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정치 성공하려면… 경청·실행력 필요하다[북리뷰]

박동미 기자 2024. 3. 15.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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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영국, 독일, 미국 네 나라에 초점을 맞춰 보수주의의 역사를 추적한 책이다.

책은 18세기 유럽 혁명에 대한 저항에서 시작된 보수주의를 연대에 따라 네 시기로 나누어 기술한다.

그러나 깊고 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논지를 전개하고, 과소평가돼 온 보수주의 정치의 전통을 조망한 시도 등 "보수주의의 친구와 적 모두가 반드시 읽어야 할 책" "보수주의 정신에 관한 가장 종합적인 견해"라는 평들에 이견을 달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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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수주의
에드먼드 포셋 지음│장경덕 옮김│글항아리

프랑스, 영국, 독일, 미국 네 나라에 초점을 맞춰 보수주의의 역사를 추적한 책이다. 영국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전작 ‘자유주의’를 통해 혼동되고 남용되는 자유주의의 본래 의미를 고찰한 바 있다. 이번에는 자유주의를 떠받치는 힘으로서 보수주의의 역할을 강조한다. 자칭 ‘좌파 자유주의자’인 저자는 타자에 대한 낙인찍기, 배타적 민족주의의 특징을 지닌 ‘강경우파’와 보수주의를 구분하며, 강경우파의 득세로 ‘균형’이 깨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그는 이것이 좌우를 막론한 위기이며, 온건 보수주의는 생존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책은 18세기 유럽 혁명에 대한 저항에서 시작된 보수주의를 연대에 따라 네 시기로 나누어 기술한다. 초기 보수주의자들은 종교와 관습의 권위를 옹호했다. 대표 사상가인 메스트르와 에드먼드 버크는 프랑스 혁명을 비판하며 정체성을 확립했다. 19세기 말이 되자 보수주의자들은 우파 자유주의자들과 손잡고 선거민주주의를 받아들였다. 마르크스주의에서 파생한 사회민주주의 등의 거센 여파에 대항하기 위해서다. 1945년 이후엔 복지정책도 받아들이며 왼쪽으로 방향을 튼다. 그러나 1970년대 기록적인 인플레이션 앞에 다시 기조를 수정했고, 자유시장주의를 채택한다. 이어 21세기 잇단 정책 실패로 생겨난 틈새로 도널드 트럼프와 같은 강경우파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보수주의의 변화를 좇으며 책은 매력적인 보수주의자들도 부각시킨다. 지난 두 세기에 걸쳐 보수주의 정치가 어떻게 급진주의나 사회주의보다 우위에 설 수 있었는지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들이 변화에 민감하고 주변 말을 잘 들으며, 실행력이 강한 정치인들이었다고 재평가한다. 영국의 디즈레일리 전 총리는 중산층의 정서를 파악하는 “완벽한 귀”를, 레이건 미국 전 대통령은 분열된 목소리를 듣는 “섬세한 귀”를 지녔다. 즉 보수주의 정치의 성공은 늘 경청의 태도와 직결됐다.

책은 대체로 좌우 사이 ‘공정한’ 입장을 취하지만 아쉬움과 의문도 남긴다. 지난 몇 년간 유럽 각국에서 우파가 급진화하는 데 영향을 끼친 좌파의 급진화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깊고 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논지를 전개하고, 과소평가돼 온 보수주의 정치의 전통을 조망한 시도 등 “보수주의의 친구와 적 모두가 반드시 읽어야 할 책” “보수주의 정신에 관한 가장 종합적인 견해”라는 평들에 이견을 달기는 어렵다. 736쪽, 4만2000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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