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과시적 소비’ 추구한 엘리트 계급의 등장… 또 다른 불평등을 낳다[북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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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은 1800년대 말 '유한계급론'을 출간했다.
이제는 생산 계급이 과거 유한계급처럼 소비를 하는데, 그 방법이 결코 과시적이지 않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들이 물질적 소비를 앞세운 유한계급보다 더 유해한 집단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눈에 빤히 보이는 물질적 재화를 소비하던 유한계급보다 훨씬 더 은밀하고 심각하게 계급 격차를 확대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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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커리드핼킷 지음
유강은 옮김│오월의봄
미국 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은 1800년대 말 ‘유한계급론’을 출간했다. 여기서 유한은 ‘한계가 있다’(有限)가 아니라 ‘여유가 있다’(有閑)는 뜻이다. 영어 표현도 ‘The Class of the Leisure’다. 즉 레저 생활을 즐길 만한 여유가 있는 이들을 뜻한다. 하지만 현대적 의미의 ‘레저’와는 다르다. 귀족이나 대자본가가 생산적 노동을 멀리하고 과시적 소비를 한다는 비판적 표현이다.
하지만 100년도 더 된 이 이론이 더 이상 현대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반발이 나온다. 서던캘리포니아대 도시·지역계획학 석좌교수인 저자가 ‘야망계급론’을 내놓은 이유다. 이제는 생산 계급이 과거 유한계급처럼 소비를 하는데, 그 방법이 결코 과시적이지 않다는 주장이다. 유한계급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계급의 등장이다.
유한계급은 돈도, 시간적 여유도 많다. 돈 쓸 시간이 있고, 시간을 때울 돈도 있는 셈이다. 그래서 과거 귀족들은 홍차를 만들며 우유와 차 중 무엇을 먼저 부을 것인지를 두고 비경제적인 논쟁을 벌였다고 저자는 꼬집는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산업화를 통해 재산 축적이 쉬워지고 웬만한 이들도 명품 하나쯤 걸칠 수 있게 됐다. 다만 노동의 대가로 돈을 벌기 때문에 유한계급만큼 시간적 여유는 많지 않다. 대신 물질주의와 거리를 두고 사회적·환경적 의식과 지식 습득에 관심을 갖고 자녀 교육에 힘을 쏟는 이들이 증가했다. 저자는 이들을 가리켜 유한계급 자리를 대신한 야망계급이라 명명한다.
야망계급은 통상 고학력, 전문기술, 문화적 소양을 갖췄다. 경제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서 있지는 않다. 소득보다는 지식·문화 수준이 계급을 나누는 더 중요한 지표고, 뚜렷한 가치관도 갖고 있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야망계급은 유한계급과 달리 꽤 긍정적 집단처럼 보인다. 하지만 저자는 이들이 물질적 소비를 앞세운 유한계급보다 더 유해한 집단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야망계급은 과시적 생산, 과시적 여가, 비과시적 소비로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노동시장에서 잉태된 엘리트인 야망계급은 교육이나 의료, 은퇴 후 삶에 투자하면서 후대에 그들의 지위를 재생산하고 계급 분리를 더 공고히 한다. 야망계급 부모의 양육은 일종의 발달 프로젝트로서 계급 재생산을 부추긴다는 주장이다. 눈에 빤히 보이는 물질적 재화를 소비하던 유한계급보다 훨씬 더 은밀하고 심각하게 계급 격차를 확대한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경제적 격차가 아닌 전례 없이 심각한 문화적 격차이며, 결과적으로 불평등을 은폐해 타 계급이 야망계급을 넘보는 사다리마저 걷어차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400쪽, 2만2000원.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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