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멤버 좋아서 좋겠다”→“5선발까지 완벽”…‘3강 후보’ KIA 초보감독, 왜 국민타자 부러워했을까
[OSEN=잠실, 이후광 기자] 과거 한국야구 영광의 순간을 이끈 국가대표 간판스타들이 감독이 돼 다시 만났다. 부임과 함께 3강 후보 사령탑이 된 이범호 KIA 감독과 부임 2년차를 맞이한 이승엽 두산 감독은 유쾌한 덕담을 나누며 서로의 건승을 기원했다.
프로야구 KIA 이범호 감독은 지난 1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시범경기에 앞서 두산 선수단이 위치한 1루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선배인 두산 이승엽 감독에게 감독 부임 후 첫 인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1981년생으로 KBO리그 최연소 감독이 된 이범호 감독은 1976년생인 이승엽 감독보다 5년 후배다. 이범호 감독은 2000년 프로에 데뷔해 2019년까지 한화와 KIA에서 KBO리그 대표 3루수로 활약했고, 이승엽 감독은 1995년부터 2017년까지 삼성 원클럽맨이자 국민타자로 이름을 날렸다. 두 감독은 한국야구 부흥의 시작인 2006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함께 4강 신화를 일궈내기도 했다.
지도자의 길은 이범호 감독이 먼저 걸었다. 2019년과 2020년 메이저리그 연수를 거쳐 2021년 KIA 2군 총괄코치를 맡았고, 이승엽 감독은 지도자 경험 없이 2023년 두산 지휘봉을 잡았다. 코치 경력은 이범호 감독이 선배, 감독은 이승엽 감독이 선배다.
이범호 감독은 이승엽 감독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냐는 질문에 “처음 감독이 돼서 선배님들께 인사드리러 가는 차원에서 다녀왔다. 감독님이 축하하고, 멤버가 좋아서 좋겠다고 하셨다. 그런데 그런 말이 더 부담스럽다. 5선발까지 완벽하게 갖고 계시면서 그런 말씀을 하셨다”라고 웃으며 “웃으면서 인사를 드렸고, 잘하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앞으로 자주 보자면서 대화를 마무리했다”라고 답했다.
KIA 타격코치로 스프링캠프를 출발했던 이범호 감독은 지난달 13일 타이거즈의 제11대 감독으로 선임됐다. 김종국 전 감독이 배임수재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으며 해임된 가운데 KIA는 이 감독을 혼란을 수습할 적임자로 낙점했다.
이승엽 감독의 말대로 KIA 멤버는 화려하다. 역대급 원투펀치로 평가받는 윌 크로우-제임스 네일 듀오에 양현종, 이의리, 윤영철철까지 완벽한 5선발을 갖췄고, 타선은 박찬호, 김도영, 나성범, 소크라테스 브리토, 최형우, 김선빈, 서건창, 이우성 등 이상적인 신구 조화를 자랑한다. 전문가들은 KIA 라인업을 보고 쉬어갈 타자가 없다고 평가한다.
KIA는 14일 두산전에 박찬호(유격수)-최원준(중견수)-김도영(3루수)-나성범(우익수)-소크라테스 브리토(좌익수)-최형우(지명타자)-김선빈(2루수)-김태군(포수)-이우성(1루수) 순의 선발 라인업을 가동했다. 이는 올해 정규시즌 KIA 라인업의 큰 틀이 될 전망.
이 감독은 “오늘(14일) 나간 라인업을 틀로 생각하고 있다. 그 틀 안에서 좌타자가 잘 던지는 왼손투수 나올 때 1~2타석 정도만 교체할 생각이다. 그게 아니면 지금 틀을 갖고 움직이는 게 타자들에게 익숙할 것이다. 정규시즌 들어가서 정리가 되면 비슷하게 움직이는 게 맞다”라는 지론을 펼쳤다.
외인투수 잔혹사를 청산할 크로우-네일 듀오에 대한 객관적 평가도 들을 수 있었다. 이 감독은 “얼마나 던질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부상 안 당하면서 이닝을 어느 정도 끌어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예상 승수는 생각해봤자 도움이 안 된다”라며 “두 선수가 어느 시점에서 구위가 떨어지는지 체크하는 게 중요하다. 힘 떨어지는 시점을 체크해가면서 개수를 맞춰가야 한다. 구위 자체는 톱클래스다. 그걸 얼마나 유지시키면서 가느냐가 관건이다. 성격도 좋고 공격적인 친구들이라 좋은 성적을 올리는 거에는 개인적으로 동의한다”라고 말했다.
에이스 크로우의 경우 메이저리그 풀타임 선발 출신이지만 어깨 부상 이력이 있는 선수다. 그러나 이 감독은 “초반에만 조금 관리해주면 트레이닝파트에서 별 문제없을 거라고 이야기했다. 미국 시절 염좌 정도의 부상이라 크게 개의치 않는다”라며 “본인도 운동을 열심히 하고 준비를 잘하고 있다. 걱정하면서 시즌을 치르지 않아도 본인이 잘 관리하면서 던질 것이다. 크게 걱정 안 한다”라고 덤덤한 태도를 보였다.
초보감독답지 않게 시범경기부터 팀 내 고민거리를 공론화시키지 않겠다는 의지도 밝혔다다. 이 감독은 “지금 어떤 부분을 고민할 생각은 없다. 경기를 하다가 모자라는 부분이 생겼을 때 미팅을 하고 그걸 풀어나가면 된다. 오지도 않은 고민을 해봤자 고민이 있는 파트의 선수들이 부담을 느낄 수 있다”라며 “지금 경기하는 모습에서는 전혀 불안한 부분이 없다. 선수들과 같이 어울려서 가다가 고민이 생기면 이야기 잘 나눠서 다 같이 힘을 합치면 큰 문제없이 시즌을 치를 수 있을 것 같다. 부상만 조심하면서 경기에 임하겠다”라고 부임 첫해 지휘 방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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