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무 수석의 '기자 회칼 테러' 언급…제대로 선 넘은 이유
이가혁 기자 2024. 3. 15. 10:31
·황상무 수석이 기자 오찬에서 언급한 사건
·1988년, 정보사령부가 회칼로 기자 피습한 언론 탄압
·황 수석, "농담"이라 해명했지만 "사퇴해야" 목소리
노태우 정부 초기인 1988년 8월 6일 당시 중앙경제신문(중앙일보 자매지로 추후 중앙일보와 통합) 사회부장 오홍근 기자가 서울 청담동 삼익아파트 인근에서 괴한 3명으로부터 피습당했습니다. 오 부장은 회칼로 보이는 흉기로 허벅지를 20cm 가량 찔리고 집단폭행을 당했습니다. 오 부장이 붕대를 감고 누워있는 사진은 국민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88서울올림픽을 코앞에 두고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언론인이 흉기 피습을 당한 상황. 이 충격적인 사건에 당시 야당과 언론 단체는 잇따라 성명을 내고 사건을 규탄했습니다. 그런데 사건의 배후가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수사 결과 괴한은 다름아닌 정보사령부 소속 요원들이었습니다. 정보사 예하부대장인 이규홍 준장이 부하 박철수 소령에게 지시했고, 박 소령은 정보사 요원 4명에게 테러를 지시한 겁니다.
◇ "죽이지는 말고 혼만 내주라"
1988년 8월 31일 자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당시 박 소령은 자신의 부하인 대위 1명과 하사 3명을 '행동대원'으로 선발했습니다. 그리고 이들에게 오홍근 부장이 쓴 칼럼과 기사 내용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어 25cm 길이 흉기를 나눠주며 "죽이지는 말고 혼만 내주라"고 지시합니다. 이 '행동대원'들은 오 부장의 아파트 주변을 사전 답사하고, 범행을 벌였습니다. 범행이 끝난 후 이들은 이규홍 준장에게 범행종료보고까지 올렸고, 이 보고는 이진백 국군정보사령관(소장)까지 올라갔습니다. 나중에 이 사령관은 이 언론인 테러를 보고 받고도 묵인한 책임으로 예편 조치됐습니다. 군인 몇 명의 일탈이 아닌 지시와 이행으로 얽힌 조직적 테러였던 겁니다.
◇ 오 부장의 칼럼, 어떤 내용이었나?
정보사에서 돌려보며 범행을 계획한 그 기사는 대체 어떤 내용이었을까요? 1988년 8월호 〈월간중앙〉에 게재된 '오홍근이 본 사회-청산해야 할 군사문화'였습니다. 1988년 2월 노태우 대통령은 취임 직후 전두환 정권의 사법부 수뇌부를 그대로 재임명하려 했죠. 이에 전국 판사들이 반발해 결국 김용철 대법원장은 물러납니다. 흔히 말하는 '2차 사법파동'입니다. 이 일련의 과정을 두고 오홍근 부장은 "각계각층의 빗발치는 반대에도 불구하고 두 차례씩이나 고분고분 해보이는 사람을 사법부 수장으로 밀어붙이려 했던 데서 우리는 이런 군사문화의 부문적인 체취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국민의 뜻과는 상관없이 사법부를 좌지우지하고자 했던 발상, 그것이 바로 청산되지 않은 군사문화의 뿌리다"라고 썼습니다. 여전히 군출신 인사가 노태우 정권 요직에 있던 당시 상황. 이 칼럼이 불편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 황상무 수석 '농담'이 부적절한 이유
정리하면 이 사건은 '정권과 가까운 사람들'이 정권을 따끔하게 비판한 칼럼을 돌려보며 그걸 쓴 언론인을 피습할 사전 계획을 세우고 직접 실행까지 한 끔찍한 언론탄압이었습니다. 이 사건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 배후가 누구였는지, 기사 내용이 무엇인지를 들여다보면 2024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라는 사람의 농담이 얼마나 부적절했는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시민사회수석은 시민사회 균형 발전을 위해 대통령실과 시민사회 각층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더욱이,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KBS 앵커를 역임한 언론인 출신입니다. 무얼 농담으로 해도 될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황 수석 주장을 받아들여 이게 '농담'이라고 쳐도, 기자 테러 사건을 기자들 앞에서 웃으며 이야기한 그 자체가 '사람에 대한 예의'에 어긋난 것이죠.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황 수석 본인도 언론인 출신인데, 그 말이 위협으로 들릴지를 판단하지 못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황상무 수석은 즉각 사표 쓰십시오"라고 비판했습니다.
황상무 수석의 부적절한 발언, 대통령실의 조치가 어떻게 이어질지 지켜볼 일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댓글로 의견 남겨주세요.
■
·1988년, 정보사령부가 회칼로 기자 피습한 언론 탄압
·황 수석, "농담"이라 해명했지만 "사퇴해야" 목소리
■ 방송 : JTBC 유튜브 라이브 〈뉴스들어가혁〉 (평일 오전 8시 JTBC News 유튜브)
■ 진행 : 이가혁 기자 (인용 시: JTBC 유튜브 라이브 〈뉴스들어가혁〉)
대통령실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의 '점심 자리 이야기'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황상무 수석은 어제(14일) MBC를 비롯해 대통령실 출입기자 일부와 점심을 먹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던 황 수석은 자신의 군대 시절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MBC는 잘 들어"라고 먼저 언급한 후 "1988년 경제신문 기자가 아파트 앞에서 허벅지에 칼 두 방이 찔렸다"고 말한 겁니다. 황 수석은 이후 "농담"이라고 해명했지만, 정권 비판 목소리를 내는 언론을 겁주려는 듯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그 사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중앙일보〉 과거 기사를 토대로 자세히 설명해드리겠습니다.
