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남부 ‘반도체 벨트’ 17곳 대진표 확정… 여도, 야도 전문가 투입
한국의 미래 첨단산업을 품고 있는 경기 남부 '반도체 벨트'가 4·10 총선에서 수도권 승부처로 부상하고 있다. 반도체산업 인프라가 집중돼 인구 유입이 많은 이곳에서 여야 모두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반도체 벨트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세계적 반도체 기업의 본사나 공장이 있는 수원·평택·용인·이천·화성 등 5개 시(市) 17개 선거구를 흔히 일컫는다. 의석수 면에서 부산(18석)에 맞먹는 규모다. 더욱이 용인에 622조 원을 들여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가 들어서면 이 일대 인구와 경제 규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곳에서 승기를 잡은 정당이 이번 총선 판세를 주도할 가능성이 큰 이유다.
정치 신인, 민주 7명·국힘 11명
여야의 반도체 벨트 공천 키워드는 '전문성'이다.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에 종사했거나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정치 신인이 대거 출마했다. 국민의힘은 반도체 벨트 출마자 17명 중 11명이 선출직 경험이 없는 정치 신인으로, 기업·학계·군·관가에서 활약하던 이들이다. 민주당에선 반도체 벨트에 출마한 17명 중 7명이 정치 신인으로 자기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다. 첨단산업 어젠다에 사활을 건 개혁신당도 반도체 벨트에 후보 8명을 냈다.경기 남부 중심지 수원
수원은 도청이 있는 경기 남부의 전통적 정치·경제 중심지로, 도내에서 단일 시군으로는 가장 많은 5석이 걸린 곳이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민주당은 수원 5개 선거구를 모두 석권했다. 수원에는 삼성전자 본사와 각종 연구·생산시설이 모인 '삼성디지털시티'가 있다. 반도체 벨트, 나아가 경기 남부 민심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는 핵심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수원갑·을·병에선 민주당 현역의원 3인방이 지역구를 수성할지 주목된다. 수원갑에선 민주당 김승원 의원이 국민의힘 공천을 받은 김현준 전 국세청장과 대결한다. 개혁신당은 수원갑에 메가스터디교육 강사 출신인 정희윤 후보를 공천했다. 수원을에선 민주당 백혜련 의원과 국민의힘 후보로 나선 홍윤오 전 국회사무처 홍보기획관이 맞붙는다. 수원병은 김영진 의원과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대진표가 확정됐다. 진보당은 수원을·병에 김식 한국청년연대 대표와 임미숙 수원노동인권센터 소장을 각각 후보로 냈다. 김진표 의장의 지역구인 수원무에 민주당은 염태영 전 수원시장을 공천했다. 국민의힘에선 박재순 전 경기도의회 의원이 출마했고, 개혁신당은 이병진 정책위원회 부의장을 공천했다.
신설 평택병, 김현정·유의동 '리턴매치'
삼성전자 반도체 산업 중심 평택평택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가 들어선 데다 설비 증설이 진행되고 있어 한국의 미래 반도체산업에서 중추적 역할이 기대되는 곳이다. 빠른 인구 증가로 이번 총선에서 평택병 선거구가 신설됐다. 미군의 해외 최대 기지인 '캠프 험프리스'를 품고 있어 지정학적 의미도 남다르다.
평택갑 선거는 4파전으로 치러진다. 현역인 민주당 홍기원 의원이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비례대표)과 대결을 펼친다. 여기에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각각 정국진 통일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과 신미정 평택시위원회 공동위원장을 공천했다. 신설 선거구 평택병에선 지난 총선 평택을에서 맞붙은 민주당 김현정 당대표 언론특보와 국민의힘 유의동 의원이 리턴매치를 벌인다. 개혁신당은 유지훈 정책위 부의장을 공천했다. 공천을 진행 중인 새로운미래에선 전용태 평택도시발전연구소 대표가 평택병 예비후보로 활동하고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 들어서는 용인
용인은 수원과 함께 경기 남부의 특례시로, 인구 100만 명이 넘고 4개 지역구가 있다. 기흥구에 삼성전자 기흥캠퍼스가 자리하며, 처인구 일대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SK하이닉스도 용인에 반도체 공장을 조성하고 있다.
용인 을·병·정, 군·기업 출신 격돌
용인을·병·정은 모두 민주당 의원이 현역이지만 경선에서 패하거나 불출마했다. 거대 양당이 이곳에 군(軍) 출신 인사를 대거 공천한 점이 눈에 띈다. 3선 김민기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용인을에 민주당은 손명수 전 국토교통부 차관을 공천했고, 국민의힘은 육군 중장 출신인 이상철 전 지상작전사령부 참모장을 후보로 내세웠다.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각각 유시진 민주평통 용인시협의회 자문위원과 조병훈 중앙위원을 공천했다. 용인병에선 현역 정춘숙 의원이 민주당 경선 결과 공군 소령 출신인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에게 고배를 마셨다. 국민의힘은 육군 준장 출신인 고석 전 고등군사법원장이 공천됐다. 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불출마하는 용인정에선 기업 임원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맞붙는다. 민주당에선 에쓰오일 상무를 지낸 이언주 전 의원이, 국민의힘에선 강철호 전 HD현대로보틱스 대표가 각각 출마한다.SK하이닉스 본거지 이천
인구 급증 '젊은 도시' 화성
화성은 경기에서 가장 빠르게 인구가 느는 신흥 도시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연구 중심 기지인 화성캠퍼스가 자리해 경제활동 인구 유입이 많다. 동탄2신도시 주민 평균 연령이 34세일 정도로 젊다. 화성정 선거구가 신설됨에 따라 총 4개 지역구가 자리하고 있다.
현역의원 3파전 벌이는 화성정
화성갑·화성병에선 민주당 현역의원들이 수성전을 벌인다. 화성갑은 민주당 송옥주 의원이 국민의힘 공천을 받은 홍형선 전 국회사무처 사무차장과 대결한다. 이 지역에 출마한 진보당 홍성규 대변인은 송 의원과 야권 단일화에 합의해 경선을 치를 예정이다. 화성병 현역인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국민의힘 최영근 전 화성시장과 맞붙는다. 신설 선거구인 화성정에선 현역의원 3파전 결과가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비례대표)과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서울 강남병), 개혁신당 이원욱 의원(화성을)이 격돌한다.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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