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태우-정봉주 한밤의 공천 취소…여야 “중도층이 무섭다” 위기감[이런정치]

2024. 3. 15. 10:2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힘 도태우 공천 취소 10분 만에 민주 정봉주도
여야, 한밤 중에 결단…막말 논란 확산 차단 조치
전문가들 “막말, 중도층 영향…여론 만들 수 있어”
과거 막말 파문 영향 사례 고려됐을 것이란 분석도
총선출마자들 “막말 논란 여파, 수도권에 큰 영향”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에 정지 표지판 뒤로 국회 모습이 보이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안대용·박상현 기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과거 ‘막말’ 발언으로 논란이 확산된 도태우 변호사와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한 공천을 14일 한밤 중 각각 전격 취소했다. 이를 두고 선거판 전체로 퍼질 악영향을 현 시점에서 끊어내기 위한 결단이란 분석이 나온다. 4·10 총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야가 막말 악재를 떠안고 방치할 경우 승부의 주도권을 상대에게 넘겨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여야 정치권은 물론 전문가들은 ‘한밤의 선택’이 특히 중도층의 이탈을 막기 위한 판단이라고 본다. 중도층의 경우 그 자체 표심도 중요하지만 여론을 선도하고 만들 수 있어 선거 전체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윤재옥 원내대표는 15일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발언들이 선거에 또 민심에 영향을 미치는 건 틀림없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정도가 얼마나 심각한지, 또 발언의 시점이라든지 상황이라든지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결정할 일이 있으면 결정하고 그렇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 대변인을 겸하고 있는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어제 오전 선대위 본부장 회의에 참석해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며 “아무래도 정봉주 후보와 관련된 건이었는데 당에서 상당히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전날 오후 10시를 넘긴 시각 국민의힘은 “도태우 후보(대구 중구남구)에 대한 공천 취소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5·18 폄훼 논란으로 두 차례 사과문을 올린 후에도 부적절한 발언이 추가로 드러났다는 게 취소의 결정적 이유라고 설명했다. 2019년 서울 광화문 태극기 집회에서 “혹자는 문재인의 이런 기이한 행동을 볼 때 ‘죽으면 그만하는가 하는 그런 상상을 해보게 된다’고 한다”고 발언한 사실 등이 추가로 알려졌는데, 이러한 점이 공천 취소 원인으로 작용했다.

국민의힘 발표 10분 후 민주당도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보본부 명의로 박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을 통해 정 전 의원 공천 취소 사실을 전했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는 경선을 1위로 통과한 (서울) 강북을 정봉주 후보가 목함지뢰 피해용사에 대한 거짓사과 논란으로 국민께 심려를 끼친 바 당헌·당규에 따라 해당 선거구의 민주당 후보 재추천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여야가 심야에 각각 공개한 공천 취소 결정에 대해 ‘중도층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여야의 강경 지지자들은 흔들림이 없지만 중도층 스윙보터들은 마음을 변동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중도층은 몇 퍼센트의 영향뿐만 아니다”라며 “여론을 만들 수 있고, (막말 논란으로 인해) 여론에 미칠 영향이 무서운 것”이라고 전했다.

과거 선거 국면에서 막말 파문 사례들이 전체 판세에 영향을 미친 사례도 고려됐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에서 최근 가장 빈번하게 거론되는 건 2012년 총선 당시 서울 노원구갑에 출마했던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의 과거 발언 논란이다. 그는 2004년 한 인터넷 방송에서 미국 국무장관이던 콘돌리자 라이스에 대해 ‘성폭행해 죽여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고, 이 발언이 2012년 총선 국면에서 큰 논란으로 번졌다. 황 평론가는 “그 발언으로 대략 민주당이 열 다섯 이상 날아갔다는 게 2012년 총선 결과를 봤던 사람들의 공통적 의견”이라고 했다. 당시 총선에선 여당인 새누리당이 과반인 152석을 차지했고, 민주통합당은 127석을 얻는 데 그쳤다.

실제 막말 논란의 여파는 이번 총선 출마자들이 피부로 느끼고 있다. 특히 수도권에서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한다. 수도권 지역구에 출마하는 민주당의 한 후보는 “막말 논란에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이 직접 영향권”이라며 “언론 보도에 민감하기 때문인데, 장기적으로 가면 타격을 더 크게 받는 게 수도권이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소속 한 총선 후보도 “여당의 수도권 위기론 같은 말들이 나오는 이유가 다 막말 파문 이런 데서 기인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dandy@heraldcorp.com

pooh@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