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기.김광석.지하철1호선~' 학전의 노래가 멈추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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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슬'의 김민기가 못자리를 내고 가객 김광석, 윤도현 등이 알곡을 일궈냈던 대학로 공연문화의 산실 '학전'이 14일 공연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았다.
지난달 28일부터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이어진 '학전, 어게인 콘서트'가 14일 공연 '김민기 트리뷰트'로 끝을 맺게 된 것이다.
하지만 돈이 되는 공연 외에 어린이극 등을 이어나가는 책임감은 만성적인 재정난으로 이어졌고 코로나19의 공연문화의 암흑기, 김민기의 투병 등이 겹치며 학전의 못자리는 말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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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슬'의 김민기가 못자리를 내고 가객 김광석, 윤도현 등이 알곡을 일궈냈던 대학로 공연문화의 산실 '학전'이 14일 공연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았다.
지난달 28일부터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이어진 '학전, 어게인 콘서트'가 14일 공연 '김민기 트리뷰트'로 끝을 맺게 된 것이다.
이날 무대에서는 김원해, 안내상, 황정민 등 그간 학전과 깊은 인연을 맺었던 많은 배우들이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또 가수 알리, 정동하, 박학기, 권진원, 노찾사 등이 이전에 학전 무대에서 불렀던 노래를 들려줬다.
지난해 10월, 경영난과 김민기 대표의 투병 소식 등으로 학전블루 소극장 운영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다시 뜻을 모아보자는 가수와 배우들의 문의가 쏟아진 것이 반년 가까이 이어진 아쉬움의 무대의 시작이었다.
콘서트를 기획한 가수 박학기는 "이번만큼 보람있고 행복한 공연이 없었다. 유명하신 많은 분들이 불평 불만 없이 당연하다는 듯 함께 해주셨다"고 소회를 밝혔다. 하지만 그는 "모든 것은 시작과 끝이 있다"며 눈물을 떨궜다.
암 투병 중인 김민기 대표는 박학기를 통해 "모두 다 그저 감사하다"는 덤덤한 마지막 인사를 건넸을뿐 무대에 함께 하지는 못 했다. '학전 어게인' 공연도 '말려도 할테니 알아서 해봐라'고 지켜봤던 김민기였다.
김민기는 1991년 서울 종로구 혜화동 대학로에서 시작해 33년 간 총 359개의 작품을 학전에서 기획·제작했다. 작곡가이자 가수였지만 노래 부르는 무대를 꺼렸던 그가 이전 곡들을 모아 1993년 네장의 앨범으로 된 '김민기 전집'을 발매한 것도 학전을 위해서였다. 이 음반 계약의 선불금을 받아 학전을 개관했다. 배울 학(學), 밭 전(田)으로 이름지어 처음부터 완성형이기보다는 한발씩 더 나아가겠다는 공연자와 제작자의 의지가 담긴 무대와 꼭 닮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하철 1호선' 등 국내 뮤지컬의 대표작이 제작돼 설경구·김윤석·황정민·장현성·조승우·배해선·김무열 등 충무로 대표배우들의 산실이 됐다. 세계적인 재즈보컬 나윤선도 '지하철 1호선'으로 데뷔했고 윤도현도 1995년 극단 학전 '개똥이'로 뮤지컬에 처음 출연했다. 또 학전은 가수 김광석이 세상을 떠나기 전 1000회 공연을 열어 소극장 공연의 신화를 일군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돈이 되는 공연 외에 어린이극 등을 이어나가는 책임감은 만성적인 재정난으로 이어졌고 코로나19의 공연문화의 암흑기, 김민기의 투병 등이 겹치며 학전의 못자리는 말라갔다.
김민기 대표 스스로도 경영난과 건강 문제 등으로 학전 운영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의사를 수차례 밝혀왔고, 결국 학전의 역사는 33년을 끝으로 막을 내리게 됐다.
문닫는 학전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물론 학전 폐관 이후에도 문화예술위원회가 이 공간을 공연장으로 운영한다. 하지만 학전은 "어린이와 청소년, 신진 음악인을 위한 김민기 대표의 뜻을 잇되, '학전' 명칭은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14일 공연의 막바지에는 아침이슬의 한소절이 공연 가수들과 배우, 관객들의 떼창으로 이어졌다.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
지난해 말부터 천만영화 '서울의 봄'의 주연으로 각광받았던 배우 황정민은 "학전은 오늘로 사라지지만 그 정신은 모든 사람, 배우, 관객이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 학전 공연이 끝난뒤 학전 입구의 가수 김광석의 부조를 지켜보며 떠나는 이들의 입에서 입으로 '사랑했지만, 그대를 사랑했지만 ~~ ' 이라는 김광석의 히트곡 한 소절이 흘러나와 '이제는 학전 없는' 스산한 대학로 뒷골목을 맴돌았을지 모른다.
배성민 기자 baesm1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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