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과 손잡은 ‘힙한 586 맏형’ 문용식의 도전…‘우린 아직 안 죽었다’ [이런정치in]
첫 온라인 당원 가입 시스템 도입…전자민주주의 활짝
조국혁신당 합류 “민주당과 연대와 가교, 제 고유 역할”
“저는 수백만 생활586, 전문가586의 맏형” 발언 화제
조국혁신당 비례대표에 도전하는 문용식 전 NIA 원장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봄기운이 완연한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 베레모를 쓴 남성이 들어왔다. 인자한 인상의 중년 남성의 눈빛은 예리하게 빛났다.
‘유니콘기업’ 아프리카TV 창립자로 성공한 IT 기업가이자 대한민국 최초의 온라인 입당 서비스를 실시해 전자 민주주의의 지평을 연 그가 헤럴드경제 인터뷰의 주인공 문용식 전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장임을 단번에 알아챘다.
지난 8일 조국혁신당의 첫 입당 인사들의 기자회견. 문재인 정부 출신 청와대 참모들의 입당 속에서 ‘아프리카TV 창립자’라는 이력이 눈에 띄었다. 인터넷이 등장하기도 전에 정보통신업계에 뛰어든 인문학도, ‘대한민국 벤처 1세대’ 문용식 후보가 현실 정치에 뛰어들기까지의 삶의 궤적이 궁금했다.
문 후보는 “학교에 복학해 졸업하고 대학원 2년을 마치고 1991년부터 IT업계에 뛰어들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서울대 역사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원에서 외교학 석사학위를 수료했다. 1992년 나우콤 창립 멤버로 뛰었다.
인문학 전공자가 IT업계로 향한 배경에 대해 그는 “IT기업은 개발자 반, 기획자 반”이라며 “개발자의 언어를 이해하고 그쪽 개념을 이해하고, 조직을 이해하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인터넷이 도입되기 전 대표적인 PC통신 ‘나우누리’를 운영하는 나우콤의 대표이사를 지냈다.
인터넷이 본격화되면서 인프라에 맞는 새로운 서비스를 발굴한 끝에 아프리카 TV가 탄생했다.
문 후보는 “인터넷이 대중화되고 미래의 인터넷 모습이 무엇일까 고민하니 인터넷 회선은 점점 커지고 트래픽은 빨라지니 동영상이 메인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모였다”며 “2003년부터 3년간 기술 솔루션 R&D한 끝에 2006년에 시범 서비스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유튜브와 비슷한 시기에 한국형 실시간 동영상 서비스가 탄생한 것이다.
20년 간 IT업계에서 영역을 구축하기 이전의 삶을 보면 이러한 이력은 더욱 놀랍다. 민주화운동이 뜨겁던 80년대 국사학도는 열혈 학생운동권이었다. 스스로 ‘386의 대부’라고 자부하는 문 후보는 ‘깃발-민추위 사건’ 등으로 만 5년을 수감생활을 보냈다.
그는 “징역을 살고 나와 사회에 발을 디딜 때 새로운 집에서, 무조건 생활 속에서 직업을 찾겠다가 첫 번째였고, 거기서 10년 이상 해서 전문가로 뿌리내리겠다는 확실한 목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출소 후 정치권은 “아예 쳐다보지 않았다”고 했다. 그 이유는 “민주화 운동을 통한 사회 변화가 되려면 사회 각 영역에서 깊숙이 뿌리내려 실력과 전문성을 쌓고, 그 영역에서 권위를 인정받아야 그 힘으로 변화를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을 굉장히 굳건하게 했다”고 덧붙였다.
문 후보는 나우콤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은 2011년 민주통합당 인터넷소통위원장, 2012년 김근태재단 부이사장, 2015년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소통위원장을 맡아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그의 전문 영역인 디지털 분야를 정치에 접목한 것이다.
그는 2011년 모바일 투표 시스템을 처음 도입했고, 2012년 문재인 당시 대선후보 시절 모바일 투표 시스템으로 80만 국민참여선거인단을 모집했다. 2016년에는 온라인 입당 시스템을 만들어 일주일 만에 10만 당원을 모았다. 정당 역사상 첫 온라인 당원 가입 시스템으로, ‘일주일 만에 10만 당원’은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문 후보는 “이전까지는 입당하려면 반드시 자필로 서류를 써서 현장 접수하거나 팩스로 보내야 했는데, 정당법 개정으로 휴대전화를 통해 본인 인증을 할 수 있게 됐다”며 “개정되자마자 문재인 당시 당 대표에 최대한 빨리 온라인 입당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떼를 써서 TF를 조직해 3개월 만에 서비스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현재 약 240만명의 민주당 당원 중 절반이 온라인으로 입당할 정도로 보편화됐다.
