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전, 오늘 폐관…33년 역사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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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관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학전블루 소극장을 찾은 사람들의 발걸음은 유난히 무거워 보였다.
'학전, 어게인 콘서트' 마지막 날 공연을 보기 위해 모여든 관객들은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학전의 모습을 눈에 각인하며 사진에 담았다.
하지만 뒤에 남은 사람들은 마지막 공연이 '학전, 굿바이 콘서트'가 아닌 '학전, 어게인 콘서트'라는 점에 한 가닥 희망을 살려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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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폐관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학전블루 소극장을 찾은 사람들의 발걸음은 유난히 무거워 보였다. '학전, 어게인 콘서트' 마지막 날 공연을 보기 위해 모여든 관객들은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학전의 모습을 눈에 각인하며 사진에 담았다.
학전은 15일 영원한 작별을 고한다. 1991년 3월 15일 개관 이래 33년 만에 다시 올라가지 않을 무대의 커튼을 완전히 내린다.
학전은 그동안 존재 자체로 한국 대중문화사의 큰 일부였다. 33년간 총 359개 작품을 기획, 제작하며 수많은 공연예술인에겐 기회를, 수많은 관객에겐 추억을 선사했다.
학전블루와 학전그린(2013년 폐관) 소극장은 '김광석 콘서트',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 등 라이브 콘서트 문화의 시발점이기도 했다. '학전'은 대표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4200회 이상 상연하고, '모스키토', '의형제', '개똥이' 등 한국적 뮤지컬을 시도하고, 노영심이 '작은 음악회'를 선보이고, 가수 김광석이 '1000회 라이브'를 공연하는 등 창작 뮤지컬과 가수들의 혼이 서린 곳이었다. 또한 연극, 대중음악, 클래식, 국악, 무용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삶과 시대정신이 살아 숨 쉬던 소극장 문화의 메카였다.
학전은 배울학(學)에 밭전(田)이라는 이름대로 수많은 걸출한 예술가의 산실이었다. 가수 윤도현, 이은미, 강산에, 알리, 정동하, 박학기, 권진원, 배우 황정민, 설경구, 김윤석, 김원해, 안내상, 김무열, 전배수, 조승우, 장현성, 방은진, 방진의, 김희원, 배해선 등 수많은 예술인이 스타로 발돋움한 곳이 바로 학전이었다.
이러한 화려한 이력을 지닌 학전이 왜 문을 닫게 됐을까? 그것은 영리가 아닌 작품의 의미와 가치를 더 중시한 운영 철학 때문이다. 학전은 이른바 '돈이 되는 공연'의 남발보다는 실험정신에 입각한 선별된 작품의 순수한 본질과 의미를 지키고자 했다. 소극장의 정체성을 지키려 한 것이다.
하지만 공연 트렌드의 변화로 거대 자본을 앞세운 블록버스터 작품들이 쏟아졌고, 다양한 미디어 공간이 생기면서 소극장을 찾는 관객은 감소했다. 여기에 김민기 대표의 건강 악화도 학전의 발목을 붙잡는 요인이 됐다.
학전은 지난해 10월, 경영난과 김 대표의 병환으로 학전블루 소극장 운영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에 예술인들이 자발적으로 '학전, 어게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많은 이들의 관심과 응원을 보냈다.
하지만 학전은 끝내 폐관을 결정했다. 김 대표는 "내가 없으면 학전도 없다"며 학전이 명예롭게 문 닫기를 원했다. 이는 다른 사람의 손에 의해 '학전'이라는 이름이 무리하게 유지되며 변질될 가능성을 경계한 '김민기'다운 결정으로 보인다.
이제 학전은 숱한 전설과 추억을 남기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하지만 뒤에 남은 사람들은 마지막 공연이 '학전, 굿바이 콘서트'가 아닌 '학전, 어게인 콘서트'라는 점에 한 가닥 희망을 살려 놓는다. 무존재로 돌아가지만, 역사 속에서 영원성을 부여받고 때가 되면 다시 부름에 응답할 것을.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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