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 김주성 감독 “통합 우승 땐 내가 먼저 팔짝팔짝 뛰겠다”
“통합 우승을 한다면 그땐 꼭 내가 먼저 팔짝팔짝 뛰겠다.”
선수 시절 ‘동부산성’의 한 축을 맡으며 팀을 5차례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던 원주 디비(DB)의 김주성 감독이 정식 사령탑 부임 첫 해에 정규리그 우승을 맛봤다. “남들이 우승을 말할 때 솔직히 봄농구를 생각했다”던 그는 이제 통합 우승을 노린다.
김주성 감독은 지난 14일 강원 원주체육관에서 열린 남자프로농구(KBL) 수원 케이티와 경기에서 107-103으로 이기고 정규리그 우승을 조기 확정 지은 직후 취재진과 만나 “많이 떨리기도 했는데 선수들이 끝까지 승리를 거둬 우승하니 아주 기쁘고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그는 “좀 부족한 감독인데 제가 배울 수 있게끔 선수들이 잘해준 것 같아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스스로를 낮췄다. 시즌 6경기를 남겨 놓은 디비는 38승10패로 2위 창원 엘지(LG·30승17패)와 7.5경기 차이가 난다.
프로농구에서 선수로서, 그리고 감독으로서 모두 정규리그 우승을 경험한 건 이제 김주성까지 다섯 명이 됐다. 김 감독은 “선수 때는 (우승을 하면) 같이 팔짝팔짝 뛰면서 좋아했는데 감독이 되니 그러기 어려워졌다”며 “통합 우승을 한다면 내가 먼저 팔짝팔짝 뛰겠다”고 약속했다.
김주성 감독은 지휘봉을 맡은 첫 시즌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로 주장인 강상재를 꼽았다. 김 감독은 “(이전의) 어떤 성격을 탈피하고 나이가 중간인데도 선후배들을 잘 이끌며 여기까지 왔다. 원래 실력이 있는데 올해 만개해서 감독으로서 아주 뿌듯하다”고 평가했다. 이날 자신의 한 경기 최다득점 신기록인 47점을 몰아넣으며 대활약한 디드릭 로슨에 대해선 “자기가 안 되는 부분이 있거나 컨디션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으면 다른 부분으로라도 공헌하려고 하는 수준 높은 선수”라며 고마워했다.
김 김독은 이번 시즌 ‘터닝 포인트’로 지난해 10월 열린 컵대회를 꼽았다. 디비는 이 대회 4강에서 케이티에 106-108로 지며 탈락했다. 그는 “나름대로 준비를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컵대회에서 너무 실망스러운 경기를 했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선수들을 어떻게 해야 하나 화가 많이 났다. 내게도 화가 많이 났다”고 말했다. 이어 “돌아와서 비디오 미팅을 4∼5시간씩 하고, 선수들에게 강도 높은 훈련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 며칠 3∼4일 강도 높게 훈련한 게 터닝포인트가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1∼5라운드 다른 팀에게 1위 자리를 한 번도 내어 주지 않는 ‘와이어 투 와이어’ 기록을 쓴 디비이지만, 김 감독은 “48게임이 모두 위기였다”고 했다. 그는 “선수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계속 가스라이팅을 하듯 이야기했는데, 그 마음을 아는지 이겨내려고 잘들 해줘서 감사하다”고 했다.
김 감독은 남은 정규리그 경기에서 주전 선수들의 출전 시간을 분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순위 경쟁이 안갯속이라 어떤 팀이 플레이오프에 올라올지 모르지만,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 남은 경기를 유심히 잘 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강상재는 “결국 내가 포지션을 바꿔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시즌 시작 전부터 ‘디비의 성적은 내가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했다. 비시즌에 체중을 거의 10㎏ 빼면서 큰 변화를 줬는데 그게 신의 한 수였다”고 돌아봤다. 이어 “완벽에 가까운 건 아니지만 내가 3번 포지션에 맞는 활동량과 퍼포먼스를 어느 정도 보였기에 우승이라는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주성 감독은 이선 알바노와 강상재 중 누가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가 될 것 같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했지만, 강상재는 “우승팀이 아니라면 감히 받아볼 수 없는 상이기에 이렇게 좋은 기회가 왔을 때 욕심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다”며 “내가 꼭 받고 싶다”고 말했다. 로슨은 “케이티의 패리스 배스가 내게 와서 ‘우리 팀 선수들이 내게 너희 팀처럼 스크린을 걸어 주면 정말 좋겠다’고 할 정도로 강상재, 박인웅 등 팀원들이 정말 좋은 스크린을 걸어 줬다”며 “덕분에 내 인생에서도 최다 득점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중앙대 시절 김주성 감독과 동고동락한 선배인 케이티의 송영진 감독은 “집중력이나 속공 처리가 미흡했던 부분 때문에 마지막에 이렇게 된 것 같다. 끝까지 순위 경쟁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주성 감독에게 ‘멋진 팀을 만들어 좋은 결과를 낸 게 너무 자랑스럽고 너무 축하한다’고 전해 주고 싶다”고 했다. 케이티는 30승18패로 엘지에 반 경기 차 뒤진 3위에 올라 있다.
원주/정인선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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