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NCT·라이즈…인기 아이돌 러브 콜 받으며 작사해요”
트와이스, 르세라핌, 투모로우바이투게더 그리고 라이즈. 요즘 핫하다는 아이돌의 곡을 만든 작사팀 당케를 만나 가사 속 숨은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유, 마마무의 곡을 쓴 히트 작곡가이자 RBW 엔터테인먼트 대표 김도훈의 책 '김도훈 작곡법’에 적힌 구절이다. 꼼꼼한 서사로 감동을 줬던 예전 작사법과 달리, 간결하고 임팩트 있으면서 적재적소 라임이 깃든 가사가 요즘 트렌드라는 의미다.
아이돌 그룹의 댄스곡은 트렌드를 가장 빠르고 영민하게 반영한 장르다. 댄스는 짧은 훅이 반복되고 가사가 제목이나 안무에 연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 완성도 높은 스토리텔링보다 인상적인 주제어 하나가 더 중요할 때도 있다. 히트한 댄스곡이 주로 'Talk Saxy’ 'Super Shy’ '빨간 맛’ 'TT’ '1도 없어’ 같은 제목인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당케(danke)는 김수빈, 박우현, 이희주로 구성된 국내 전문 아이돌 댄스 작사팀이다. 라이즈, NCT,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르세라핌 등 요즘 대세 아이돌의 가사는 모두 당케의 손을 거쳤다. 그들은 아티스트에 따라 "스친 두 손을 잡을까 말까, 내내 땀이 쏙 배 있던 너의 손"이라고 고백하는 10대 소녀가 됐다가, "네 머릿속이 궁금해, 너의 그 모든 게 알고 싶어"라고 말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남성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2018년 구구단의 'Lovesick’로 이름을 알린 당케는 사실 개인 작사가들이었다. 같은 작사 학원에서 만난 선배에게 사기를 당하면서 이들은 똘똘 뭉치게 됐다. 같은 직업이란 공통분모 아래 서로를 믿고 의지해나갔고, 셋이 함께하면 어떤 일이든 해나갈 수 있을 거란 확신으로 당케 팀을 결성했다.
2월 초,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 스튜디오에서 당케 팀을 만났다. 첫 질문으로 약 230여 곡을 작사하고 수많은 히트곡을 배출한 성과에 대해 물었다. 이희주 작사가는 "혼자서는 절대 못 했을 거예요. 작사 학원 사기 사건이 전화위복이 된 셈이죠"라며 경쾌하게 웃었다.
원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고 들었어요. 작사가의 길로 들어선 계기가 궁금합니다.
김수빈(이하 수빈) | 회사 다닌 지 2~3년쯤부터 무료함을 느끼기 시작했어요. 그러던 중 작사 학원을 알게 됐고, 어렸을 때부터 음악과 글을 좋아했던 터라 큰 고민 없이 등록했어요. 일련의 과정을 수료한 뒤 공모 곡 시안을 꾸준히 제출했고, B.A.P의 'SKYDIVE’라는 곡이 뽑혀 작사가로서 첫발을 내딛게 됐죠.
박우현(이하 우현) | EBS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조연출을 했었어요. 음악과 글을 좋아해서 둘의 접점인 작사에 늘 흥미를 갖고 있었죠. 대학생 때부터 작사를 전문적으로 배우기 위해 작사 학원을 쭉 다녔어요. 조연출을 그만두고 대학원 재학 중 공모 곡 시안이 채택돼 전문 작사가의 길로 들어서게 됐죠. 빅스(VIXX)의 'Desperate’라는 곡으로 데뷔했어요.
이희주(이하 희주) | 한 연구원의 미디어팀에서 일했어요.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진로에 대한 고민이 깊었죠. 20대 후반에 대학원 진학과 새로운 일의 도전 사이에서 갈등하게 됐어요. 오랜 고민 끝에 후자를 택했고 그때부터 작사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학원에서 직장 생활에서 느낄 수 없었던 재미를 느꼈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이 일을 해야겠다’ 결심했어요. 그 후 다른 멤버들과 비슷한 수순을 거쳐 소녀시대의 'One Last Time’이라는 곡으로 입봉했어요.
작사가가 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나요.
우현 | 내 이름으로 데뷔하려면 공모전이나 작사 학원이라는 시스템밖에 없어요. 기획사나 작곡가 등에게 데모를 받고, 가사를 만들어 제출할 수 있는 기회가 무엇보다 중요하죠. 작사 학원은 그 기회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요. 또 구체적인 준비라고 하기는 멋쩍지만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정말 많이 들었어요. 작사 영감이 떠오르기도 하고, 트렌드도 파악할 수 있거든요.
