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계열사서 유해 물질 잇단 유출...이사회엔 '진심'·노동자 안전은 '뒷전'?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에서 유해 물질 유출 사고가 이어지면서 '안전 불감증' 논란이 일고 있다. 준공 3개월 남짓된 사업장에서 거듭 문제가 발생해 300여명이 병원 진료를 받았다.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은 포스코홀딩스와 호주 광산업체 필바라미네랄스가 합작한 법인으로 이차전지 배터리 핵심소재인 수산화리튬을 생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의 모기업격인 포스코홀딩스가 이사회 출장에는 돈을 아끼지 않으면서 정작 노동자 안전에는 뒷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고용부 기획감독 진행…100㎏유출에 300여명 피해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고용부 여수지청은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전남 광양 율촌산단 소재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 사업장을 대상으로 기획감독을 진행했다. 기획감독은 유해 작업장 등을 대상으로 단속 기간을 정하고, 지도·점검을 진행하는 것이다.
노동부는 앞서 해당 사업장에 '경고'조치를 내리고,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을 통보했다.
해당 사업장은 지난해 11월 준공한 사업장이다. 지난 6일 설비효율을 높이려다가 실리콘 배관이 찢어지면서 수산화리튬이 외부로 흩날리는 문제가 발생했다. 피해 유출량은 50~100㎏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9일까지 잔여물 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수산화리튬이 재차 바람에 날리는 2차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때문에 현장에 있던 작업자 300여명이 고통을 호소해, 병원 진료를 받았다.
수산화리튬은 피부, 눈 등 인체에 직접 접촉할 경우 심각한 화학 화상을 일으킬 수 있다. 흡입 시에는 폐렴과 폐부종 발생 가능성을 높이고, 기침과 호흡곤란을 일으킨다. 외부에 유출될 경우에는 환경오염 등 생태계에 악영향도 끼칠 수 있다. 현재 율촌산단에는 배터리 이차전지사업 등 신규 공장이 늘어나면서 1만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해 물질 유출 사고가 대규모 인명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이와 관련해 실제 비산량은 적은 수준이고, 신속한 대처로 환경오염, 심각한 인명피해 등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현재 고용부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고, 재발 방지 대책도 수립 중이라는 입장이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빠른 대처로 인명 사고나 환경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며 "파쇄 과정에서 진동이 축적되면서 배관이 파손된 것으로 진동 흡수가 잘되도록 보완하고, 재발 방지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계, 정치권 비난 한 목소리
그러나 노동계와 정치권에서는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은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이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보다 오직 기업 이익에만 몰두해 있다고 지적한다. 당시 현장에 있던 노동자들이 수산화리튬에 노출돼 진료를 받고 왔음에도 공장을 즉각 가동했다는 것이다. 별다른 안전교육도 없이 방진 마스크만 지급한 채 작업을 강요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로 인해 잔여물이 다시 바람에 날리면서 추가 피해 사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현장에서는 유독 물질인 '황산' 가스 유출 가능성도 있어 이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고 당시 회사 대처 방식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학물질 유출 상황에서 현장 노동자에게 아무런 상황설명 없이 컨테이너 휴게실에 대기만 시켰고, 사고 경위, 대응책 등과 관련한 설명도 부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안전보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녹색정의당 전남도당은 "사고 관련 사측의 대처는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무시한 처사"라며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은 생각하지 않고 공장 가동과 이윤만을 추구한 사측의 무리한 욕심이 사태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의 일부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업무 시작 전 항상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마스크, 안전화, 보안경, 장갑 등 보호구를 모두 제공한 채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초호화 출장 재조명…노동자 안전은 후순위?
이번 사고를 계기로 앞서 있었던 포스코홀딩스 이사회의 초호화 출장 논란도 재조명되고 있다. 경찰은 현재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과 사내외 이사 등 16명을 업무상 배임이나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입건해 조사중이다. 지난해 8월 6일부터 12일까지 5박 7일 일정으로 캐나다 이사회를 개최하면서 식비와 현지 전세기 이용, 골프비 등으로 총 6억8000만원가량을 들인 혐의다. 추가로 2019년에 중국에서도 이사회를 열어 호화출장을 다녀왔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에 추가 고발된 상태다.
노동계 관계자는 "이사회 초호화 출장에는 비용을 아끼지 않으면서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은 뒷전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우진 기자 kwj1222@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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