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플 ‘용리단길’ 옆에 근현대사 저장소가 있다?…2주년 맞은 용산역사박물관[현장에서]
용산역 일대는 최근 서울에서 가장 주목받는 공간이다. 건너편 삼각지역과 신용산역 사이 골목길은 낡은 건축물마다 젊은층이 즐겨 찾는 가게가 들어서더니 용리단길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주상복합과 신축 아파트 단지들이 속속 올라가는 대로변을 따라 BTS의 소속사 하이브를 비롯한 굴지의 기업들이 터를 잡았고, 인근에 대통령실까지 이전했다. 수십 년간 비어있던 옛 정비창 부지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구상이 가시화되는 모양새다.
정치와 문화, 도시의 격변을 정면으로 마주한 이곳에 100년 넘게 원형 그대로 남아 있는 2층 붉은벽돌 건축물은 주변과 차별화되는 생경한 외관만큼이나 특별한 기억을 보관한다. 바로 한강로3가에 위치한 용산역사박물관이다.
전시해설 자원봉사자 고향숙씨는 박물관에 대해 “한국의 근현대 역사를 압축한 공간”이라며 “과거 기록만이 아니라 변화하는 서울의 지금과 미래를 담고 있기도 하다”고 소개했다.
서울의 첫 지역사 전문 박물관으로 문을 연 용산역사박물관이 오는 22일 개관 2주년을 맞는다. 일제강점기였던 1928년에 건설돼 철도 건설 노동자들이 치료받았던 병원 건축물을 활용한 공간이다. 건물 자체가 등록문화재로, 외벽 벽돌과 내부 흔적들은 최대한 보존했다. 근대건축물의 가치를 유지하면서 용산의 역사와 문화적 다양성을 표현하는 데 방점을 뒀다.
일제강점기 용산은 군사기지와 약탈을 위한 철도가 놓이며 한국에서 가장 먼저 근대화한 지역이다. 이는 미군이 냉전 시대 주둔지로 용산을 선택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고씨는 “조선시대 한양도성 밖 물류·교통의 중심이었던 ‘용산방’은 오랜 지명”이라며 “일제가 이곳을 일본인을 위한 땅으로 요청했고, 1928년 철도병원이 신축됐다. 이후 용도 변경 없이 2011년까지 병원으로 사용하다가 박물관이 됐다”고 말했다.
박물관에는 이 같은 역사와 함께 남산과 한강, 외국 공사관들과 이태원 등 현재 용산이 가진 자원들도 볼 수 있다. 옛 용산철도병원뿐 아니라 지역의 자료와 유물 4000여점을 보기 위해 개관 첫해 6만9462명에 이어 지난해에도 6만2706명이 찾았다.
박물관 측에 따르면 KTX가 지나는 용산역 등으로 대중교통 접근성이 커 전국에서 고령층 모임 장소로도 많이 찾는다고 한다. 용리단길의 영향으로 젊은 연인 관람객도 쉽게 볼 수 있다. 사진이나 역사에 관심 있는 10~20대 방문객도 자주 들러 다양한 연령층의 공간이 됐다.
실제로 한강로동 유동인구는 2021년 4분기(1㏊당) 1만3716에서 2022년 1만9135명, 2023년 2만883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에 지난해부터 문화관광해설사와 걸어서 지역을 탐방하는 서울도보해설관광 프로그램에 한강대로 일대 코스가 추가되기도 했다.
개관 때부터 박물관 도슨트를 맡은 고씨는 용산에 48년째 사는 토박이다. 그는 “시집와서 처음 봤던 용산과 지금의 모습이 크게 달라지지 않아 외부 시선처럼 변화가 체감되지는 않는다”면서도 “박물관이 지나간 역사뿐 아니라 지역 주민의 삶도 진정성 있게 보여주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 그것이 문화유산의 역할일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12월 박물관에서는 용산전자상가 전시를 기획 중이다. 1985년 양곡도매시장 이전으로 조성된 상가는 1990년대 대호황을 맞아 한국 전자산업의 메카가 됐던 곳이다. 하지만 2000년대 후 모바일 시대를 맞아 쇠퇴했고 인공지능(AI) 산업으로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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