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남매의 난' 향방 다음주 결정… 가처분 결과가 주총 승패도 가를 듯
신동국 회장 등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 가처분 결과 따라 움직일 듯
한미약품그룹 '남매의 난'의 운명이 다음주 결정된다. 이르면 오는 20일 나오는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 결과에 따라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 작업은 무산될 수도 있다. 오는 28일 열리는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에서의 '표 대결' 승패도 가처분 결과에 따라 갈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4일 법조계와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은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회장의 장남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사진)과 차남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이 한미약품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를 상대로 낸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추가 자료와 의견 제출을 전날에도 받았다. 인용 여부는 일반적으로 추가 자료 및 의견 제출이 끝난 뒤 1주일 내에 결정된다. 장·차남 측은 오는 20일엔 결론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판부는 주총 전에는 결론을 내리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힌 바 있다.
장·차남은 지난 1월 한미사이언스가 OCI홀딩스를 대상으로 하는 24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막아달라는 내용을 담은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 모녀가 이우현 OCI그룹 회장과 추진 중인 대주주 지분 맞교환 및 그룹 통합 작업은 전면 중단된다.
모녀와 장·차남은 지난 2개월여간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장·차남 측은 임 창업회장 작고 이후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경영권을 장악하기 위한 사적 목적으로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건 주주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한미사이언스가 신주를 발행해야 할 정도로 긴급하게 경영 자금이 필요한 상황도 아니었다는 게 장·차남 측 논리다.
지난해 초 SM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을 두고 분쟁이 벌어졌을 때 SM엔터가 카카오를 대상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한 게 비슷한 사례다. 당시 법원은 SM엔터가 신주를 발행하는 목적으로 밝힌 '긴급한 자금조달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아 이수만 전 SM엔터 총괄이 낸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고, 신주 발행을 막았다. 대법원 판례에서도 경영권 방어 목적의 제3자 배정 신주 발행을 금지하고 있다.
송 회장 모녀 측은 경영권 분쟁 상황 자체가 아니었다는 논리로 방어했다. 유상증자는 경영권 장악이 아닌 신약 개발 자금 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고, 한미사이언스는 자금 확충이 절실이 필요한 상황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가처분 신청 결과는 오는 28일로 예정된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총 표 대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송 회장 모녀 측은 이 회장과 임주현 사장 등을 한미사이언스의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올렸고, 장·차남 측은 본인들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올렸다. 표 대결에서 이긴 쪽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와 경영권을 장악하는 구도다.
장·차남 측 지분률은 28.42%다. 송 회장 모녀 측 지분률은 35.0%로 외관상으로는 송 회장 모녀 측이 앞서고 모양새다. 하지만 장·차남 측은 송 회장의 특수관계인 지분 중 공익재단인 가현문화재단(4.9%)과 임성기재단(3.0%)의 경우 주총에서 특정인을 위해 경영권을 행사해선 안되고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단 의결권을 제외한다면 장·차남 측 지분률이 조금 더 높아진다.
결국 한미사이언스의 주요 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12.15%)과 국민연금(7.38%)을 비롯해 소액주주들의 결정에 따라 표 대결의 결과가 결정될 것을 보인다. 중립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신 회장을 비롯해 국민연금도 가처분 신청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이들도 장·차남 측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크다.
박종관/하지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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