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에서 현지 친구들 사귀는 진짜 방법을 알고 싶다고요?"[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④]
우리는 가능하면 블라디보스톡에서도 카우치서핑을 통해 현지 친구들을 만나고 싶었다.
카우치서핑은 17년 역사의 여행자와 현지인을 연결해주는 시스템이다. 여행자는 묵을 곳을 구할 수 있고 현지인은 여행자를 초대해 대리경험을 하며 친구를 사귈 수 있다. 공유숙박과는 달리 돈은 절대 받지 않는다. 대신 작은 선물이나 음식을 나누며 감사함을 표시하면 된다.
우리는 11년 전 여행에서 처음 이 사이트를 알게 되어 이곳을 통해 여러 외국친구들을 사귀었는데 현지 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그곳의 진짜 삶을 경험하고 관광객은 모르는 곳을 방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너무도 좋은 기억이 많았다.
쏘냐는 여행을 무척 좋아하는 친구였다. 처음엔 우리를 자기 집에 게스트로 초대했었는데 갑자기 여행계획이 생겨 취소되었지만 대신 페루 식당에서 그의 친구들 라다, 사샤와 함께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르바트 거리에서 걸어갈 수 있는 곳에 있는 리마라는 이 식당은 엔칠라다가 매우 맛있었다. 다들 한국과 여행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러시아 청년들이어서 공통된 관심사를 이야기하는 것이 무척 즐거웠다. 식당벽에 사진과 차키가 붙어있어 관심을 끌어서 우리 중 한명이 식당주인에게 물어보았더니 세계여행을 하고 온 영국사람이 차키를 여기 두고 간 것을 걸어놓은 것이라고 한다. 뭔가 운명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춤과 사진촬영을 좋아하는 엘레나라는 친구도 만났는데 매우 톡특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우리는 마치 모델이 된듯한 기분으로 그녀의 요청에 이리저리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었는데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특별히 유리는 우리가 출발 약 6개월 전에 곧 갈 수 있을 줄 알고 미리 여행계획을 올려놓은 글을 일찍 보고 메세지를 주고받던 친구였는데 자꾸 미뤄져서 미안한 마음에 한동안 연락이 끊겼던 친구였다. 그런데 우리가 한국을 떠나기 직전 그가 "한국에서 블라디보스톡 오는 배가 다시 다닌다고 하더라" 하는 메세지를 보내왔다. '와 그 소식을 듣고 우리를 떠올려주다니!' 고맙고 감동이었다. 우리는 바로 "맞아! 우리가 그 배를 타고 블라디보스톡으로 갈꺼야! 곧 만나자."라고 답을 보냈다.
우리는 언덕 위의 한 카페에서 그의 두 딸 마리아, 달리아와 유리를 만났다. 영어가 서툴렀던 유리는 주로 딸들을 통해 이야기를 했다. 간접적인 소통이 답답하고 안타까워하는 모습에 우리와 정말 친해지고 싶고 알고싶어하는 마음이 전해져 너무도 따뜻하고 좋았다.
집이 작아서 우리를 초대하기는 힘들다며 오히려 미안해하면서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잔뜩 주었다. 초콜렛이 씌워진 전통간식과 연유, 그리고 콰스라는 러시아 전통음료였다. 콰스는 맛을 보니 우리나라의 맥콜과 비슷한 것이 매우 마음에 들어 러시아 여행 내내 마트에서 종종 사다 마셨다.
마지막으로 밝은 미소가 멋진 에너지 킹, 표트르를 아르바트 거리에서 만났다. 아르바트 거리에는 매일 락, 발라드, 클래식 등의 음악을 바이올린, 플루트, 기타 등 다양한 뮤지션들이 버스킹을 한다.
우리와 함께 거리를 따라 걷던 표트르가 기타치며 노래하는 버스커를 보자 갑자기 옆에 걸터앉아 같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놀란 토끼눈이 된 우리는 '헉 이래도 되나? 연주자에게 무례한 행동은 아닌가?' 싶어 쳐다보고 있었는데 그는 심지어 버스커보다 더 큰소리로 신나게 노래를 했다. 그리고 노래가 끝나자 그 버스커는 열심히 박수치는 우리는 제쳐두고 표트르에게 무척 고마와했다. 신기한 광경이었다. 우와 이런 것이 문화의 차이인가보다.
