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이 시작될 아들·딸에게 보여주고픈 인생 조언서[정신과 의사의 서재]

2024. 3. 15. 09:3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인생은 지뢰밭투성이다.

그나마 발자취를 따라갈 만한 선배가 있을 때 안심이 된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남의 인생 훈수 두며 산 지 30년이 다 돼 가지만 정작 내 인생은 생각할수록 오리무중이다.

인정과 평가가 목표였던 삶이 중년기부터는 '나는 내 인생에 얼마나 만족하고 있는가'를 새로운 기준으로 삼는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생은 지뢰밭투성이다. 그나마 발자취를 따라갈 만한 선배가 있을 때 안심이 된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남의 인생 훈수 두며 산 지 30년이 다 돼 가지만 정작 내 인생은 생각할수록 오리무중이다.

최근 20대에 접어든 내 아이들과 관계를 보며 책을 냈다. 시간이 지나면 그들은 중년이 되고, 나는 노인이 될 것이다. 한성희의 ‘벌써 마흔이 된 딸에게’(메이븐)는 내 앞에 놓인 길을 보여준다. 학회에서 공부하며 저자를 보며 멋진 분이다, 감탄한 적이 여러 번이다. 쉰 살에 개업을 해 자리를 잡았고, 예순 살에는 홀연 병원을 접고 뉴욕으로 정신분석 공부를 하러 떠났다가 남들은 은퇴할 나이에 다시 병원 문을 열고, 기어이 정신분석가가 되었다.

흔히 ‘시작하기엔 이미 늦었어’라고 하고 싶었던 희망, 바람을 고이 접어버릴 때가 많다. 이때 망설임에 주저하는 마음에 용기를 주는 것은 앞길을 먼저 간 선배의 등이다. 아마도 내게는 저자의 모습이 그러하지 않나 싶다. 10년 전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에 이어서 이번에 낸 책은 마흔이 돼 버린 뉴욕에 사는 딸에게 보내는 글 형식으로 중년기의 일과 삶, 그리고 노년기를 맞이하는 본인을 중첩해 모두에게 필요한 지혜를 들려준다.

중년기에 접어들면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기대하던 목표를 이루지 못할지도 모르고, 하던 일은 뻔하고 지루해지기 쉽다. 지나온 선택들을 돌아보면 그때 그 선택을 했어야 한다며 후회를 하거나 자신이 갈수록 못마땅해져서 자책하는 데 시간을 보내기 일쑤다.

저자는 이 시기의 괴로움이 너만 그런 게 아니라면 보편적 갈등과 번민으로 봐야 한다며 전문가이자 동시에 엄마로서 조곤조곤 이야기해준다. 딸보다 오래 살아보고, 긴 시간 치료를 해보며 얻은 결론은 의외로 소박하다. 먼저 인생의 목표가 웅대할 필요가 없고, 대단한 존재가 될 필요도 없다. 그저 나 자체로 사랑스럽고, 내가 나와 친하게 지내면 된다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잘 사는 것이다. 입에 발린 위로가 아닌 오래 살아본 선배이자 치료자로서 전해주는 진심의 조언이다. 이미 늦었다고 포기하지 말고, 언제든 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해보면 된다. 잘하려 애쓰다 지치기보다 적당히 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인정과 평가가 목표였던 삶이 중년기부터는 ‘나는 내 인생에 얼마나 만족하고 있는가’를 새로운 기준으로 삼는다. 쓸모 있는 사람으로 존재하려고 안간힘도 쓰지 말자. 그냥 나로서 만족하면서 사는 것만도 충분히 괜찮은 인생이라고 여기자. 세상은 거창하지 않고 내 삶은 특별하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 인생이 볼품없고 가치 없는 것은 절대 아니다.

수세에 몰린 전반전을 마치고 후회의 탄식으로 숨이 가쁜 사람이라면 호흡을 가다듬으며 후반전에 운동장으로 나갈 허벅지에 기운을 주는 책이다.

하지현 건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