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팔지도 못할 땅에 수백만 원 투자" 노인과 서민 울리는 기획부동산, 왜 처벌 못 하나
"사장님~ 좋은 땅이 있어서 전화드렸습니다!"
이따금씩 받게 되는 '좋은 땅' 투자 권유 전화. 어차피 지킬 수 없는 내 번호지만 그들에게 전화번호가 알려진 게 일단 별로 기분 좋지 않고, 느닷없이 사장님이라고 부르는 것도 좀 탐탁지 않고, 욱 하고 순간 뭔가 치밀어 오르다가 갑자기 그런 좋은 땅 한 조각 없다는 현실에 난데없는 허탈함이 몰려오는 그 전화. 이른바 투기꾼들의 온상, 기획부동산 광고 전화입니다. 이들의 역사는 사유 재산 개념이 생긴 이후의 인류 역사와 맞먹을 겁니다. 예나 지금이나 가치 없는 물건을 거짓으로 속여서 비싸게 팔고 그냥 사라지는 겁니다.
무슨 상황인데?
한 기획부동산 일당이 손댄 곳은 경기도 화성에 있는 땅인데 철길이 지나가는 논이었습니다. 철길 주변에 역이 들어서고, 개발이 될 거라면서 그 땅을 산 지 한 달 만에 6명에게 쪼개서 되팔았습니다. 한 달 만에 뻥튀긴 돈은 3배. 그 땅은 개발 자체가 어려운 하천부지고, 개발 계획은 당연히 될 턱이 없는 안이었습니다. 이 땅을 산 사람 중에는 일용직으로 돈을 모은 70대 할머니도 있었는데, 어렵사리 모은 수천만 원을 여기에 묻었다고 합니다. 기획부동산이 할머니를 비롯해 6명에게 쪼개서 팔았기 때문에 이 땅은 돈도 안 되고 그렇다고 마음대로 팔 수도 없는 땅이 돼 버렸습니다. 그 기획부동산은 그 땅 주변에서만 수십 명에게 같은 수법으로 땅을 팔았고, 마찬가지로 쪼개팔기로 재산권 행사도 어렵게 돼 버렸습니다.
좀 더 설명하면
게다가 요즘은 기획부동산들이 시골로 많이 침투했다고 합니다. 고령화되고 있는 시골에 가서 판단력이 다소 흐려진 할아버지 할머니를 속여서 돈을 뜯어먹고 있는 겁니다. 또 요즘 워낙 지역 개발 계획들이 난무하다 보니 기획부동산들이 내놓는 계획들이란 게 훨씬 더 그럴듯해 보이게 됐다고도 합니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이 잘 안 되는 상황들이 많아졌다는 거죠.
개인정보까지 버젓이 드러내놓고 영업하는 게 기획부동산인데 왜 잡아가진 못하느냐고 물었더니 그건 또 어렵답니다. 우선 이 기획부동산을 잡아가려면 사기죄를 적용해야 하는데 그들이 가장 많이 쓰는 수법이 '나도 속았다'라는 겁니다. 나도 정말 그 땅이 개발되는 줄 알았고, 진실하게 그 땅이 좋은 땅이라 생각했다, 개발될 미래 가치를 생각하면 판 가격은 오히려 싸다고 봤다… 이런 식으로 나오면 단속이 어렵다는 겁니다. 말만 듣고 있어도 뚜껑이 열릴 것만 같은데도 처벌은 또 법에 따라야 하니 어쩔 수 없는 거겠죠. 그리고 개발 계획을 여기저기 뿌리면서 투자자를 모은 그 광고도 사기냐 과장 광고냐 그 사이에서 정확히 구분이 안 된다는 겁니다.
한 걸음 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권영인 기자 k022@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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