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의 강' 건너다 만 국민의힘, 도태우는 잘라냈지만…
△ 국민의힘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 제주 4.3항쟁, '부정선거 음모론'에 관해 극우 성향에 가까운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된 후보들이 제22대 총선 공천을 받았다. 일부 후보의 공천은 뒤늦게나마 철회됐지만,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광주를 찾아 '무릎 사과'를 하고, '4.3 김일성 지령설'을 주장했다 사퇴한 태영호 전 최고위원을 징계하고, '부정선거 음모론'의 투사 황교안 전 대표가 2023년 3.8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서 한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며 꼴찌로 도태됐던 때와 비교하면 분명 후퇴한 모습이다.
△ 먼저 이제는 '전' 후보가 된 도태우 변호사의 그간 행적이다. 그는 2019년 2월 한 유튜브 채널에서 '5.18 북한과 무관하면 검증에 당당해야, 국가 좀먹는 5.18 신화화에 도전한다'는 제목의 유튜브 방송에서 "5.18과 북한 개입 여부라는 부분을 문제 제기하는 것조차 아주 망언이니…. 5.18에 대해서 자유민주화적 요소가 있지만 그것으로 포섭되기 어려운 굉장히 문제적인 부분들이 있고, 특히 거기에는 북한 개입 여부가 문제된다라는 것이 사실은 상식"이라고 주장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변호를 맡았던 그가 2016~18년에 걸쳐 10여 차례 이상 '극우' 성향 사이트 '일간베스트'에 올라온 "최순실 허위선동 FACT LIST", "이 뉴스 하나로 … 정유라는 무죄임이 증명됐다", "당시 강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태극기집회를 처음 시작한 곳!!!!" 등 게시글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공유했다는 점도 알려져 있다.
특히 '5.18 북한 개입설'을 두고 논란이 일자 도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지난 9일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5년 전 제 정제되지 못한 개인적인 발언으로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지난 12일 "국민의힘은 정강에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명시한 자유민주주의 정당이다. 저는 자유민주주의를 이룩하고자 한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존중하고, 이어받겠다"고 두 차례 사과문을 게시했다.
하지만 그 뒤 도 변호사가 2021년 11월 한 인터넷 언론에 기고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영면에 부쳐"라는 제목의 글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유혈진압한 전 씨를 "1987년 높은 단계의 자유민주주의로 이행하기까지 대한민국의 과도기를 감당하고 결국 평화적인 방법으로 새 시대의 문을 연 보기 드문 군인 출신 대통령"이라고 평가한 일 등이 추가로 밝혀졌다. 결국 도 변호사의 대구 중·남구 공천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광주 방문을 하루 앞두고 취소됐다. (☞관련기사 :국민의힘, '5.18 폄훼' 도태우 공천 취소 의결)
△ 불행히도 논란을 빚은 것은 도 변호사 혼자만이 아니었다. 대전 서구갑 공천을 받은 조수연 후보는 2021년 4월 페이스북에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제주 4.3항쟁 추념사 일부를 인용한 뒤 "Moon의 제주 4.3에 대한 역사인식이다. 어이가 없다"며 "당시 제주폭동을 일으킨 자들이 완전한 독립을 꿈꾸며 분단을 반대했는가! 아니면 김일성, 박헌영 지령을 받고 무장 폭동을 통해 사회주의 국가를 꿈꾸었는가. 역사를 왜곡하면 안 된다. 그것도 대통령이란 사람이!"라고 썼다.
그가 2017년 8월 페이스북에 "(조선) 백성들은 진실로 대한제국의 망국을 슬퍼했을까. 봉건적 조선 지배를 받는 것보다는 일제 강점기에 더 살기 좋았을지 모른다"고 쓴 일도 논란이 됐다.
조 후보는 일제 강점기 글에 대해서는 페이스북에 두 차례 사과문을 썼다. 하지만 4.3항쟁에 대해 그는 "제 역사 인식은, 김달삼 등 박헌영이나 김일성 지령을 받은 사람들이 경찰서를 습격하면서 시작됐는데 그 후에 이들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무고한 양민이 너무 많이 학살됐다는 것"이라며 "이들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필요하다. 국가는 이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프레시안>에 말했다.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가 2003년 '지시 자료를 찾을 수 없다'고 결론 내린 '김일성 개입설'에 대한 입장은 그대로인 셈이다. (☞관련기사 : 국민의힘 조수연 "제주 4.3, 김일성 지령 받은 무장 폭동")
△ 경기 광명갑의 김기남 후보는 2020년 4월 26일 페이스북에서 21대 총선 결과에 대해 "미통당(미래통합당)은 이번 총선에서 우파가 졌다고 패인을 분석하고 반성하지 말라"며 "공정한 선거에서 졌다면 당연히 그리 해야겠지만 사전투표 조작 가능성이 높은 지금은 부정선거에 대한 투쟁이 먼저"라고 주장했다. 같은 해 5월 21일 그는 "전두환 전 대통령 욕할 것 없다"며 "40년 전, 광주 사태가 일어나고 있었지만 그때도 모든 언론은 '아닥'(침묵)하고 있었다. 지금 4.15 부정선거에 대한 '블랙시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지만 모든 주류언론들은 철저하게 함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부정선거 음모론'에 대해 "지금도 그런 가능성이 있으니까 사전 선거나 이런 것에서도 선관인(선거관리인), (투표지를) 교부하는 사람들이 지장, 도장 찍어주는 것이 굉장히 필요한 제도라고 생각한다"며 "가급적이면 사전 투표도 폐지하는 것이 좋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프레시안>에 밝혔다. 그는 '부정선거론에 대한 언론의 침묵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의 침묵과 비슷하다며 광주사태라는 표현을 썼다'는 질문에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관련기사 : 국민의힘 김기남, 과거 "4.15 부정선거…투쟁이 먼저")
△ 3명의 문제 인사 중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공천 취소 의결을 내린 것은 도 변호사 뿐이다. '4.3항쟁 김일성 개입설'과 '부정선거론'에 대한 '극우'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다른 두 후보에 대한 공천 자격 재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는다. 추가 논란이 드러난 것은 아니기에 언론의 관심에서 빗겨서있지만, '4.3 김일성 지령설'을 철회하지 않은 태영호 의원 역시 서울 구로을에 단수공천을 받았다.
'한동훈 비대위'에서 이런 논란이 불거진 것 자체가 어찌 보면 아이러니다. 한 위원장은 법무부 장관 시절 4.3항쟁으로 인해 '내란죄' 누명을 쓰고 감옥살이를 한 20명에 대한 재심을 지시했다. 법원도 무죄 판결을 내렸다. 지난 1월 4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 참배하고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을 수록하는 것에 적극적으로 찬성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부정선거론'에 대해서도 그는 지난달 14일 기자들과 만나 "공감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현재까지 국민의힘 공천에서 일어난 일을 보면, '법무장관 한동훈'과 달리 '여당 지도자 한동훈'은 극우 성향 인사를 걸러내지 못한 '시스템 공천'의 결과를 바로잡기 위해 진정을 다하지 않고 있다는 평가는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 사이 제주4.3기념사업회는 "제주도민들의 아픈 상처를 덧나게 하고 있다"며 전날 성명을 통해 조 후보와 태 의원의 공천 철회를 요구했다.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는 아직도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는 이들이 찾아와 기자회견과 집회를 열곤 한다.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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