하는 소매 단계에서 28.2%의 유통 비용이 붙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오른쪽 두번째)이 12일 오전 서울 송파구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에서 사과·배추 등 농산물 수급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뉴스1

Q. 국내 생산량이 부족하면 수입을 하면 되지 않나. 왜 사과를 수입하지 않는가.

A. 정부는 사과 수입을 위한 검역 절차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외국에서 사과를 수입하면서 병해충이 같이 들어와 국내 사과 농가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그 이면에 사과 농가 보호라는 목적이 숨어있다고 말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보면 사과는 모든 과일 중 재배 면적이 가장 넓은 과일이다. 사과를 자유롭게 수입하면 국내 농가가 타격을 받는 것은 사실이다.

Q. 검역 절차라는 것은 어떤 것인가.

A. 과일을 수입하려면 국제 협약과 국내법에 따른 절차를 밟아야 한다. 국제식물보호협약(IPPC)과 세계무역기구 동식물 위생·검역조치 협정(WTO SPS)은 과학적 증거에 따라 검역절차를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내법으로는 ‘식물방역법’에 수입위험평가와 관리 방안이 명시돼 있다.

국제 협약과 국내법의 핵심은 생과실과 열매채소는 원칙적으로 수입을 금지하되, 하려거든 병해충에 대한 안전성을 확보한 후 수입하라는 것이다. 절차는 수출희망국의 요청 접수 → 수입위험분석 절차 착수 → 예비위험평가 → 개별 병해충 위험평가 → 위험관리방안 작성 → 수입허용기준 초안 작성 → 수입허용기준 입안예고 → 수입허용기준 고시 및 발효 등 8단계를 밟아야 한다.

Q. 현재 한국에 사과를 수출하길 희망하는 나라는 어디이며, 협의는 얼마나 진행이 됐나.

A. 구체적인 수입 절차가 진행 중인 나라는 일본, 뉴질랜드, 독일, 미국 등 4개 나라다. 호주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중국, 이탈리아, 포르투갈, 아르헨티나 등 7개 나라는 수출을 희망한다는 입장은 밝혔지만, 수입위험분석 절차를 착수하진 않았다.

절차가 가장 많이 진행된 나라는 일본으로 5단계인 위험관리방안 작성 단계에 들어가 있다. 7~8단계는 국내 행정적 절차라서 6단계까지만 종료하면 수입 시행 단계에 들어온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5~6단계 절차가 언제 끝날지 알긴 어렵다.

일본이 사과 수입 검역 절차 5단계에 들어온 게 2011년이다. 13년 이상 협상 진전이 없다는 얘기다. 현재 일본은 사과보다 ‘배’를 우선순위에 두고 수입위험분석 절차를 진행하는 중이다.

사과 수입 논의를 2008년부터 시작한 뉴질랜드와 2016년부터 시작한 독일은 현재 3단계 예비 위험평가 진행 단계에 머물러 있다. 1993년부터 사과 수입 논의를 시작한 미국은 2019년 수출국 제공 자료 검토를 완료하고 3단계 진입을 앞두고 있다.

Q. 일시적으로 일정량을 긴급 수입하는 것은 불가능한가.

A. 수입위험분석 절차는 ‘식물방역법령’을 준수해야 하며, 절차를 임의로 생략할 수 없다는 게 농림축산식품부의 공식 입장이다. 분석 절차의 성격상 각 단계별 검토를 마쳐야만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기 때문에, 일부 단계를 간소화하는 것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유통 경로를 제대로 파악하고, 외부 유출을 막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파리나, 나방은 살아 움직이는 생물로 이를 모두 통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Q. 과일을 일시적으로 수입한 사례는 없나.

A. 농식품부는 “없다”고 했다. 해외에도 수입검역절차를 건너 뛰고 일시적으로 수입한 사례는 없다고 한다.

Q. AI로 수급 우려가 커지자 계란은 신속하게 수입을 결정했는데, 사과와 상황이 어떻게 다른가.

A. 계란과 같은 축산물도 농산물처럼 수입을 하기 위한 위험분석 8단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 계란의 경우, 이미 위험분석 절차를 마친 상태였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계란 수입 위험분석이 미국과는 1996년 8월, 스페인과는 2008년 7월, 태국과는 2017년 5월 마무리됐다.

수입위험분석 절차를 마쳤음에도 평시에 수입을 안하는 이유는 수익성이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신선식품인 계란은 유통기한이 한 달밖에 안 돼, 외국에서 들여오려면 비행기로 공수해야 한다. 저렴한 상품인 계란을 물류비가 많이 드는 항공으로 수입하면 수익이 나기 어렵다.

지난해 등 외국산 계란을 수입할 수 있었던 것은 국내 수입사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운송비 등 경비를 내서 가능했다.

Q. 당시 정부가 신속하게 수입 검역 절차를 마쳤다고 홍보하지 않았나.

A. 수입을 하기 위한 ‘수입위험분석 절차’를 신속하게 처리했다는 뜻이 아니라, 국내에 들여오는 과정에서 통관과 검역 절차를 최대한 신속하게 했다는 의미라고 농식품부는 설명했다.

Q. 농산물 수입 허용 절차는 보통 얼마나 걸리나.

A. 지금까지 수입이 허용된 76건은 평균 8.1년이 걸렸다. 가장 빨리 완료된 사례는 중국산 체리로, 3.7년이 걸렸다. 우리 농산물을 외국에 수출하기 위해 상대국의 위험분석 절차를 거친 경우, 평균 7.8년이 소요됐다.

Q. 외국산 사과의 국내 유입으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는 무엇인가. 예방법은 없나.

A. 외래 병해충이 유입돼 농산물 생산량이 감소할 수 있다는 게 농식품부의 견해다. 타 작물로 피해가 확산해 방제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과와 관련해선 과실파리류나 잎말이나방류가 위험 병해충으로 거론된다. 실제로 사과 생산국이면서 수입국이기도 한 미국은 2015년 ‘지중해과실파리’가 유입돼 농작물 피해를 입기도 했다.

하지만 망고나 오렌지, 포도 등 수입과일들도 과실파리나 잎말이나방류가 함께 유입될 수 있는 품목이다. 현재 정부는 이들 품목에 대해서 증열처리나 훈증, 저온처리 등의 방식으로 관리를 하고 있다. 사과 병해충도 이러한 방식으로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유입 가능성이 있는 모든 병해충에 대한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농식품부의 견해다.

Q. 정부가 사과 수입을 추진할 의지는 있나.

A. 사과 등 과일 수입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정부 의지다. 그동안 사과 농가들을 고려해 수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던 정부는 사과 가격이 급등하자 수입하는 방안까지 열어두고 대책을 검토 중이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등이 절차에 빠르게 응하면 빠르게 처리될 수 있다. 다만, 철저히 (검역) 전문가의 영역이라는 점을 이해해 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수출입 논의는 수요자 측의 입장만으로 신속하게 진행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수출하려는 나라도 통관 단계에서의 통상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 위험분석 절차를 신중하게 접근한다고 농식품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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