◇ 1988년 '오 부장 테러사건'은?
■ 진행 : 이가혁 기자 (인용 시: JTBC 유튜브 라이브 〈뉴스들어가혁〉)
대통령실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의 '점심 자리 이야기'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황상무 수석은 어제(14일) MBC를 비롯해 대통령실 출입기자 일부와 점심을 먹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던 황 수석은 자신의 군대 시절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MBC는 잘 들어"라고 먼저 언급한 후 "1988년 경제신문 기자가 아파트 앞에서 허벅지에 칼 두 방이 찔렸다"고 말한 겁니다. 황 수석은 이후 "농담"이라고 해명했지만, 정권 비판 목소리를 내는 언론을 겁주려는 듯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그 사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중앙일보〉 과거 기사를 토대로 자세히 설명해드리겠습니다.
◇ 1988년 '오 부장 테러사건'은?
노태우 정부 초기인 1988년 8월 6일 당시 중앙경제신문(중앙일보 자매지로 추후 중앙일보와 통합) 사회부장 오홍근 기자가 서울 청담동 삼익아파트 인근에서 괴한 3명으로부터 피습당했습니다. 오 부장은 회칼로 보이는 흉기로 허벅지를 20cm 가량 찔리고 집단폭행을 당했습니다. 오 부장이 붕대를 감고 누워있는 사진은 국민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88서울올림픽을 코앞에 두고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언론인이 흉기 피습을 당한 상황. 이 충격적인 사건에 당시 야당과 언론 단체는 잇따라 성명을 내고 사건을 규탄했습니다. 그런데 사건의 배후가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수사 결과 괴한은 다름아닌 정보사령부 소속 요원들이었습니다. 정보사 예하부대장인 이규홍 준장이 부하 박철수 소령에게 지시했고, 박 소령은 정보사 요원 4명에게 테러를 지시한 겁니다.
◇ "죽이지는 말고 혼만 내주라"
1988년 8월 31일 자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당시 박 소령은 자신의 부하인 대위 1명과 하사 3명을 '행동대원'으로 선발했습니다. 그리고 이들에게 오홍근 부장이 쓴 칼럼과 기사 내용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어 25cm 길이 흉기를 나눠주며 "죽이지는 말고 혼만 내주라"고 지시합니다. 이 '행동대원'들은 오 부장의 아파트 주변을 사전 답사하고, 범행을 벌였습니다. 범행이 끝난 후 이들은 이규홍 준장에게 범행종료보고까지 올렸고, 이 보고는 이진백 국군정보사령관(소장)까지 올라갔습니다. 나중에 이 사령관은 이 언론인 테러를 보고 받고도 묵인한 책임으로 예편 조치됐습니다. 군인 몇 명의 일탈이 아닌 지시와 이행으로 얽힌 조직적 테러였던 겁니다.
◇ 오 부장의 칼럼, 어떤 내용이었나?
정보사에서 돌려보며 범행을 계획한 그 기사는 대체 어떤 내용이었을까요? 1988년 8월호 〈월간중앙〉에 게재된 '오홍근이 본 사회-청산해야 할 군사문화'였습니다. 1988년 2월 노태우 대통령은 취임 직후 전두환 정권의 사법부 수뇌부를 그대로 재임명하려 했죠. 이에 전국 판사들이 반발해 결국 김용철 대법원장은 물러납니다. 흔히 말하는 '2차 사법파동'입니다. 이 일련의 과정을 두고 오홍근 부장은 "각계각층의 빗발치는 반대에도 불구하고 두 차례씩이나 고분고분 해보이는 사람을 사법부 수장으로 밀어붙이려 했던 데서 우리는 이런 군사문화의 부문적인 체취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국민의 뜻과는 상관없이 사법부를 좌지우지하고자 했던 발상, 그것이 바로 청산되지 않은 군사문화의 뿌리다"라고 썼습니다. 여전히 군출신 인사가 노태우 정권 요직에 있던 당시 상황. 이 칼럼이 불편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 황상무 수석 '농담'이 부적절한 이유
정리하면 이 사건은 '정권과 가까운 사람들'이 정권을 따끔하게 비판한 칼럼을 돌려보며 그걸 쓴 언론인을 피습할 사전 계획을 세우고 직접 실행까지 한 끔찍한 언론탄압이었습니다. 이 사건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 배후가 누구였는지, 기사 내용이 무엇인지를 들여다보면 2024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라는 사람의 농담이 얼마나 부적절했는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시민사회수석은 시민사회 균형 발전을 위해 대통령실과 시민사회 각층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더욱이,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KBS 앵커를 역임한 언론인 출신입니다. 무얼 농담으로 해도 될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황 수석 주장을 받아들여 이게 '농담'이라고 쳐도, 기자 테러 사건을 기자들 앞에서 웃으며 이야기한 그 자체가 '사람에 대한 예의'에 어긋난 것이죠.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황 수석 본인도 언론인 출신인데, 그 말이 위협으로 들릴지를 판단하지 못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황상무 수석은 즉각 사표 쓰십시오"라고 비판했습니다.
황상무 수석의 부적절한 발언, 대통령실의 조치가 어떻게 이어질지 지켜볼 일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댓글로 의견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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