서로 잘하는 부분이 다를 것 같아요. 상대방의 장점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수빈 | 우현의 '적극적인 자기 PR 마인드’요. 팀 결성 초반에는 의뢰가 많지 않았는데 우현의 영업력으로 새로운 작업을 할 수 있었거든요. 또 유튜브 채널을 열자고 제안했던 것도 우현이었어요. 그로 인해 많은 기회가 주어졌고요. 팀 성장에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해요.
우현 | 희주는 팀을 잘 아우르는 강점이 있어요. 그 방법이 부드러울 때도 있고 단호할 때도 있죠. 생일 순으로도, 가나다순으로도 3번이어서 당케 팀 막내라고 칭하지만, 큰언니같이 의지할 때가 더 많아요. "괜찮아, 달리 생각하면 ~거야" "이건 이렇게 해결하는 게 좋을 것 같아"라고 리더십을 발휘할 때는 정말 멋있어 보입니다(웃음).
희주 | 수빈이는 정말 꼼꼼해요. 일의 특성상 의뢰가 몰리면 정말 끝도 없거든요. 그럴 때마다 수빈이의 꼼꼼함이 빛을 발해요. 무엇이든 세심하게 챙기고 계획성 있게 추진하는 수빈이 덕분에 당케 팀이 더욱 발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함께 일하다 보면 트러블이 생길 것 같아요. 서로 취향도, 스타일도 다르니까요. 평소 의견 조율은 어떻게 하나요.
수빈 | 다수결로 합니다(웃음). 3명이라는 게 이럴 때 좋더라고요. 다행히 의견 충돌이 많지는 않아요. 가끔 필요할 때 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걸 원칙으로 두고 있죠. 만약 1명이 의견을 강력하게 피력하면 다른 멤버들이 믿고 따를 때도 있고요.
차별화된 '한 끗’ 표현으로 제작사와 아이돌, 팬들의 심장 저격
희주 | ‘한 끗’이요. 요즘 의뢰 단계에서 제목과 특정 스토리를 정해주는 경우가 있어요. 그에 맞춰 제출한 수백 개의 시안은 비슷한 내용일 수밖에 없죠. 때문에 임팩트 있는 한 줄로 승부를 봐야 해요. 말투가 아주 독특하고, 가사에 잘 쓰지 않는 어휘를 발굴해낸다거나, 새로운 방식의 비유를 접목하는 등 남다른 한 끗을 담아내려고 고군분투하고 있어요.
노래 한 곡은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나요.
수빈 | 작업은 보통 작곡, 작사 순으로 이뤄져요. 제작사에서 앨범의 콘셉트나 원하는 가사의 방향을 알려주기도 하고, 자유롭게 작업해달라고 의뢰하는 때도 있죠. 어쨌든 작사 의뢰는 얼추 완성된 데모 가이드의 글자 수에 맞춰 가사를 붙여달라는 요청이에요. 작사가가 먼저 작업물을 회사에 보내는 경우는 거의 없고요.
3명이 작사를 같이하는 모습이 잘 그려지지 않아요. 셋이서 일기를 같이 쓰는 거나 다름없잖아요.
희주 | 생각보다 단순해요. 한 사람이 초안을 뽑으면 나머지 2명이 수정해서 완성할 때도 있고, 한 줄 한 줄 같이 쓸 때도 있어요. 또 누군가 1절을 썼는데 2절은 도저히 못 쓸 것 같을 땐 다른 사람에게 넘기기도 하죠. 확실히 셋이 함께하는 게 스트레스는 덜 받는 것 같아요. 가사가 떠오르지 않고 영감이 고갈됐을 때 뒷받침해줄 멤버들이 있으니까요.
눈으로 읽는 글과 귀로 듣는 글은 분명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희주 | 물론이죠. K-팝 아이돌 그룹의 곡은 주로 영어 데모를 기반으로 작업해요. 가이드의 발음과 뉘앙스를 잘 살리는 것이 중요하죠. 그래서 외국어의 특정 단어 혹은 문장의 발음이 다른 의미로 들리는 '몬더그린’ 현상을 잘 활용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가이드의 가사가 'Ooh / I / felt’라면 '우아해’라는 가사를 붙이는 식이죠. 들었을 땐 똑같지만 가사지를 들여다보면 다른 의미가 담겨 있는 식으로 잔재미를 주기도 하고요. '시야가 온통 하얘 / high해’나 '마주친 코끝 사이 / 흐려져가는 sight’ 같은 가사는 들을 때와 눈으로 봤을 때가 아주 다르죠. 이처럼 최대한 영어 단어와 이질감 없게 들릴 가능성이 높은, 받침이 없는 단어를 찾는 데 집중합니다.
