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악화로 '소비자 혜택' 줄인 카드사…연봉은 더 가져갔다
삼성카드 평균연봉 1억4600만원…4년 연속 연봉 1위
업황 악화로 카드론 고금리·혜자카드 축소…"고객 전가"
지난해 주요 카드사들이 업황 악화를 이유로 이용자의 신용카드 혜택을 축소한 가운데 임직원 평균 연봉은 대부분 1억원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업황이 좋은 은행권보다 더 높은 평균연봉을 받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삼성카드는 지난해 임직원에게 평균 1억4600만원을 지급하면서 4년 연속 연봉 1위 자리를 지켰다. 지난해 카드사들의 당기순이익 급감에도 불구하고, 임직원 평균연봉은 되레 올랐다.
지난해 임직원 연봉 더 늘어난 카드사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비씨카드)의 지난해 임직원 평균 연봉은 1억1405만원으로 전년(1억1287만원) 대비 1.5% 올랐다.
8개 전업카드사 중 평균 연봉이 가장 높은 카드사는 삼성카드였다. 삼성카드는 순이익 기준 업계 1위인 신한카드를 제치고 4년 연속 카드사 평균 연봉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삼성카드 임직원 1988명이 받은 평균 보수는 1억4600만원에 달했다. 임직원 수가 전년 대비 19명 줄어들었음에도 전년 평균연봉 1억3900만원 대비 5.5% 증가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 임직원 평균 연봉을 공시한 은행 중 가장 높은 평균연봉을 준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1억3600만원)보다 1000만원 가량이 많은 금액이다.
KB국민카드의 경우 평균 연봉이 1억2100만원으로 같은 지주 계열사인 KB국민은행(1억1800만원)보다 높은 보수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는 전년(1억2700만원)보다 4.4% 감소한 수치다.
신한카드는 임직원 2628명이 받은 평균 연봉은 1억2200만원으로 전년 1억2800만원에서 4.1% 감소한 금액이다. 신한카드의 경우 임직원 수가 2593명에서 35명 늘어나며 보수 총액이 줄어들어 평균 연봉이 낮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2022년 현대카드와 공동 5위를 차지했던 비씨카드는 지난해 평균연봉이 1억1300만원으로 2022년(1억700만원) 대비 6.4% 증가하며 8개 전업카드사 중 4위로 올라섰다.
하나카드의 평균 연봉은 1년 전보다 1.3%(100만원) 감소한 1억1200만원으로 나타났다. 현대카드도 1년 전보다 임직원 수가 늘고 보수 총액이 줄어 평균 연봉이 2022년 대비 3.3%(300만원) 감소한 1억400만원을 기록했다.
우리카드와 롯데카드는 2022년 대비 각각 4.7%, 7.9% 증가하며 지난해 임직원 평균 연봉이 각각 1억400만원, 9000만원으로 늘어났다.
카드 무이자 축소·혜자카드 단종…"소비자에만 전가"
이런 카드사들의 임직원 연봉 인상은 조달 비용 상승과 업황 악화를 이유로 고객 혜택을 축소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지난해 순이익을 살펴보면 아직 실적발표를 하지 않은 현대·롯데·비씨카드를 제외한 전업카드사 5곳 모두 내리막길을 걸었다. 개별사 별로 살펴보면 우리카드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12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2050억원) 45.3% 급감하며 사실상 반토막이 났다. KB국민카드와 하나카드도 각각 3511억원, 171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3%, 10.9% 감소했다. 신한카드와 삼성카드도 각각 2.1%, 3.2%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카드사 관계자는 "연차가 쌓일 수록 급여가 상승하는데, 최근 카드업계에 장기근속자 대비 퇴직하는 청년층 직원이 늘어나면서 평균 연봉도 상승하고 있다"며 "연봉 협상시 회사 실적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성과 등도 함께 반영되기 때문에 업황 악화에도 급여는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업황이 악화되자 카드사들은 일제히 소비자 혜택을 줄여 나갔다. 실제 지난해 카드사들은 카드 한도와 무이자 할부 혜택을 대폭 축소했다. 적립과 할인율이 큰 '혜자카드'도 잇달아 단종했다. 실제로 지난해 8개 전업 카드사의 카드 458종이 단종됐다. 2022년(116종)과 비교하면 4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관련기사: '연회비 200만원' 카드사 프리미엄 카드 집중하는 이유(2월16일)
아울러 카드론·현금서비스·리볼빙 등의 대출금리는 올려 주로 중저신용자로 이뤄진 카드이용자의 경제적 부담은 가중시켰다. 특히 현금서비스와 리볼빙의 경우 법정최고금리(20%) 수준까지 올리며 '고금리 장사'를 이어나갔다.
소비자에게만 비용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부회장은 "물가 상승으로 인한 임금 인상이나 생산성으로 높이기 위한 구조조정 등이 발생하면 연봉이 일부 오를 수 있다"면서도 "수익성 악화로 고금리 기조를 이어가고 비용 절감을 위해 부가서비스 등의 소비자 혜택을 줄이면서 급여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가져가는 것은 비난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또한 "물가가 3% 가까이 올랐기 때문에 연봉이 오르는 것은 수용할 수 있지만 이익 극대화를 위해서 소비자 혜택을 줄이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이익만 추구하기 보다 고객과 상생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진아 (gnyu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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