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KCB 직장 내 논란'과 '지록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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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록위마(指鹿爲馬)는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나오는 고사(古事)로 '사슴을 두고 말이라 부른다'는 의미다.
KCB 직원들은 지난해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해결해 달라며 지난 1월 말부터 점심시간마다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 KCB 직원은 블라인드에 "내가 리더라면 거두절미하고 당당하게 사과할 건 사과하고 요구할 건 말하고 협상하겠다"며 "그렇게 하면 직원들도 지지하고 리더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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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신용평가회사 코리아크레딧뷰로(KCB)의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보면 지록위마가 떠오른다. 대표에게 사실을 보고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할 인사가 사건의 본질을 왜곡해 노사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KCB 직원들은 지난해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해결해 달라며 지난 1월 말부터 점심시간마다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처벌해 달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요구를 내세운다.
지난해 9월 KCB에선 자신의 잘못과 부족한 점 등을 나열한 자기 비판식 반성문을 작성한 뒤 동료들 앞에서 읽게 하는 워크숍이 열렸다. 직원들은 과도한 스트레스를 호소했고 한 직원은 워크숍에서 호흡곤란으로 병원에 이송됐다. 이 과정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인사가 최근 승진해 노사 관계가 악화됐다. 관련 사건 조사는 흐지부지되고 직원들을 위한 후속 조치는 없었다.
KCB 노조는 대표이사와 이사회를 보좌하며 회사를 이끌어야 할 인사가 사건을 덮으려고만 해 일을 키웠다고 주장한다. 회사 관계자는 노조에 "피해자들이 힘들까봐 조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한다. 언론 제보자는 '흉악 범죄자'로 규정하고 내부 정보 유출 혐의로 형사 고발 조치하겠다고 경고도 했단다. KCB 관련 내용이 언론에 보도될 경우 성과급(PS)을 지급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회사의 으름장에 직원들은 언론 등 외부 접촉을 극도로 꺼렸다. 문제 해결의 중심에 선 노조위원장 마저도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이야기를 듣기 위해 회사 인근에서 직원들에게 기자임을 밝히고 말을 걸었지만 아무도 응대하지 않았다. 결국 시위 현장에서 노조위원장의 연설을 듣는 것으로 취재를 대신해야 했다.
회사 관계자의 이런 대처는 금융권에서 인정받는 KCB 대표를 포함한 구성원들에게 치명적이다. 노조위원장도 시위 현장에서 "임원의 이런 모습이 대표이사에게 엄청난 부담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한 KCB 직원은 블라인드에 "내가 리더라면 거두절미하고 당당하게 사과할 건 사과하고 요구할 건 말하고 협상하겠다"며 "그렇게 하면 직원들도 지지하고 리더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슴은 아무리 우겨도 말이 될 수 없다. 사건을 은폐하고 왜곡한 것이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아무리 큰 문제라도 대처 방법에 따라 조직과 구성원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상황으로 바뀔 수 있다. 돌이킬 수 없기 전에 KCB 수장인 대표이사가 판단을 내리고 행동에 나서 주길 바란다.
최유빈 기자 langsam4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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