‘선구자 기질’은 코로나19 당시 ‘마스크 대란’ 사태 때도 여과 없이 발휘됐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장을 지내던 2020년 첫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고, 전국적으로 마스크 대란이 일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대국민사과를 할 정도로 위기였다. 정부가 공공마스크를 유통하기로 했지만, 문제는 정보였다. 어느 약국에 몇 개의 공공마스크가 있는지 확인해야 새벽부터 약국 앞에 줄을 서지 않을 수 있었다.
청와대의 SOS를 받은 문 후보는 4일 만에 공공마스크가 전국 약국에 유통되는 동시에 ‘마스크앱’을 출시하는 방안을 고안해냈다. 그는 “약국마다 설치된 의약품판매정보시스템을 통해 모든 판매 정보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취합된다는 점에 착안해 필요한 데이터를 개방했고, 대표적인 ‘시빅 해커’들을 불러 모았다”고 설명했다. 민간에서는 네이버와 KT 등의 클라우드 지원과 무료 지도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한국판 뉴딜’ 중 ‘디지털 뉴딜’ 정책을 설계했다.
그가 또다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지난 2월, 애정을 기울였고 성과로 기여한 민주당을 떠나 조국 대표의 손을 잡았다. 문 후보는 “조국혁신당은 민주당의 진보개혁 색채를 분명히 한 돌격형 정당”이라며 “지금은 그런 정당이 필요하다는 취지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조 대표의 창당 선언 때부터 측면에서 지원했고, 지난 8일 입당해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했다.
현실 정치에 뛰어든 이유에 대해 문 후보는 “대한민국에서 정보화와 관련된 가장 중요한 공공기관의 장으로 4년2개월을 근무했지만 정책 결정을 직접 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정책을 성사시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정책결정을 직접 하면 훨씬 더 많은 일에 기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연대와 가교 역할을 “제 고유한 역할로 고맙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의 입당 기자회견 발언이 지지층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운동권 특권 청산’을 이번 총선 어젠다로 잡았다.
문 후보는 “여의도에서 정치하는 운동권은 극히 소수이고, 나머지 대부분의 운동권은 생활 속에 뛰어들어 각계각층에서 열심히 일해 대한민국을 발전시켜 온 사람들”이라며 “지금 586들이 굉장히 자존심 상해하고 모욕감을 느끼고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국혁신당의 주요 지지층은 40~50대로 꼽힌다.
그가 자신 있게 현실 정치에 뛰어든 것은 스스로가 생활586이자 전문가586이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등을 돌렸지만 아프리카TV 플랫폼으로 광우병 촛불집회가 생중계됐고, 민주당에서는 전자민주주의의 시스템을 갖추게 했으며, 마스크앱 출시를 통해 코로나 사태로 휘청이는 정권을 뒷받침했다.
22대 국회에 진출한다면 디지털혁신 정책 전문가로 법제도를 개선해 미래를 위한 혁신성장을 견인하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또한 “제가 생각하는 사회 모델은 어렵게 사는 사람은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국가가 받쳐주고, 능력 있는 사람은 전 세계에서 경쟁하도록 기회는 열어주는 활력이 넘치는 사회”라며 “이것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 엘리트층이 깨끗해야 하는데 특권을 누리고 자기들끼리 담합하는 카르텔이 너무 심하다”며 “화이트칼라 범죄, 특권층 범죄에 대해서 가중처벌할 수 있는 사회, 검찰 개혁을 위해서 기소와 수사를 분리하고 검사장 직선제로 카르텔을 깨고 혁신 방안을 실천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시대의 정신을 읽고, 미래를 내다보고, 시작하면 끝을 보는 열정이 그의 원동력이다. 문 후보는 입당 기자회견에서 “저는 책임 맡으면 항상 성과를 내온 사람”이라고 말했는데, 요즘 말로 뭘 하든 다 잘하면서 ‘힙하다’. 자신은 힙한지 모르는 것 또한 힙했다.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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