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동적인 선수, SF에 필요했다" 이정후, 또 이정후...데뷔도 안했는데, SF의 운명을 짊어졌다
[OSEN=조형래 기자] 거액의 계약을 맺은 만큼 그에 걸맞는 기대와 책임감이 따라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6년 1억1300만 달러의 대형 계약을 맺은 이정후(26)가 올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운명을 짊어졌다.
미국 ‘야후스포츠’는 14일(이하 한국시간)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5개 구단들의 올해를 프리뷰하면서 희망 시나리오와 최악 시나리오, 그리고 팀의 성패를 좌우할 선수를 꼽았다. 샌프란시스코를 소개할 때, 이정후의 이름이 모두 언급이 됐다. 이정후가 그만큼 팀의 운명을 짊어지고 있다는 의미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우선 희망 시나리오에서 ‘자이언츠의 방식으로 그들은 출루율에서 10등 안에 드는 타선을 갖고 90승을 거둘 수 있을 정도로 득점할 수 있는 마법을 발견했다. 호르헤 솔레어는 반드시 필요한 승리를 안겨주고 2004년 배리본즈 이후 처음으로 30홈런을 때려낸 타자가 된다’라고 기술했다.
이어 이정후가 언급됐다. 매체는 ‘이정후는 솔레어와 맷 채프먼을 위한 엘리트 테이블세터로서 그는 훌륭한 시즌을 치르는 과정에서 파워를 갖춘 타격을 재발견한다’라고 했다. 이정후가 리드오프 자리에서 밥상을 잘 차리면서 장타도 펑펑 때려낼 것이라는 기대다.
그러나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언급된 이정후는 메이저리그 연착륙에 실패한 선수였다. 매체는 ‘이정후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에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중심 타선에 힘을 거의 보태지 못했다’라고 언급했다.
그리고 팀의 성패를 가를 선수로 이정후를 콕 찝어 언급하기도 했다. 매체는 ‘자이언츠는 프리에이전트 야수들과 성공적으로 계약을 맺지 못했지만 그들은 결국 이정후를 영입해서 한 팀이 됐다’라면서 ‘이정후는 역동적인 공격력을 보여주기로 정평이 난 선수로서 그 모습이 바로 자이언츠에 필요한 것이다. 비록 홈런을 치는 팀으로 만들지는 못하지만 이정후가 리드오프 자리를 차지하면서 그들은 잠재적으로 새로운 득점의 촉매제를 보유하게 됐다’라면서 이정후가 공격 첨병으로서 제 몫을 해주며 샌프란시스코 타선을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듯 이정후를 향한 기대는 남다르고 또 크다. 이정후가 사인한 6년 1억1300만 달러라는 금액은 샌프란시스코 구단 역사상 5번째로 큰 금액이다. 오버페이라는 비아냥이 있었지만 이정후를 영입하기 위해 시간과 정성을 들였다. 이정후에 대한 믿음은 굳건하다.
구단의 믿음이 바로 현장에 전달됐다. 올해 샌프란시스코 지휘봉을 새로 잡은 밥 멜빈 감독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감독 시절 김하성의 연착륙을 돕기도 했다. 멜빈 감독은 이정후가 보다 편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또 일찌감치 그에게 개막전 1번 타자 겸 중견수를 맡기겠다고 공표를 했다.
이러한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이정후는 빠르게 적응했다.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3할4푼8리(23타수 8안타) 1홈런 3타점 4득점 OPS .945로 괴물 같은 적응력으로 메이저리그 연착륙을 준비 중이다.
모두가 이정후의 재능을 인정했고 또 빠른 적응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오버페이 논란의 주인공에서 이제는 신인왕 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메이저리그 공식매체 MLB.com은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간) 메이저리그 6개 지구별로 MVP, 사이영상, 신인상,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할 후보들을 소개했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는 이정후를 신인상 후보로 선정했다.
MLB.com은 “샌프란시스코는 이번 오프시즌 많은 선수들을 영입했지만 이정후가 프랜차이즈를 가장 크게 바꿀 수 있는 선수로 보인다. 그는 빠르고 정교한 타격을 하는 선수로 홈구장(오라클 파크)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스타일이며 팀에 불을 붙일 수 있는 선수다. 그는 당신이 깨닫기도 전에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가 될지도 모른다”라며 이정후를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아울러 ‘야후 스포츠’는 14일, 26세 이하 선수들이 있는 팀들의 파워랭킹을 공개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전체 24위에 그쳤지만 이정후의 가치는 높게 내다봤다. 매체는 ‘이정후는 야마모토 요시노부(LA 다저스)와 함께 매력적인 아웃라이어의 선수’라면서 ‘이정후는 이미 해외 프로리그에서 엄청난 기록들을 작성하고 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최고 유망주들과 비슷한 등급으로 평가 받지만 이정후의 연간 가치는 1900만 달러에 육박하기 때문에 더 큰 기대를 받고 있다’라며 이정후의 가치를 설명했다.
이어 ‘이정후의 타격 기술이 얼마나 빨리 메이저리그에서 통하는지를 두고 봐야 하지만, 키움시절 동료였던 김하성과 비슷하게 점진적으로 적응을 한다면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균형잡힌 선수 중 한 명이 될 수 있다’라고 설명하면서 ‘장기적으로는 낙관적이지만 메이저리거로서 전반적인 영향력 측면에서는 여전히 미스터리 박스’라고 덧붙였다. 적응기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만큼 이정후의 적응 여부가 샌프란시스코 구단에 얼마나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일단 시범경기에서 이정후는 완벽한 적응력을 선보이고 있다.
그리고 구단도 특별하게 관리를 하고 있다. 14일 신시내티 레즈와의 시범경기, 1번 중견수로 선발 출장해 1타수 1안타 1볼넷 1득점의 성적을 남기고 교체됐다. 보통 시범경기 3타석 정도는 소화하고 교체되지만 이날은 2타석만 소화하고 빠졌다.
경기 후 멜빈 감독은 이정후의 상태에 대해 “뒷쪽이 약간 타이트했다. 큰 문제가 되진 않는다”라면서 “내일(15일) 경기도 없는데 굳이 경기를 더 뛰게 하고 싶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정후를 굳이 무리시키지 않고 관리하면서 긴 시즌을 풀어가겠다는 의미다. 슈퍼스타들에게 주어질 수 있는 관리이자 또 여유이기도 하다.
이정후의 어깨에 다소 무겁고 버거울 수 있는 짐이 올려져 있다. 하지만 이정후는 늘 그랬듯이 자신에게 주어진 부담을 책임감으로 이겨냈다. 이번에도 구단을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이겨내고 메이저리거로서 확실하게 자리잡을 수 있을까.
/jhrae@osen.co.kr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