계속해서 우리는 아래쪽 바닷가를 함께 걸었다. 해양공원과 놀이기구들이 있었는데 우리끼리였다면 긴장하고 다녀야해서 못보고 지나칠 것들을 친구와 함께다니니 마음이 편해 기발한 화장실 픽토그램 등 많은 새롭고 재미있는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어릴 때부터 태권도, 쿵푸, 가라데 등을 접하며 아시아 문화를 무척 좋아하게 되었다고 한다. 히치하이킹으로 동러시아를 몇달간 여행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청년때 전국 무전여행을 하셨다는 나의 아버지 이야기가 생각났다. 이제 우리나라에선 생각하기 힘든 히치하이킹이 가능하다니 러시아는 아직도 50년 전의 정이 남아있는 나라인가 싶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지자 불쑥 "우리 집에 게스트로 올래?" 하고 제안해준다. 예정에 없었지만 현지친구의 집에 묵는 좋은 기회를 놓칠소냐. 우리는 짐을 가지고 그의 집으로 갔다.
그곳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6층건물 맨위층이었는데 충격적이었던 것은 주방에 싱크대가 없어 화장실에서 물을 써야했고 원룸에 접이식소파배드가 하나 있었는데 우리에게 침대를 양보하고 표트르는 바닥에서 잤다. 그가 누우면 바닥이 꽉 찰 정도로 좁았다. 덜컥 초대를 받고 왔지만 한방에서 이렇게 지낼줄은 몰랐어서 미안스럽고 당황스러우면서도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가 일하고 있는 시내에 새로 지은 39층 빌딩에 따라가 보았다. 아직 시멘트벽 상태였지만 통유리창 너머 블라디보스톡 항구와 바다를 가로지르는 대교가 보이는 상상초월의 황홀한 뷰에 말문이 막혔다.
"와아! 미쳤네! 환상적이다! 내 눈앞에 펼쳐진 이 풍경이 정말 현실이라고? 말도 안돼!" 한동안 푹 빠져 창앞을 떠나지 못하던 나는 표트르에게 호기롭게 말했다. "표트르, 여기 인테리어를 퍼펙트하게 해주길 바래. 우리 여행이 끝날때쯤 유튜브로 돈 많이 벌면 이곳을 살꺼니까!" 이 집에 들어올 사람이 너무너무 부러웠다.
우리는 표트르네서 그가 해준 아크로슈카(러시아음식)도 먹고 북한식당도 같이 가보고 하며 즐겁게 이틀을 함께 보냈는데 뭔가 낌새가 좀 이상했다.
사실 우리는 차를 되찾을때까지 표트르와 함께 있을 생각으로 온건데 그는 이틀 후에 또다시 6개월이상의 무전여행을 떠난다고 하는거다. 뭔가 영어의 소통이 불충분했나보다. 하여튼 그러한 상황을 이해하고 그의 여행 준비를 도우며 다시 게스트하우스로 가기로 했다. 표트르는 여행을 떠나기 전 집의 음식을 없애야한다며 우리에게 병조림과 쌀 등을 잔뜩 주었다. 몇일 후 우리도 차를 되찾아 여행을 시작할테니 가다가 혹시 길에서 얻어탈 차를 찾고 있는 표트르를 만나게 되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하는 이야기를 하며 서로의 여행을 축복하고 아쉬운 작별인사를 했다.
이렇게 맛난 것도 먹고 구경도 하고 친구들도 만나며 시간을 보내던 중 드디어 러시아통관대행사로부터 우리 차가 나온다는 연락이 왔다.
차에 고추장이며 온갖 한국음식과 탄의 촬영장비 등 짐을 잔뜩 실어서 세관에서 혹 트집을 잡거나 큰 돈을 요구하면 어쩌나 걱정이 많았는데 예상하던 최단시일인 열흘만에 추가비용은 하나 없이 가장 좋은 상황으로 차를 되찾게 되었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항구로 가서 통관세를 내고 몇가지 확인을 한 후 차를 세워둔 곳으로 갔다. 철망 문이 열리며 까브리가 나오자 달려가 와락 안고싶었다. 없어진 것 하나없이 다시 만난 까브리가 너무 반가웠고 장해보였다.
차를 찾아 제일 먼저 한 것은 주유소 가기. 러시아는 기름값이 한국의 반값이다. 기름을 빵빵하게 넣은 까브리에 앉아 운전대를 잡은 탄이 무지 신나보인다. 힘들게 걸어다녀야했던 블라디보스톡을 차타고 드라이브하니 기분이 새롭고 매우 좋았다.
그동안 많은 도움을 받고 친해진 슈퍼스타사장님께 작별인사를 했다. 이제 배가 다시 다니니까 제발 게스트하우스를 그만두지 마시라고 우리 뒤에 오실 분들을 생각해달라고 다시한번 간절히 부탁드렸고 사장님은 러시아 여행 중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하라는 감사한 이야기를 했다.
블라디보스톡에서 정말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일들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드디어 까브리와 정처없는 긴 여행을 시작한다고 생각하니 두근두근 가슴이 설레었다.
“이제 정말 진짜 시작이구나. Go West! 내차타고 가는 세계여행 출발!”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https://youtube.com/@user-hb5up3dh1o?si=4LHlTLkQKDiU4cL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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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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