작사가도 선택받는 직업인 것 같아요. 수정을 거듭해도 채택되지 못하는 일이 부지기수고요. 평소 마인드 컨트롤은 어떻게 하나요.
수빈 | 작사가는 실패(시안에서 채택되지 못하는 것)가 일상인 직업이라 마인드 컨트롤을 잘하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시안을 내고 채택이 안 되든, 수정하고 최종 선택이 안 되든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는 건 똑같잖아요. 저희는 이런 상황들에 너무 얽매이지 않으려 노력해요. 일상을 망칠 수도 있으니까요. 수정은 했으나 발매로 이어지지 못했을 때도 과정을 통해 배운 점은 분명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쉬움 속에서 허우적대기보다는 앞으로 마주할 작업에 집중하려는 마인드를 꾸준히 상기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작사 외적으로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있다면요.
희주 | '비밀 엄수’요. 누구의 곡인지, 데모는 어떤 스타일인지 언제 어디서든 절대 티를 내서는 안 돼요. 앨범 발매 전까지 변수가 많아 곡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거든요. 저희도 작가 생활 초반에 참여한 작품의 티저를 SNS에 올렸다가 "어느 작사가가 앨범에 참여했는지도 프로모션의 일환이기 때문에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관계자의 조언을 듣고 해당 게시물을 삭제한 적이 있어요. 또 작사를 하지 않을 때의 일상을 단단하게 지탱하는 것에도 신경 써야 합니다. 워낙 경쟁적인 업계라 이 일에만 매몰되기 쉽거든요. 일과 일상을 철저히 분리하는 것이 중요하죠. 마지막으로 작사가 생활 초기에 작사를 하기 위해 다른 경제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작업을 아무리 많이 해도 수입이 없을 때의 괴리감을 잘 소화해내야 합니다. 전반적인 멘털 관리가 중요한 것 같아요.
라이즈부터 레드벨벳, 몬스타엑스까지 K-팝 가사 비하인드
희주 | 댄스곡은 리듬에 착 달라붙는 '말맛’을 살리는 데 중점을 둔다면, 발라드는 서사에 공을 들이는 편이에요. 제목 같은 경우 댄스곡은 간결한 단어를, 발라드는 문장형으로 짓는 경우가 많고요. 스토리를 만드는 방법은 다양해요. 발라드 주제가 사랑이라면 썸, 연애 등 시점에 맞춰 가사를 쓰거나, 아티스트 연령을 고려해 첫사랑, 마지막 사랑 등의 주제를 입히기도 하죠. 특히 댄스곡을 쓸 때는 라임을 배치해 호흡을 최대한 짧게 끊어가는 데에 신경을 많이 써요. 그래야 가사가 더 잘 들리거든요. 요즘은 성별에 따라 작사하진 않는 것 같아요. 젠더리스적인 가사를 추구하는 추세라 그 경계가 흐려지고 있거든요. 강한 뉘앙스의 가사를 소화하는 걸 그룹이 워낙 많고, 청량을 내세우는 보이 그룹도 있으니까요.
작업을 위해 아이돌을 자주 만날 것 같아요.
우현 | 안타깝게도 그런 일은 잘 없습니다(하하). 작사가가 녹음실에 가는 일은 거의 없거든요. 콘서트장에서 공연을 보는 게 거의 전부예요. 저희끼리는 농담으로 "팬과 다를 게 별로 없다"고 이야기해요.
수빈 | 몇 안 되지만 실제 만난 아이돌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분은 레드벨벳 웬디 님이에요. 콘서트 백스테이지에서 인사를 나눴는데, "작사가를 존중한다"는 한마디가 너무 진심으로 와닿았거든요. 지금 생각해도 울컥하네요.
최근 작업했던 라이즈의 'Talk Saxy’가 화제예요. 어떤 이미지에 착안해 가사를 썼나요.
