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부·심청… 조선문학 속 이타적 모습의 진실[북리뷰]

유민우 기자 2024. 3. 1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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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가 부러진 제비를 치료해준 흥부,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려고 자신의 생명을 희생한 심청.

선한 인물이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그에 대한 보상을 받는 해피엔딩은 국내 독자들에게 익숙하다.

'이타와 시여'는 자신이 손해를 보면서도 남을 이롭게 하는 '이타'(利他)와 보상을 기대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베푸는 '시여'(施與)를 중심으로 조선후기 문학 작품들을 다시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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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타와 시여
강명관 지음│푸른역사

다리가 부러진 제비를 치료해준 흥부,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려고 자신의 생명을 희생한 심청. 선한 인물이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그에 대한 보상을 받는 해피엔딩은 국내 독자들에게 익숙하다. 하지만 현실에선 보상을 바라는 심리가 선행에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이타와 시여’는 자신이 손해를 보면서도 남을 이롭게 하는 ‘이타’(利他)와 보상을 기대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베푸는 ‘시여’(施與)를 중심으로 조선후기 문학 작품들을 다시 분석한다. 예컨대, ‘흥부전’에서 흥부는 자신의 시간과 노동을 소모해 제비를 치료하고, ‘심청전’에서 심청은 아버지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친다. 정도가 다르지만 이들에겐 자기손실이 따른다. 보상 때문이 아니라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이전하는 ‘공감력’이 뛰어났기 때문에 선행에 대한 거리낌이 없었던 것이다. 저자는 선행의 필수적인 요소가 보답을 전혀 바라지 않는 ‘보상 기대 부재’, 그리고 자신이 베풀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는 ‘자기망각’이라고 강조한다. 조선후기 문학작품 속 인물들은 보상 기대 부재의 정도를 넘어 보상 자체를 극단적으로 회피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보상을 바라는 심리가 만연한 현대 사회에서는 흥부나 심청과 같은 인물을 기대하긴 어렵고 사람들은 여전히 권선징악형 엔딩에 열광한다. 저자가 낡은 이야기에서 길어 올린 공생에 대한 상상력이 절실하다. 권선징악이 아닌 공감에 초점을 맞춰 옛날이야기를 다시 읽을 때다. 296쪽, 1만7000원.

유민우 기자 yoom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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