수빈 | ‘Talk Saxy’ 작업 당시 라이즈의 이전 발매 곡들을 분석했을 때, 같은 소속사 팀보다 세계관이나 컨셉추얼한 느낌이 많이 약해진 모습이었어요. 가사 역시 직접 말하는 듯한 톤이 강했고요. 'Talk Saxy’라는 키워드, 20대 초반의 아티스트, 말하는 듯한 가사. 이 3가지를 절충해보니 솔직하고 자신감 넘치는 화법이 딱이더라고요. 화법에 맞춰 좀 더 신선한, 뻔하지 않은 문장을 쓰려고 노력했고요.
희주 | 섹시한 느낌도 있지만 아직 완벽하게 성장하지 않은 '소년미’가 느껴지게 불러줬으면 했어요. 멤버들이 너무 완벽하게 소화해줬고요. 가장 신경 써줬으면 하는 가사는 'C note c note / 낮은 목소리로’였어요. 약간의 연기가 필요한 부분이었거든요. 발음상으로는 '이 감정을 Post that / 맘을 숨겨두는 짓은 못해’를 꼽고 싶어요. 'Post that’과 '못해’ 부분에 강세를 넣어야 임팩트가 확실히 살 것 같았거든요. 두 파트 모두 멤버들이 아주 멋지게 불러줬다고 생각합니다.
세 분 각각 '이건 정말 잘 썼다’ & '오그라드는 가사’가 있다면요.
수빈 | 몬스타엑스 'Guess Who’라는 곡의 '경계를 지워 은밀히 / 니 심장 속에 깊숙이 / 새겨질 이름의 주인’이라는 가사요. 개인적으로 가사는 조금 오그라드는 맛이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편이거든요. 'Guess Who’라는 제목을 임팩트 있게 보여주는 가사라고 생각해요.
우현 | EXO 디오의 'I’m Gonna Love You’ 도입부요. '사람들이 다 흔히 말하는 연애의 온도도 / 사랑이라는 감정의 최대 유효한 기간도 / 신경 쓴 적 없지 그냥 그러려니 / 난 그저 여전히’. 지난 파일을 찾아보니 수정 전에 '사랑에 관한 생물학적인 유효한 기간도’라는 문장도 있었네요(하하). 오그라들면서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가사입니다.
희주 | 정말 잘 썼다고 생각하는 건 최근에 작업한 더보이즈 'CRYING& LAUGHTER’의 코러스 시작 부분 '환희 속에 울게 해줘 / 고통 속에 웃게 해줘’예요. 제목이 직관적으로 잘 함축되어 있고, 애증이 뒤섞인 처절한 사랑의 면모를 잘 드러냈다고 생각하거든요. 오그라드는 가사로는 EPEX의 '번아웃’이라는 곡에 있는 '엄마 say, "공부나 더 해"’ 부분이에요. 쇼케이스에서 EPEX의 멤버 에이든 님이 소화하기 어려웠던 가사로 꼽기도 했었는데요. 나중에 찾아보니 특유의 유치함으로 팬덤 내에서도 화제가 됐더라고요. 당시에는 손발이 오그라들었지만 지금은 '어그로’에 성공한 것 같아 오히려 만족스럽기도 해요.
생각이나 감정을 글로 풀어내는 건 쉽지 않아요. 일기 쓰는 걸 어려워하는 사람들도 많고요. 꼭 가사가 아니더라도 글을 쓰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하는 이들에게 조언해준다면요.
수빈 | 하루에 한 문장만 쓰는 걸로 시작해도 충분할 것 같아요. 그 문장을 연결하면 한 문단이 되고, 문단을 모으면 하나의 글이 완성되니까요. 너무 서두르지 않았으면 합니다. 문장이 어려우면 한 단어라도 매일 쓰는 습관을 들이면 좋을 것 같아요.
우현 | 먼저 '잘 써야지’ 하는 욕심을 버려야 해요. 말이 되든 안 되든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들을 노트 위에 자유롭게 적어보세요. 점점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것에 흥미가 붙으면서 꾸준히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들 거예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희주 | 필사를 추천해요. 책이나 SNS 등에서 좋다고 생각한 문장을 그대로 노트에 적어보는 거예요. 사실 필사는 작사가 지망생들도 많이 하는 작업이에요. 필사하다 보면 그에 착안한 좋은 문장이 떠오를 수도 있고, 조금 응용해서 내 문장으로 만들 수도 있거든요. 또 종이에 펜이나 연필로 무언가를 쓰는 재미를 느낄 수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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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홍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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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영 기자 sy2823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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